CASE 003. 펜더
기타 좋아하나요? 저도 한때 어쿠스틱 기타를 친 적이 있습니다. 초반에 재미를 붙이다가 초급 수준에서 끝나게 되었지만요.
일렉트릭 기타도 과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은 힙합이 대세지만 한때 락은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렉트릭 기타에 빠져들었죠. 하지만 지금의 인기는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펜더(Fender)는 꾸준히 일렉트릭 기타를 비롯한 악기를 만들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펜더의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펜더(Fender)는 미국의 전기악기 브랜드입니다.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앰프로 유명하죠. 깁슨(Gibson)과 함께 전기악기 부문의 글로벌 리딩 기업이기도 합니다. 일렉트릭 기타 디자인의 원형도 바로 이 펜더가 만들었습니다.
펜더 이전의 시대엔 장인이 악기를 만들었습니다. 1946년 설립된 펜더는 대량 생산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품질을 지닌 일렉트릭 기타를 생산했죠. 이로써 돈이 부족한 사람들도 기타를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힙합과 EDM을 즐기면서 기타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죠. 펜더와 깁슨 역시 이 같은 거대한 트렌드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깁슨은 2018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으며, 공장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펜더의 매출은 희한했습니다. 더 높아진 것입니다!
펜더도 깁슨과 같은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기타 판매 감소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펜더는 2015년 앤디 무니(Andy Mooney)를 CEO로 영입했습니다. 그는 나이키와 디즈니에서 일한 마케팅 베테랑이었죠. CEO 취임 직후 그는 펜더의 소비자를 이해하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를 새로 구매하는 고객 중 절반은 여성이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의 구매자가 대부분 남성일 것이란 고정관념이 완전히 틀린 것으로 판명됐죠. 그리고 펜더 기타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뮤지션이 아닌 일반인이었고, 이들 중 대부분은 3개월 만에 기타 배우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훨씬 많은 돈을 악기보다 레슨에 썼습니다.
펜더가 집중해야 할 고객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들은 이제 막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일렉트릭 기타의 매력에 빠진 초보자였습니다. 펜터를 비롯한 악기를 구매한 초보자가 언제든 쉽게 연주법을 배우도록 지지한다면? 사람들은 일렉트릭 기타에 빠져들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펜더의 매출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펜더는 이미 일렉트릭 기타 시장의 강자였거든요.
2017년 펜더는 펜더 플레이(Fender Play)를 공개했습니다. 바로 동영상 강의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월 구독료 9.99달러인 이 앱은 기타를 처음 접한 초보자가 쉽게 악기를 익힐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타, 베이스, 우클렐레 등 다양한 악기와 더불어 유명한 노래의 연주법도 이 앱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교육이기 때문에 구독자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단계도 세분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실력에 맞춰 교육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나의 학습 과정을 추적할 수도 있습니다.
기타를 만들고 판매하던 기업이 기타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펜더의 매출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확산되던 2020년 크게 치솟았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혼자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도 늘었기 때문입니다. 펜더 플레이는 이 같은 변화의 시기에서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펜더는 2020년 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9년 6억 달러 매출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입니다.
펜더의 사례는 제품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구독 모델의 유기적인 연결이 얼마큼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줍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구식 사업 마인드는 이제 빛을 다했습니다. 장인 정신이 끝내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고객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펜더는 증명했습니다.
펜더는 수많은 B2C 비즈니스에 여전히 새로운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펜더 플레이는 고객을 구독자로 끌어들임으로써 제품의 재구매율을 높였습니다. 더 나아가 구독 모델 자체가 하나의 단단한 현금 창출의 통로로 성장시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분명 펜더의 기존의 위상이 구독 모델의 수익성을 극대화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펜더는 위기의 B2C 기업이 어떻게 구독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수많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클래스101, 패스트캠퍼스 등처럼 급성장하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펜더처럼 한 산업에서 강력한 제품 경쟁력을 보유한 곳이 특유의 강점을 살릴 여지는 충분합니다. 가령 식품 기업은 조리법에 대한 구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스포츠 장비 기업은 운동법에 대한 구독 모델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