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일단 와서 같이 일해보자니까!"
훗날 저의 멘토가 되어주신 원장님의 그 한마디는,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저를 치과라는 낯선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세 번이나 거듭된 간절한 요청이었죠.
저는 치과와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학창 시절, 공부보다는 미니카 모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몰두했고, 하드보드지로 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엉뚱한 아이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게임에 빠져 살다가, 수능 7등급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좌절하기도 했죠. 지방대 유통통상학부에 입학했지만, 다행히(?) 장학금을 받으며 악착같이 공부했고, 군대에서 만난 고대 경영학부 동기 덕분에 새로운 목표를 세워 서울 소재 대학으로 편입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토익 점수 하나 없이 세상에 던져진 저는 또다시 막막함에 휩싸였습니다. 도서관 계약직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던 중, 우연히 치과 의료기기 수입 업체에 취업하게 되면서, 제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운명적인 만남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턱관절 환자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시고, 한 치과 원장님께서 저에게 연락을 주신 겁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원장님은 대뜸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자네 글을 보니, 논리적인 사고력과 턱관절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더군. 우리 치과에 꼭 필요한 인재야."
솔직히, 원장님의 칭찬은 립 서비스처럼 느껴졌습니다. 치과 지식도, 경험도 전무한 저에게 대체 뭘 기대하신 걸까요? 게다가 연봉 1.5배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시하시니, 의심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꿈틀거렸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알아봐 주고, 믿어주는 사람에게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치과 생활은, 한마디로 '좌충우돌' 그 자체였습니다. "낙하산 아니야?", "스파이인가?" 여자들만 가득한 낯선 환경, 쏟아지는 전문 용어, 그리고 비전공자에 '남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텃세와 냉대는 저를 주눅 들게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치과 용어들은 마치 외계어처럼 들렸고, 환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진땀을 흘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과연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매일 밤 저를 짓눌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시선들을 오기로, 열정으로 바꿔, 환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상담 스크립트를 만들고, 틈틈이 치과 관련 지식을 공부하며, 저만의 강점을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심지어 퇴근 후에는 치과 세미나를 찾아다니며, 저를 원장님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3천만 원짜리 전악보철 상담을 성공시키고, 임플란트 AS를 요청하러 온 환자를 단골로 만드는 등, 치과 총괄 실장으로서 나름의 입지를 다져나갔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저에게도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9시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살인적인 업무 강도는 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치과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역시 저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밤샘 작업을 밥 먹듯 하다 치질까지 얻고 나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환경미화원으로, 프리랜서로, 개인 사업자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통해, 비전공자 '남자' 치과 총괄 실장이었던 제가 겪은 좌충우돌 성장기와, 환자와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얻은 깨달음, 그리고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을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낯선 세계와의 조우: 문과생, 치과에 발을 들이다: 치과와는 전혀 무관했던 제가 치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과정과, 비전공자로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냈습니다.
2부. 마음을 읽는 상담의 기술: 환자를 사로잡는 대화법: 3천만 원짜리 전악보철 상담을 성공시키고, AS 환자를 단골로 만든 저만의 상담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3부. 비전공자, 치과에서 성장하다: 좌충우돌 생존기: 비전공자로서 치과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저의 경험과, 텃세를 극복하고 전문성을 키워나간 과정을 담았습니다.
4부. 더 넓은 세상으로: 치과 너머 나의 꿈: 치과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꿈과 비전을 이야기합니다.
혹시, 지금 당신도 낯선 분야에서 길을 잃은 기분인가요? 아니면,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그렇다면,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어쩌면, 당신 안에도 잠자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