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의 경제

수요 공급과 사회 후생

by 머니이룸

서론에서 우리는 관세가 단순한 세금을 넘어 지정학적 무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무기가 경제 시스템에 정확히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이해하려면, 잠시 국제 정치의 거대한 담론에서 벗어나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수요와 공급의 세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는 관세라는 조치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어떻게 교란시키고, 그 결과 국부(國富)의 총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해부해 본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수요, 공급, 그리고 ‘잉여’

모든 시장에는 두 가지 힘이 존재한다. 상품을 ‘사려는 힘(수요)’과 ‘팔려는 힘(공급)’이다. 수요 곡선은 가격이 낮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물건을 사려 하기에 우하향(右下向)하고, 공급 곡선은 가격이 높아질수록 기업이 더 많이 팔려 하기에 우상향(右上向)한다. 이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장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된다. 이것이 바로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균형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균형 상태에서 사회 전체가 얻는 이익의 총량을 ‘사회 후생(Social Welfare)’ 또는 ‘총잉여(Total Surplus)’라고 부른다. 총잉여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대 가격과 실제 지불한 시장 가격의 차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자동차를 5,000만 원까지 주고 살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 가격이 4,000만 원이라면, 당신은 1,000만 원의 ‘소비자 잉여’를 얻은 셈이다.

생산자 잉여(Producer Surplus): 생산자가 어떤 상품을 판매하며 받은 실제 가격과 그 상품을 팔기 위해 최소한 받아야만 했던 가격(생산비)의 차이다. 자동차 회사가 3,500만 원만 받아도 손해는 보지 않는데 4,000만 원에 팔았다면, 500만 원의 ‘생산자 잉여’를 얻은 것이다.

자유로운 시장에서는 이 두 잉여의 합, 즉 총잉여가 극대화된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자들이 자유 무역을 옹호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관세의 등장: 균형은 어떻게 깨지는가

이제 이 평화로운 시장에 ‘관세’라는 외부 변수가 등장한다고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국제 시장에서 4,000만 원에 거래되는 수입 자동차에 정부가 25%(1,000만 원)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자.


가격 상승: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국내 시장 가격의 상승이다. 수입 자동차의 가격이 5,000만 원으로 오르면서,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굳이 4,000만 원에 팔 이유가 없어진다. 시장의 가격 기준선 자체가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소비자 잉여의 감소: 소비자들은 이제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4,000만 원에 자동차를 살 수 있었던 소비자들이 이제 5,000만 원을 내야 하므로, 그들의 ‘소비자 잉여’는 크게 줄어든다. 심지어 4,500만 원을 낼 생각은 있었지만 5,000만 원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은 아예 구매를 포기하게 된다.


생산자 잉여의 증가: 반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웃음을 짓는다. 국제 경쟁자들의 가격이 강제로 올라간 덕분에 자신들의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생산자들의 ‘생산자 잉여’를 증가시킨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국내 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다.


정부 수입의 발생: 정부는 수입되는 자동차 한 대당 1,000만 원의 관세를 걷는다. 이 관세 수입은 정부의 재정이 되어 공공 서비스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사라진 조각: 자중손실(Deadweight Loss)

여기까지 보면 관세는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지만, 그 손해의 일부가 국내 생산자와 정부에게 이전되어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라진 조각이 있다. 바로 아무에게도 돌아가지 않고 공중으로 증발해버리는 사회적 손실, 즉 ‘자중손실(Deadweight Loss)’이다.

자중손실은 두 부분에서 발생한다.

비효율적 생산의 손실: 관세가 없었다면 4,000만 원에 효율적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해외 생산자로부터 수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세 때문에, 4,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의 비용으로 비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국내 생산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 비효율성으로 인한 자원의 낭비가 첫 번째 자중손실이다.


소비 감소의 손실: 앞서 말했듯,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자동차 구매를 포기한 소비자들이 있다. 이들이 자동차를 구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만족감(소비자 잉여)이 시장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이것이 두 번째 자중손실이다.

결론적으로, (감소한 소비자 잉여) = (증가한 생산자 잉여) + (정부의 관세 수입) + (자중손실) 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즉, 관세는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정책이 아니라, 파이의 일부를 생산자와 정부에게 떼어주고, 그 과정에서 파이의 또 다른 일부(자중손실)를 영원히 소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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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반론: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어찌할 것인가

이러한 비효율성 때문에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이래로 주류 경제학은 자유 무역을 강력하게 지지해왔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은 간단하다. 설령 한 나라가 모든 상품을 다른 나라보다 더 잘 만들더라도(절대우위), 각자 ‘상대적으로’ 더 잘 만드는 것(비교우위)에 특화하여 교역하면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이 반도체를 만들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를 파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이득인 것처럼 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관세는 각국이 자신의 비교우위를 살릴 기회를 막아버리고, 전 세계적인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정책에 불과하다. 경제학 교과서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오늘날 미국이 벌이는 관세 전쟁은 제 발등을 찍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경제학적으로 명백히 비효율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은 왜 기꺼이 관세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이제 경제학의 영역을 넘어 달러 패권과 지정학의 세계로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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