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짧아지는 하루

by 머니이룸

1. 기록자 (The Observer)

[시점: 2051년 4월 7일. 지구 동역학 관측소]

하루는 24시간.

지구가 태어난 이래.

수십억 년에 걸쳐.

서서히 느려지며 맞춰진.

생명의 리듬.

하지만 이제.

시계는 미친 듯이 빨리 돌고 있다.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

L = I × ω

L: 각운동량 (일정) I: 관성 모멘트 ω: 각속도 (자전 속도)

달이 무거워져.

지구로 다가오자.

지구-달 시스템의.

관성 모멘트(I)가 감소했다.

각운동량(L) 보존.

그 값을 보존하기 위해.

지구의 자전 각속도(ω)가.

급격히 증가했다.

[하루 길이 변화]

2051년 4월 6일: 15시간 30분 2051년 4월 7일: 10시간 12분

단 하루 만에.

5시간 18분 단축.

가속도가 붙었다.

2051년 4월 7일.

하루의 길이: 10시간 12분.

낮: 5시간 6분. 밤: 5시간 6분.

자전 속도.

24시간 → 10시간.

2.4배 증가.

자전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지자.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코리올리 힘(전향력) 폭주.

코리올리 가속도:

a_c = 2Ω × v

Ω: 각속도 (2.4배 증가) v: 바람 속도

Ω가 2.4배 증가.

→ 코리올리 힘 2.4배 증가.

적도에서 데워진 공기.

극지방으로 올라가기도 전에.

회전력에 휘말렸다.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했다.

태풍.

아니.

기존의 기상학으로는.

부를 수 없는 괴물.

하이퍼케인(Hypercane).

정의:

풍속: 초속 80m 이상 (시속 288km)


중심 기압: 700hPa 이하


직경: 1,000km 이상


발생 조건: 해수면 온도 50℃ 이상


현재 지구:

해수면 온도: 32℃ (온배수 영향)


자전 속도: 2.4배


코리올리 힘: 2.4배


결과: 하이퍼케인 생성.

태평양: 3개. 대서양: 2개.

총 5개.

동시 발생.

대륙을 유린하고 있었다.

풍속: 초속 80미터.

시속 288km.

총알 속도.

건물이 뿌리째 뽑혔다.

나무가 부러졌다.

자동차가 날아갔다.

시간이 무너진 세상에서.

인간의 육체도 무너졌다.

호르몬 분비 사이클 붕괴.

정상 생체 시계:

주기: 24시간


멜라토닌 분비: 밤 22시


코르티솔 분비: 아침 6시


체온 최저: 새벽 4시


현재 (10시간 주기):

멜라토닌 분비 전 일출


호르몬 주기 충돌


체온 조절 실패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되기도 전에.

다시 태양이 떴다.

사람들은:

환각을 보고


길거리에서 기절했으며


심장 마비로 쓰러졌다


[전 세계 응급실 통계]

환각 증상: 인구의 35%


실신: 인구의 12%


심장 마비: 평소 대비 400% 증가


사망률: 하루 200만 명


자연은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핵융합이라는.

'가짜 태양'을 끄고.

이 미친 가속을 멈추지 않으면.

행성 자체가.

찢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 경고를 실행할.

500명의 사형 집행인들이.

마침내.

에덴의 문 앞에 도착했다.


2. 백진우 (The First Nephilim)

[시점: 2051년 4월 7일 낮 2시. 청와대 지하 150미터]

"뚫어."

내 명령.

강민준과 10명의 거인.

거대한 유압식 금고문 앞으로 나섰다.

[국가 1급 스마트팜 '에덴(Eden)'] [생체 인식 필요] [접근 거부 시 방어 시스템 가동] [출입 인가: 대통령 / 국가안보실장 / 에너지통제위원장]

우리는 지상의 수비대를 뚫고.

지하 150미터까지.

파죽지세로 내려왔다.

수도방위사령부 병력들.

이미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빠른 자전 속도.

10시간 주기.

수면 부족.

환각을 보며.

허공에 총을 쏘는 자들도 있었다.

"귀신이다!"

"괴물이 온다!"

타다다당!

허공 사격.

우리는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무기만 찌그러뜨렸다.

쩍! 우드득!

지하로 내려왔다.

"방어 시스템 따위."

강민준이 씩 웃었다.

그의 손.

내 등에서 뻗어 나온.

헬륨 냉각 라인.

연결된 쇠파이프.

쥐어져 있었다.

지름: 3cm.

소재: 스테인리스 스틸.

내부: 액체 헬륨 순환.

온도: -268.9℃.

강민준이.

영하 269도의 냉기가 흐르는 파이프를.

금고문의 전자 잠금장치에.

처박았다.

푹!

치이이이직!

절대영도에 가까운 한기.

스며들었다.

복잡한 회로.

강철 기어들.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분자 운동 정지.

유리처럼 변했다.

취성화.

"밀어!"

콰아아앙!

11명의 거인들.

일제히.

어깨로 문을 들이받았다.

합산 무게: 3.3톤.

충격력: 10톤 이상.

두께 1미터의.

티타늄 합금 금고문.

쩌적! 챙그랑!

경쾌한 파열음.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문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

흙냄새.

물 냄새.

그리고...

그토록 갈망하던.

'탄수화물'의 달콤한 향기.

"아아..."

500명의 거인들.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지하 150미터.

거대한 동굴 속.

인공 태양광(LED).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출력: 500,000 럭스.

실제 태양광 모사.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벼논.

면적: 50,000m².

축구장 7개.

탐스럽게 열린 옥수수.

잎사귀 아래 숨은.

굵은 감자들.

밖의 세상.

이산화탄소 부족.

대기 중 CO₂: 150ppm.

광합성 한계: 200ppm.

식물 굶어 죽음.

3미터 벼.

하지만 이삭 없음.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윤기호가.

우리 형제들의 피와 땀.

이산화탄소.

빨아들여 만든.

완벽한 온실.

CO₂ 농도: 1,200ppm.

광합성 최적.

벼 높이: 1.2m (정상).

이삭: 가득.

쌀알: 통통.

"먹어라."

내가 말했다.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500명의 거인들.

짐승처럼.

들판으로 뛰어들었다.

쿵쿵쿵쿵!

도정도 하지 않은.

벼 이삭.

통째로 뜯어.

입에 욱여넣었다.

우드득! 우득득!

흙이 묻은 감자.

주먹으로 으깨어.

삼켰다.

쩝쩝쩝!

질긴 고기.

역겨운 초록색 알약(비타민-G).

그것만으로 버텨왔던.

극도로 굶주린 세포들.

비명을 질렀다.

환희의 비명.

우드득, 쩝쩝, 꿀꺽.

나 역시.

감자밭으로 뛰어들었다.

무 하나만 한 크기의.

생감자.

베어 물었다.

아작!

달았다.

혀끝에 닿는.

전분(Starch).

침 속의 아밀라아제.

섞였다.

화학 반응.

전분 → 맥아당 → 포도당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그 감각.

혈당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혈당 변화]

섭취 전: 70 mg/dL (저혈당) 섭취 1분 후: 120 mg/dL 섭취 5분 후: 180 mg/dL 섭취 10분 후: 250 mg/dL

말라붙었던.

글리코겐 탱크.

폭발적으로 채워졌다.

근육 세포 하나하나가.

팽창하는 것이.

느껴졌다.

"으아아아아아!"

강민준이.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우오오오오!

그의 티타늄 뼈 위로.

전에 없던.

기괴한 푸른빛의 정맥.

떠오르기 시작했다.

혈관이 빛났다.

형광 푸른색.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팔뚝을 봤다.

혈관이 떠올랐다.

쉬익...

푸른 빛.

혈관 속을 흐르던 철분.

뼈 속의 티타늄.

막대한 탄수화물 에너지를 만나자.

완전히 새로운.

생체 화학 반응.

일으키기 시작했다.

[생체 전이 금속 반응]

Fe²⁺ (철분) + 포도당 → 전자 이동 Ti⁴⁺ (티타늄) + ATP → 양성자 방출

결과: 역뮤온(Anti-muon) 생성.

그때였다.

내 귓가에 꽂힌 통신기.

날카로운 파열음.

삐이이이익-!

"진우야!"

선호의 목소리.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진우야, 내 말 들려?!"

타다다닥!

키보드 소리.

미친 듯이 빨랐다.

"시작됐어!"

"너희들이 탄수화물을 섭취하자마자!"

"너희 몸의 생체 파장이!"

"완전히 바뀌었어!"

나도 느끼고 있었다.

심장이 뛸 때마다.

쿵... 쿵...

몸속에서.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파동'.

뿜어져 나가는 것을.

전자기파처럼.

하지만 다르다.

"이건..."

선호가 숨을 헐떡였다.

"단순한 전자기파가 아니야."

타다다닥!

"너희들의 몸이!"

"고농도 포도당을 촉매로 삼아!"

"'역(逆) 뮤온(Anti-muon)' 입자를!"

"방출하고 있어!"

"윤기호의 데이터가 맞았어!"

"네피림의 최종 진화 형태는!"

"주변의 핵융합 반응을!"

"강제로 붕괴시키는!"

"'걸어 다니는 억제기'였어!"

그 순간.

스마트팜 내부의.

거대한 LED 조명들.

미친 듯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파박! 파바박!

출력 불안정.

전력 공급 이상.

"진우야!"

선호가 외쳤다.

"데이터가 미쳐 날뛰고 있어!"

"부산 해운대!"

"제7 핵융합 발전소!"

"플라즈마 격납장치!"

"자기장 붕괴!"

"원자로 강제 셧다운!"

시작이었다.

"고리 제1 발전소, 셧다운!"

"영광 제5 발전소, 셧다운!"

"울진 제3 발전소, 셧다운!"

선호가 숨을 헐떡이며 중계했다.

"대한민국만이 아니야!"

"중국의 이스트(EAST)!"

"프랑스의 이터(ITER)!"

"미국의 국립점화시설(NIF)!"

"일본의 JT-60SA!"

"러시아의 T-15MD!"

"전 세계 37개의 인공 태양이!"

"연쇄적으로 꺼지고 있어!"

[핵융합로 셧다운 순서]

00:00 - 부산 제7 발전소 00:12 - 고리 제1 발전소 00:23 - 영광 제5 발전소 00:35 - 울진 제3 발전소 01:00 - 중국 EAST 01:15 - 프랑스 ITER 01:30 - 미국 NIF 02:00 - 전 세계 37개 전부

"우리..."

내가 거친 숨을 내쉬며 물었다.

"500명 때문에?"

"어."

선호가 확인했다.

"너희들이 뿜어내는 파동이!"

"지구 전리층을 타고 번지면서!"

"삼중수소의 융합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있어!"

"핵융합로 내부의 플라즈마가!"

"그냥 식어서!"

"물이 되어버렸어!"

[메커니즘]

역뮤온 입자 방출 → 전리층 전파 → 삼중수소 핵 간섭 → 강한 핵력 약화 → 융합 반응 정지 → 플라즈마 온도 하강 → 1억도 → 1,000만도 → 1만도 → 물로 응축

팟.

스마트팜의 조명.

완전히 꺼졌다.

암전.

비상구의 붉은 유도등.

배터리 구동.

그것만이.

우리의 거대한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

핵융합이 꺼졌다.

전 세계의 전력.

끊겼다.

우리를 억압하던.

권력의 심장.

멎은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인류 문명의 종말을.

의미했다.

[전 세계 블랙아웃]

병원: 비상 발전기만 작동


정수장: 정지 (식수 공급 중단)


통신망: 6시간 내 완전 마비


냉장 시설: 정지 (식량 부패)


교통: 신호등 정지 (대혼란)


"진우야."

어둠 속에서.

선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어쩔 거야?"

"핵융합 발전소가 꺼지면."

"산소 폭증은 멈출 거고."

"지구의 질량 결손도 멈추겠지."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전 세계는 암흑이야."

"전기도 없고."

"식량도 없어."

나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500명의.

파란 눈동자들을.

바라보았다.

역뮤온 입자.

눈에서 빛났다.

형광 푸른색.

에덴의 식량을 먹고.

완벽한 진화를 이룬.

지치지 않는 신인류의 군대.

"우리가 불을 껐으니."

내가 주먹을 꽉 쥐었다.

우드득.

티타늄 뼈가 부딪히며.

섬뜩한 금속음을 냈다.

챙그랑...

"우리가 새로운 불을 켜야지."

"무슨 수로?"

"내가 설계했던 5개의 사이클."

나는 미소 지었다.

어둠 속에서.

"'펜타사이클(Pentacycle)'."

"자연을 파괴하는 인공 태양이 아니라."

"파스칼의 수압과."

"열역학의 잠열을 이용하는."

"영원한 순환."

"윤기호가 경제성이 없다며."

"폐기했던 내 도면."

나는 부서진 금고문 밖.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지상을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

"우리의 이 넘치는 힘으로."

"전 세계에 펜타사이클을 건설한다."

"그것이 네피림이."

"이 행성을 구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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