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달의 귀

by 머니이룸

1. 기록자 (The Observer)

[시점: 2051년 4월 6일. 대한민국 상공 전리층]

하루는 24시간이다.

이것은 인류가 탄생하기 전부터.

지구가 지켜온.

절대적인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 약속이 깨졌다.

원인은 달(Moon).

핵융합으로.

수분이 증발해.

지구가 가벼워지는 동안.

달은 우주 먼지를.

등허리에 쓸어 담으며.

무거워졌다.

지구 질량 감소:

핵융합 10년간 물 소비: 1.4 × 10¹⁸ kg


E=mc² 에너지 변환 손실: 추가 질량 감소


총 질량 감소: 약 0.02%


달 질량 증가:

우주 먼지 축적률: 연 3,000톤


10년 누적: 3만 톤


비대칭 축적 (원지점 70%): 질량 중심 이동


무거워진 달.

지구의 중력장 안으로.

더 깊숙이 끌려 들어왔다.

[지구-달 거리 변화]

2041년: 384,400 km (평균)

2051년 4월: 340,000 km

감소: 44,400 km (11.5% 단축)

거리가 가까워지자.

궤도 역학이 작동했다.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

L = I × ω

L: 각운동량 (보존) I: 관성 모멘트 (∝ r²) ω: 각속도 (회전 속도)

지구-달 시스템.

거리(r) 감소 → 관성 모멘트(I) 감소.

각운동량(L) 보존 법칙.

→ 각속도(ω) 증가.

피겨 스케이팅 선수.

팔을 오므리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듯.

지구-달 시스템의 거리가 좁혀지자.

지구의 자전 속도.

미친 듯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루 길이 변화]

2041년: 24시간 00분 2050년 1월: 22시간 30분 2050년 7월: 20시간 00분 2051년 1월: 18시간 00분 2051년 4월 6일: 15시간 30분

2051년 4월 6일.

오늘의 일출 시간: 오전 6시 00분.

오늘의 일몰 시간: 오후 3시 30분.

하루가 15시간 반으로 줄어들었다.

낮 시간: 9시간 30분.

밤 시간: 6시간.

인간의 뇌.

깊은 곳.

시교차 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

크기: 쌀알만 함.

위치: 시상하부.

기능: 생체 시계(Circadian Rhythm) 관장.

수백만 년 동안.

24시간 주기에 맞춰.

진화해 온.

인간의 뇌.

15시간으로 줄어든.

태양의 주기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인류의 증상]

수면 장애:

REM 수면 주기 붕괴


멜라토닌 분비 이상


만성 불면증


정신 장애:

환각 (20% 인구)


시간 감각 상실


불안 장애 급증


생리 장애:

호르몬 주기 교란


면역력 저하


심혈관 질환 증가


사람들은 미쳐가고 있었다.

자도 자도 피곤했고.

깨어 있어도 꿈을 꾸는 듯했다.

집단적인 수면 장애.

환각.

무기력증.

탄수화물이 사라져.

육체적 영양실조에 걸린 인류에게.

'시간의 결손'은.

정신적 영양실조마저 안겨주었다.

세상은 빠르게 돌고.

태양은 미친 듯이 뜨고 졌다.

그리고.

그 어지러운 시간의 틈바구니 속에서.

절대 지치지 않는.

500명의 거인들이.

서울의 남쪽 경계에 도착했다.

2. 백진우 (The First Nephilim)

[시점: 2051년 4월 6일 오후 2시 15분.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교 남단]

"정지."

내 명령.

500명의 거인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쿵.

아스팔트가 울렸다.

진동.

[행군 통계]

시작: 4월 4일 오전 7시 현재: 4월 6일 오후 2시 경과 시간: 55시간

이동 거리: 400km 평균 속도: 7.3km/h 수면 시간: 0시간 피로도: 제로(0)

나는 내 등 뒤에 매달린.

은색의 원통형 배낭을.

어루만졌다.

대덕 연구단지.

KSTAR 시설에서 뜯어낸.

'초전도 자석 냉각 챔버'.

개조한 물건.

[개인용 냉각 팩 사양]

용량: 액체 헬륨 80리터


온도: -268.9℃


무게: 12kg (챔버 자체)


작동 시간: 72시간 (연속)


냉각 출력: 500W


그 안에는.

영하 269도의.

액체 헬륨 80리터.

들어 있었다.

챔버에서 뻗어 나온.

단열 파이프.

지름: 5mm.

소재: 진공 다층 단열(VLI).

내 가슴과 척추.

허벅지 대동맥을 따라.

거미줄처럼 밀착되어 있었다.

쉬이익...

주기적 냉각 펌프 가동.

펌프 소리.

심장박동처럼.

규칙적.

내 체온.

45도에서 멈추지 않고.

완벽한 37.5도.

유지되고 있었다.

대사량이 폭발해도.

8,200kcal/day.

단백질 변성도.

뇌 손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KSTAR의 부품을.

나눠 짊어지고.

스스로를.

'걸어 다니는 초전도체'.

만들었다.

완벽한 냉각.

그것은 곧.

'무한한 체력'.

의미했다.

"선호야."

"어, 화면 보고 있어."

선호의 목소리.

피로가 묻어났다.

하루 15시간의 부작용.

수면 부족.

하지만 우리는 생생했다.

"상황은?"

"예상대로야."

타닥타닥.

키보드.

"수도방위사령부가."

"한강을 방어선으로 삼았어."

내 눈앞.

한강이 보였다.

폭: 400m (반포대교 기준).

수심: 평균 10m.

유속: 초속 2m.

자주색 남세균이 떠다니는.

거대하고 시궁창 같은 강물.

그리고 그 위를 가로지르던 다리들.

반포대교.

한남대교.

동작대교.

모두 중간이.

뚝 끊어져 있었다.

"폭파시켰군."

강민준(42번)이.

끊어진 교각을 보며 말했다.

C4 폭약 흔적.

철근이 뒤틀렸다.

강 건너편.

강북의 둔치.

거무튀튀한 강철 짐승들.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K2 흑표(Black Panther) 전차.

대한민국 육군.

최정예 기갑 전력.

[K2 전차 사양]

중량: 55톤


승무원: 3명


주포: 120mm 활강포


부포: 12.7mm 기관총


장갑: 복합 장갑


속도: 70km/h


포신 50문.

일제히.

우리를 향해.

조준선 정렬.

끝낸 상태.

"진우야, 조심해."

선호가 경고했다.

"아파치 헬기의 30mm 기관포랑은."

"차원이 달라."

"K2 전차의 주포는."

"120mm 활강포야."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

내가 중얼거렸다.

Armor-Piercing Fin-Stabilized Discarding Sabot.

관통자: 텅스텐 합금.

길이: 50cm.

지름: 2cm.

속도: 마하 5 (초속 1,700m).

"어."

선호가 확인했다.

"마하 5의 속도로 날아오는."

"텅스텐 관통자."

"아무리 너희 뼈가."

"티타늄으로 꽉 차 있어도."

"저거 정통으로 맞으면."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가."

55톤짜리 전차 50대.

그리고 보병 전투 장갑차들.

K-21.

30대 이상.

그 뒤엔.

K9 자주포 부대.

155mm 곡사포.

후방 지원 대기.

"저길 어떻게 뚫지?"

강민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리가 없어."

"헤엄쳐서 건너면."

"속도가 느려져서."

"포탄의 표적이 될 거다."

"헤엄치지 않아."

내가 말했다.

나는 내 등에 멘.

헬륨 챔버의.

출력 다이얼을 만지작거렸다.

3단 조절.

최저: 체온 37℃ 유지


중간: 체온 43℃ 허용


최고: 냉각 중단 (비상)


그리고 강민준과.

다른 500명의 형제들을.

돌아보았다.

"우리의 무게를 생각해."

거인 1명: 300kg.

골밀도: T-score +15.0.

티타늄 함량: 30%.

밀도: 1.5 g/cm³.

"우리는 부력(Buoyancy)이 거의 없다."

"물에 뜨지 않아."

"돌덩이처럼 가라앉지."

형제들의 눈빛이 변했다.

내 의도를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체온."

내가 냉각 챔버의 다이얼을.

'최저'에서 '중간'으로 올렸다.

찰칵.

순식간에.

내 몸의 체열이.

외부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냉각 출력 감소.

체온 상승.

37℃ → 40℃ → 43℃.

치이이익-

내 몸에서.

43도의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하얀 수증기.

"강물 온도는 10도다."

나는 한강을 가리켰다.

"우리의 체열을 개방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수증기..."

강민준이 씩 웃었다.

이해했다.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안개."

"천연 연막탄이지."

"포탄은 눈으로 보고 쏘는 게 아니라."

"레이더와 열상 카메라로 쏴."

"하지만."

"엄청난 수증기와 난반사가 일어나면."

"열상 카메라는 먹통이 돼."

나는 한강을 가리켰다.

"걸어서 건넌다."

"강바닥을 밟고."

"우오오오오!"

거인들이 포효하며.

헬륨 챔버의 출력을 조절했다.

500명.

동시에.

다이얼 회전.

찰칵찰칵찰칵...

500명의 거인들의 몸에서.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체온 43도 × 500명.

총 발열량: 시간당 약 200,000kcal.

"전원, 도하(渡河) 시작!"

나는 달렸다.

쿵쿵쿵!

500명이 따랐다.

쿵쿵쿵쿵쿵!

반포대교 남단.

수변 공원.

짓밟았다.

쾅쾅쾅!

한강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풍덩! 콰아아아!

500명의 거인.

동시 입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수온 10도의 강물.

500개의 용광로.

체온 43도.

뛰어들자.

강물이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치이이이이익-

[열역학 계산]

500명 × 300kg × 체온 43℃ vs 한강 수량 약 10,000톤 × 10℃

국지적 온도 상승: 10℃ → 25℃

증발 급증.

쉬이이익!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새하얀 수증기 폭풍(Steam Storm).

한강의 절반이.

순식간에.

하얀 안개로 뒤덮였다.

시야: 0미터.

강 건너편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적 도하 시작!]

[열상 카메라 확인 불가!]

[레이더 클러터(Clutter) 발생!]

[전차장 재량으로 무차별 포격 개시!]

콰아앙! 쾅! 쾅!

120mm 전차포.

불을 뿜었다.

50문 동시 사격.

포탄이 수증기를 뚫고.

날아와.

한강 수면에 꽂혔다.

퍼퍼퍼펑!

물기둥이 20미터 높이로 솟구쳤다.

수압의 충격파.

물속을 때렸다.

우우웅...

하지만.

우리는 수면 위를.

헤엄치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한강의 가장 깊은 곳.

수심 10미터의 진흙 바닥.

두 발로 걷고 있었다.

쿵. 쿵. 쿵.

물속은 어두웠고.

고요했다.

위에서 포탄이 터지는 굉음이.

먹먹하게 들려올 뿐.

쿵... 쿵...

폐활량.

일반인의 5배.

12리터.

산소 저장: 2.5리터.

숨을 한 번 참으면.

물속에서 30분은 거뜬했다.

150톤의 육중한 무게.

500명 × 300kg = 150톤.

한강 바닥을.

쿵쿵.

밟으며 전진했다.

초속 2미터의 유속.

우리를 밀어냈다.

하지만.

서로 팔을 걸고.

스크럼을 짠.

500명의 쐐기를.

무너뜨릴 순 없었다.

해일도 버텨낸 우리다.

15m 높이.

시속 80km.

그것도 버텼다.

초속 2m 유속.

문제없다.

거리 측정.

출발점: 400미터.

300미터.

200미터.

100미터.

바닥이 서서히.

위로 솟아올랐다.

강북 둔치.

가까워진 것이다.

수면 위는.

여전히 하얀 수증기로 가득했다.

K2 전차들은.

허공을 향해.

무의미한 포탄을.

날리고 있었다.

쾅쾅쾅!

"올라간다."

내 수신호.

손을 위로.

500명의 거인.

일제히.

강바닥을 박차고.

수면 위로 솟구쳤다.

쿵!

콰아아아아!

물보라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들이.

수증기를 찢고.

강북 둔치로 올라섰다.

가장 앞에 서 있던 K2 전차.

포탑 위.

기관총을 잡고 있던 전차장.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적... 적이다!"

"코앞에!"

포신이 나를 향해.

돌아가려 했다.

위이잉...

포탑 회전 속도: 초당 40도.

90도 회전: 2.25초.

하지만.

포탑이 회전하는 속도보다.

내가 뛰어오르는 속도가 빨랐다.

나는 단숨에 도약했다.

쿵!

전차의 포신 위에 올라탔다.

쾅!

55톤짜리 전차.

하지만 포신은.

지렛대의 원리가 작용하는 끝부분이다.

지렛대.

받침점: 포탑 연결부.

힘점: 내 발 (포신 끝 3m 지점).

작용점: 포신 기부.

지렛대 비율: 3 : 1.

나는 380kg의 체중을 실어.

유압 근력으로.

포신을 바닥으로 짓눌렀다.

끼기기기직!

특수 합금으로 된 포신.

아래로 휘어지며.

땅에 처박혔다.

쾅!

각도: -30도.

발사 불능.

그 사이.

강민준과 10명의 거인들이.

전차의 측면으로 달라붙었다.

"넘겨!"

강민준의 포효.

11명의 거인.

각 근력: 1,500kg.

합산 근력: 16,500kg = 16.5톤.

전차 중량: 55톤.

부족하다?

아니.

전차의 측면 하단 공간.

손을 집어넣고.

일제히 들어 올렸다.

지렛대.

받침점: 반대편 무한궤도.

힘점: 측면 하단.

작용점: 무게 중심.

지렛대 비율: 약 1 : 3.

16.5톤 × 3 = 49.5톤.

거의 같다.

덜컹!

55톤의 기계 짐승이.

옆으로 들렸다.

콰가가강!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완전히 뒤집혔다.

쾅!

무한궤도가 허공을 향해.

헛돌았다.

위이이잉...

"사격! 보병 사격!"

장갑차에서 내린 보병들.

K2 소총을 쏘아댔다.

타다다당!

하지만.

티타늄 뼈와 근육을 뚫지 못했다.

챙챙챙!

우리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들의 총을 뺏어 부러뜨렸다.

쩍!

장갑차를 뒤집어.

기동을 불능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쾅쾅쾅!

강변북로를 막고 있던 방어선.

단 10분 만에 붕괴되었다.

자주색 강물을 뚝뚝 흘리는.

500명의 거인들 앞에서.

군인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뒷걸음질 쳤다.

"후퇴! 후퇴!"

"괴물이다!"

"길이 열렸다."

나는 찌그러진 전차 위로 올라섰다.

북쪽을 바라보았다.

남산 타워 너머.

북악산 아래.

청와대.

탄수화물이 잠들어 있는.

에덴(Eden).

"선호야."

내가 통신기를 켰다.

"이제 윤기호가 숨겨둔."

"식량 창고의 문을 따러 간다."

"진우야."

선호의 목소리.

어딘가 이상했다.

기쁨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의 다급함도 아니었다.

뭔가를 깨달은 자의.

멍한 목소리.

"에덴으로 가는 건 좋아..."

침묵.

"근데."

"그 문을 따려면."

"우리가 상상도 못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내가 방금."

"대덕 연구단지 서버에서 빼낸."

"다빈치 데이터의."

"마지막 암호 파티션을."

"해독했어."

선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진우야."

"네피림(거인족)이."

"지구의 질량 결손을 막기 위해."

"태어난 닻(Anchor)이라는 거..."

"그게 끝이 아니었어."

"뭐?"

"지구는 닻을 만드는 것만으로."

"안심하지 않았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종말 스위치(Kill Switch)'를."

"네피림의 유전자 속에 숨겨놨어."

바람이 불었다.

휘이이익...

짧아진 하루 탓에.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

일몰 시각.

"진우야."

"에덴의 쌀을 먹고."

"너희 몸에 완벽한 영양분이 공급되는 순간..."

선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희의 몸에서."

"핵융합의 원료인."

"삼중수소(Tritium)를 붕괴시키는."

"'반(反) 입자'가."

"뿜어져 나오게 설계되어 있어."

나는 숨을 멈췄다.

"그 말은..."

"어."

선호가 확인했다.

"너희들이 진정한 진화를 끝마치는 순간."

"지구상에 있는 모든."

"핵융합 발전소의 플라즈마가."

"연쇄 붕괴를 일으킨다는 뜻이야."

인류가 세운.

무한의 동력.

완전히 꺼지는 날.

우리가 곧.

핵융합 시대를 끝내는.

걸어 다니는 멸망의 스위치.

였다.

작가의 이전글제 10장 다빈치의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