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무게_2
기본기를 갖추어야 한다
돈에는 생명력이 있다. 흐름이 있고 길목이 있고 모여있는 특정 장소가 있다. 중간중간 암초도 있고 걸림돌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 눈에 흔하게 보이거나 쉽게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한 존재감까지 드러낸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라 불리며 흐름의 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존재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큰 그림 작은 그림을 그리며 돈 그림을 그려준다. 손을 내밀고 친절함까지 가지고 있으니 믿음반 부러움 반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이것이 바로 함정이다.
우리는 시장에서 천 원짜리 채소 하나 고를 때도 절대 쉽게 고르지 않는다. 여기저기 살펴보고 100원이라도 깎아야 왠지 뿌듯하다. 그런데 약간의 전문성이 필요한 곳에 들어서면 주눅이 들기 시작하고 옆에서 전문가를 자처하는 판매자가 이해 못할 전문 용어로 설명이라도 해주면 전투력을 상실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설명을 듣고 있는 그 자리는 천 원짜리 채소를 사는 곳이 아니다. 작게는 몇십만 원 크게는 수천만 원이 오고 가는 곳이다. 돈 관리를 목적으로 찾아왔지만 입 한번 못 열고 듣기만 하다가 사인 몇 번 하고 끝난다. 친절함과 평소에 못 보던 대접에 잠시 붕 떠있다가 정신없이 설명 듣고 상황 종결. 잘 부탁한다는 말 한마디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긴 말이다.
직접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도움이 전혀 필요 없는 전문가다. 어차피 전문가가 아닌 이상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그래서 수수료가 있고 수고비를 지불한다. 돈 관리를 맡기는 자가 갑인데 전문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을이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돈에 대해서는 기본기가 갖춰져야 한다. 기본기는 변화무쌍한 돈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필요한 것에 가장 부합되는 상품을 골라낼 수 있는 안목 또한 기본기에서 얻어진다. 돈 관리는 착하고 친절하게 습관화할 수 있는 소심한 결과물이 아니다. 독하고 미울 정도로 강해야 한다. 기본기는 그렇게 만드는 초석이자 마중물이다.
돈 관리의 기본기는 어렵거나 깊이 있는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관심과 습관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관심은 이론적인 배경을, 습관은 지속성 있는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장착하면 기본기는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날로 먹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관계에 대한 이해다. 돈을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듣는 것이 수익률, 이자, 금리라는 용어다. 당연히 돈을 맡기거나 투자해서 원금 이상의 돈이 생기면 그것을 그 크기만큼 원금대비 백분율로 변환한 것이다. 반대로 돈을 빌리거나 했을 때 원금 이상 갚아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자나 금리라는 용어를 쓴다.
이것은 다른 무엇과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것이 바로 시간이다. 이자나 금리는 시간에 의해 그 크기가 변하고 돈에 영향을 미친다. 이 두 가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 중요성을 나타낸다. 관계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붙어있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돈의 크기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하지만 원본의 크기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어야 태산도 만들 수 있다. 이 세 가지, 금리(수익률), 시간, 목돈이 결국 돈 관리에 있어 기본기 중의 기본기로 관심 가져야 할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습관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기본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매일매일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어느 순간 흐름이 눈에 들어오고 방향이 보인다. 이때가 돈 관리의 출발점이다. 전문가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을이 되지도 않는 순간이다.
운동을 하더라도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다.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조금 힘들더라도 자세를 잘 잡은 경우와 자기 편한 상태로 하겠다고 불완전한 자세에서 습관이 생겨버리면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나 확연히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돈 관리의 기본기를 갖추려면 조금 힘들고 귀찮다고 해도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는 관심과 습관을 반드시 들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