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꼬에 대한 단상
우리 아이는 자기 전에 성찰을 많이 합니다.
자신이 보기에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행위를 돌아보며 나중에 지옥에 가면 어쩌나 하고 고뇌합니다.
최근 우리 아이는 X꼬라는 말에 빠졌습니다.
그 나이대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서는 흔한 증상(?) 일 텐데요.
문제는 X꼬라는 말을 남발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우리 가족은 천주교 신앙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는 모태신앙인데요.
어제 우리 아이를 괴롭힌 것은 이와 관련 있습니다.
예수님과 X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단어를 조합하며 웃었다고
자기 전에.
부모님께 고해성사를 합니다.
왜 꼭 자기 전에 이럴까 궁금하긴 한데요.
어쨌든 그 나쁜 생각이 싫고 그 생각이 안 났으면 좋겠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네요.
그러면서 지옥 가는 거 아니냐며 울음바다가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왜 자기 전에 이러냐고요.
아무튼 아이를 안심시켜야 하기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죄를 짓는다는 건 나쁜 생각이나 행동을 자신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이 논리는 중세 기독교학자인 페테 아벨라르(Petrr Abelard, 1079-1142)*의 주장에 기인합니다.
죄란 악덕 그 자체가 아니라 악덕에 동의하는 것이라고요.
나쁜 생각, 안 좋은 생각은 누구나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죄를 지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페테 아벨라르의 설명입니다.
이외에도 종교적인 믿음, 그리고 사랑과 같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맛있게 하품을 합니다.
우리 아이가 이만큼 컸구나..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며 양심이 점차 생기는 시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기특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습니다.
그렇지만 잘 시간엔 좀 잤으면.
오늘의 다짐
아이의 불안을 잘 감싸 안아주자. 아이는 아직 어리고 세상은 아이에게 너무나 크니까.
*출처: 서양 윤리학사(서광사, 로버트 L.애링턴 저, p.222-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