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돌아오는 카드값을 보면서 고민에 빠진다. 오늘 말할까.. 아님 내일 말할까...
또 어디 어디 썼는지 내역서를 보내라고 하겠지..?
나 돈 없다고 또 으름장을 놓겠지..?
벌렁거리는 마음을 안고 카드값을 캡처한 뒤 카톡으로 전송한다.
(내가 아는 한) 10년째 동결된 그의 월급은 2년 전부터 급증한 카드값으로 매달 보이지 않는 무료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아등바등 살면서 아끼고 아껴도 무시와 멸시가 계속되고 몸은 나날이 상해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니, 어차피 먹을 욕 내 몸이나 챙기고 먹는 거나 뭐가 다른가 했다. 그러면서 지출이 늘기 시작했다. 외식도 하고..
본인이 생각한 돈보다 더 쓰면 가정주부인 내가 백만 원씩 이백만 원씩 뱉어낼 때까지 아이교육을 볼모로 삼아 협박을 하는 사람이라 친정에서 야금야금 주신 현금은 죄다 카드값을 보태거나 아이에게 급할 때 들어가 버렸다.
티도 안 나고 사라진 내 돈들.
그간 그는 본인이 그토록 유세를 떨며 벌어온 돈들을 어떻게 하고 나에게 저러는 걸까.. 매일 주식을 한다고 가정에 없는 사람인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벌고 있기는 한 걸까...
본인은 필드를 밥먹듯이 나가고 본인 부모님 대출까지 턱턱 돈을 내어 놓으면서 왜 항상 본인가정에 쓸 돈은 없는 걸까...
지난달부터는 카드값을 보내도 본인이 줄 돈만 주고 나머지는 또 나에게 넘기고 있다.
많지도 않은 나의 펀드는 줄줄이 깨졌고 나의 노후자금은 바닥을 보고 있다.
카드값을 받기 전 2주.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는 이 시간...
능력이라고는 청소와 빨래 애 보기 밖에 남지 않은 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3인 가족의 생필품과 생활품, 식비와 외식비, 아이 학원비와 부대비용까지 이 카드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강남 한복판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그는 알고 있을까...
왜 그는 나에게 주제에 맞게 살라고 매번 돈으로 협박을 하며 그와 그들의 모든 생활은 주제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걸까..
엄마는 왜 같은 옷만 입냐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일하기 편한 옷을 입는 거야 바쁘니까라고 답하는 나의 모습이.. 진통제와 글루콤을 사면서도 눈치를 보는 나의 모습이 오늘은 조금 가엽다.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나만 힘드니까.
현실을 즉시하고 조금씩 살 궁리를 위해 발버둥을 쳐본다.
독립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알아내야 한다.
오늘 숙제.
시간을 무조건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체력을 무조건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