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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현 May 29. 2024

설명서를 읽지 않는 그대는 얼마나 그 제품을 이해하는가

회사에 입사를 하고 들은 가장 많은 이야기 중 하나는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는 말이었다. 어떤 임원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지는데 그 임원이 그렇게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 그 말을 흘려들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사람들은 그 평과는 관계없이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그 시절의 동경 때문인지 하나같이 그 말을 신입 직원들에게 해주었다. 근데 그 말을 신입 직원들에게 충고처럼 하는 게 올바를까?


‘일 못하는 애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 내가 일을 하다 실수를 하고 죄송한 마음에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상사에게 말 한 이후 돌아온 대답이었다. 이후 이어지는 말은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 그때는 ‘그래 잘하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만약 지금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입 밖으로 뱉지는 못하겠지만 속으로 생각하겠지 ‘너나 잘하세요’. 과정보다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결과를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은 열심히 보다는 잘해야 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위치라면 다른 조언을 해 줄 것이다. ‘어떻게,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라’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또 일을 처리하는 동안 주변에서 ‘예전에 사례를 참고해 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과거에 비슷한 일을 처리한 사례를 찾아서 일을 처리하다 보면 기계적으로 일이 몸에 익는다. ‘이 일을 할 때는 이렇게, 저 일을 할 때는 저렇게’ 근데 정작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초임시절 하던 일 중에 별다른 변수 없이 진행되는 일이 있었다. 나보다 업무경력이 오래된 직원에게 ‘왜 이 일을 하나요?’ 물어봤는데 왜 이 일을 이렇게 처리하고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근데 다른 일 또한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많아졌고 이런 일이 많아질수록 일에 대한 이해가 낮아져 더 복잡한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가 일을 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이 일을 해야 하고 완료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있고 이런 과정을 거쳐 큰일이 완료된다.  하지만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과정에 대한 고민과 이해가 없다면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인지할 수 없다. 특히나 일이 처리되는 과정을 알고 있어야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완료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다. 그 과정을 모른다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을 하게 되고 매뉴얼 대로 따라가며 일을 처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매뉴얼을 벗어나는 일이 발생한다면 해결이 어려워진다. 나는 그래서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일을 하기 전, 하는 동안에 숙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일을 하는데 실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실수의 이유를 알고, 왜 이 실수가 일어났는지 또 이 실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알 수 있어 실수로 인해 안 좋은 결과를 예방할 수 있고 일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어 일의 하는데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을 처음 한다면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떠올리고 던져야 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선 결국 일이 일어나고 처리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왜 하는지, 일의 진행 과정을 모른 채로 일을 처리한다면 처음이야 서툴러서 더 신경 써서 일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처음보다는 경계를 풀게 되어 실수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과정을 다 이해하고 일의 목적을 알고 있다면 작은 실수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이 실수를 지금 바로 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뒤에서 수정이 가능한 부분인지 판단할 수 있어 일의 결과가 안 좋게 나오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한 실수가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몰지 모를뿐더러 언제 다시 이 실수를 수정할 수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어 작은 실수로 일을 망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내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뒤 많은 일이 주어졌다. 직장 내 사람이 많이 없기도 했고 단순 반복업무가 많은 탓에 업무가 많이 주어졌는데 그때는 단순한 업무기도 했고 나와 함께 일을 하는 선임이 나의 실수를 수정해 주어 일이 문제없이 돌아갔다. 하지만 일을 하는 환경과 업무가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일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내가 실수를 해도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나중에는 일을 하는 게 무서울 정도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고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수를 해도 즉시 수정을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다음 수정 기회에 수정을 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큰 부분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일의 능률도 높아졌다.


우리는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충고를 듣는다. 잘해라, 열심히 해라. 모두 좋은 말이고 중요한 조언들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일을 하는지 또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어떻게 해야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과정에 대한 이해다.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열심히만 한다면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 있고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일을 한다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일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한다면 열심히 보다는 잘해야 하는 위치에 이를 수 있다. 나는 처음 일을 하는 동료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이 일이 진행되는지 알고 일을 대하면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업무가 더 수월해질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주변 처음 일을 접하는 동료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조언을 해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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