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가을밤이 화려해졌다

'진주 남강 유등축제'에서 즐기는 경상남도 진주의 아름다움

by 희재

<2013년 10월에 다녀온 축제입니다.>


진주의 가을밤을 화려하게 밝혀줄 진주 남강 유등축제

벌써 10월이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무섭던 더위를 버티다 보니 어느덧 달력이 10월로 바뀌어 있었다. 가을은 소리 없이 왔고, 슬슬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가을은 그렇게 조용히 제 할 일을 할 것이다. 10월의 가을, 진주는 특별해진다. 진주의 가을밤을 화려하게 밝힐 축제, 바로 진주 남강 유등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2014년을 마지막으로 진주 유등축제는 유료화로 바뀌었다. 진주시의 예산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어찌 되었건 유료화로 바뀐 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가지고 전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주에 수식어를 붙여준다면, 그것은 "흥미로움"이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 40분.

서울역에서 KTX로 3시간 30분.


절대 가깝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경상남도 진주. 내게는 거리는 멀지만 마음으로는 매우 가까운 도시였다. 조금 특별한 곳이라고 해두지 뭐. 한동안 공군을 정말 많이 좋아했었는데, 공군교육사령부가 있는 도시였기에 더욱 애착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내가 진주를 처음 찾게 된 것은 2012년이었다. 지방에서 잠시 일을 할 기회가 있었고 그곳을 기점으로 하여 남부지역 곳곳을 다니면서부터였다. 버스와 기차가 닿는다면 어디든 간다!라는 사람이었던지라, 친구들은 나를 보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과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서울 토박이가 서울보다는 지방의 도시들을 찾아다닌 것은, 서울의 편리함보다 지방의 소박함을 좋아했던 이유였으리라. 그렇게 처음 찾은 진주는 흥미로운 도시였다. 진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강, 촉석루, 진주 수목원, 진양호 등등. 곳곳이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은 도시였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이야기

임진왜란과 진주를 연결하는 하나의 연결고리. 바로 김시민 장군이다. 치열했던 진주대첩 속에서 남강에 띄운 유등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왜군을 물리칠 군사기술이자, 진주성 밖의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할 통신수단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유등놀이는 점차 발전하여 오늘날 진주를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등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2009년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등불축제를 개최했다. 이를 시작으로 진주시와 서울시의 갈등은 커져만 갔는데 작년에 상생을 목적으로 협약을 체결했단다. 축제의 명칭을 변경하고 내용도 차별화한다는데. 글쎄, 구경거리가 충분한 서울시에서 굳이 지방의 축제를 비슷하게 해야 하는가, 에 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서울시민이지만 청계천의 축제가 좋게만 봐지지 않는 이유이다.




가을밤, 남강이 물들기 시작하다.

진주의 가을바람은 시원하다. 가을 강바람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차갑다. 하지만 축제장 곳곳을 꾸미고 있는 다채로운 즐길 거리들을 보다 보니 쌀쌀함은 잊혀갔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 느지막한 오후였던지라 교통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때는 몰랐다. 어둠이 내린 후의 도로 상황을. 그렇게 신나는 마음을 안고 축제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아직 어둠이 찾아오지 않아 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루할 틈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관광지에 붐이 일기 시작한 벽화도 빠지지 않고 있었다. 이곳의 콘셉트는 ‘어린 날의 추억’인가 보다. 어릴 때 한 번쯤은 해봤을 벽에 낙서하기, 그중 “누구랑 누구랑 얼레리 꼴레리래요~”라는 아주 익숙한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부르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멜로디로. 잠시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한다.


조금씩 어둠이 깔리자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등에서도 휘황찬란한 불빛이 나오기 시작하며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듯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겨볼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유등 구경에 나섰다.

남강은 진주성을 품고 있다.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순국한 곳이 바로 진주성 촉석루이다.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 바로 남강과 진주성인 것이다. 남강에 띄어진 유등을 찍자면 진주성의 모습도 함께 담기곤 했다. 진주성과 남강, 그리고 유등. 이 셋의 조화는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박혁거세 신화가 담긴 유등. 뒤에 보이는 곳이 촉석루이다.


강 한 편에는 역사적인 내용이 담긴 등이 있었다. 알에서 나왔다는 박혁거세의 신화부터 임진왜란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알려주는 내용의 유등도 빠지지 않았다. 용을 비롯하여 유니콘, 백호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등도 많이 있었다. 지상에 세워진 등에는 역시나 어린이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다 큰 내가 봐도 예쁜데 어린아이의 눈에는 얼마나 예쁘게 보였을까, 싶어 사진은 잠시 양보했다.



밤의 불빛은 왜 그렇게 화려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어둠을 밝혀주는 것이 빛의 역할인데 그 이상의 것을 하는 것만 같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주고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등에 자신들의 소원을 적어 하늘로 띄우기도 하고, 걸어놓기도 한다. 그것이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은 도시도 있고. 진주에서는 사전에 신청을 받아 등을 써서 올리는 행사를 했었다. 그것이 하나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안동의 월영교가 아닐까 싶다.


가을밤은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가을밤은 긴긴 겨울밤에 비하면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값지다. 그 값진 하룻밤을 진주에서 보내게 된 그날은 잊지 못할 행복함에 가득 찬 순간이었다.


2013년은 기존의 유등축제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크게 축제를 열었던 해였다. 진주 남강을 기본으로, 진주성까지 유등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서울시의 등불축제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는 말도 했다고 하는데 진위여부는 확인이 어려우니 패스.



남강 위에 띄어놓은 유등들에게 눈길을 한 번씩 주며 발걸음을 옮기니 어느덧 진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주성의 유등은 어린이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내용이었다. 슈렉, 니모 등 익숙한 캐릭터들을 기본으로 전래동화 만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친숙한 캐릭터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도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것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가을밤을 만끽했다.



밤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은 황홀하게 색색의 빛을 내뿜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나를 한 번 더 봐주세요, 나 예쁘죠?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어때요? 내 표정은요?

이렇게 말을 걸어주는 것만 같아, 나지막이 대답해주었다.


응, 너 정말로 예뻐. 내 맘에 쏙 들어.


신나게 놀고 있는 어린이들

< 우리나라 특유의 해학성이 돋보이는 십이지 간 >



짧은 가을밤을 붙잡아둘 수 있다면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 황홀한 가을밤을 느끼고 싶다면 진주 유등축제가 제격이 아닐까 싶다. 밤에는 유등축제를 즐기고 낮에는 진주성에서 산책을 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가을을 잠시나마 붙잡아둘 수 있다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진주 촉석루에서의 추억 한 장을 꺼내보니 미소가 지어진다.


진주의 가을밤은 오늘도 화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