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대표여행지 4. 이탈리아 피렌체 2편
피렌체에서 3일간의 추억을 만들고 돌아온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4년, 1400일이 훨씬 넘는 시간의 흔적이 그리워질 때면 카메라 속에 담아온 두오모와 시뇨리아 광장을 뒤적거려보곤 했다. 혹여 그리움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다행히 잃지 않았고, 잊지 않았음에 행복했다. 내 뺨을 감싸주었던 햇살, 콧속으로 들어왔던 공기의 냄새, 귓가로 스며들었던 알아듣지 못할 언어까지, 모두.
카메라 속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기억의 향수를 한번 뿌리고, 다시 넣어 놓기를 반복하는 동안 피렌체에서의 추억은 서서히 마음을 적셔갔다.
큐폴라의 갈색은 신비로움에 휩싸인 듯, 조심스러웠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냐고 했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나는 그렇게 두오모 앞에 서 있었다. 찬란했던 르네상스 시대로 나를 불러들이는 마법 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쩜,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멋이 있는 외관과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주고 있는 큐폴라를 보고 있으니 ‘아, 피렌체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칭찬이라는 녀석은 ‘여기까지 왔는데 큐폴라에는 올라가 봐야지!’라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 나는 칭찬에 약한 사람이었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음을 깨달은 순간, 이미 생각은 제 역할 하기를 멈추었고 두 다리는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다음은 지갑의 순서였다. 지갑에서 꺼낸 유로화 동전을 매표소에 건네고 오르고 또 올라야하는 긴 여정을 기어이 시작하고야 말았다. 어떠한 방해물도 없이 온전히 나의 의지로.
하지만 올라가며 생각한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 올라왔을까? 이 빙글빙글 도는 돌계단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 표정이 굳어가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속도가 점점 느려질 때 즈음, 내려오는 관광객들은 한마디씩 꼭 하고 지나갔다.
“얼마 안 남았어요!”
네네, 당연히 그렇겠죠. 부디 그러길 바랍니다. 참 희한하기도 해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얼마 안 남았어요! 힘내요”라는 말은 공통으로 하는지. 장소와 상황도 꼭 닮은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정말 끝이 보인다’라는 희망의 힘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놓았다. 약하디약한 나의 체력을 원망하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운동 좀 하자 제발! 지켜지지 않을 다짐을 수없이 되뇌었다.
얼마나 더 올랐을까,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땀방울로 반짝거리는 이마를 어루만져주는 바람의 손길이 고마웠다. 밑에서 올려다보면서 ‘올라가면 이런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겠구나.’라고 싶었던 광경이었지만, 여전히 놀랍고 여전히 경이로웠다. 다음 순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역시! 올라오길 잘했어. 여기까지 와서 올라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겠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니, 고생한 보람이 있어! 정말 낭만적이야. 평생 잊지 못할 만큼.”이라고 스스로 또다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 아마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나라면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일 거다.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 나는 조토의 종탑에 올라 어제 올랐던 큐폴라를 바라보았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정확하게 맞춰진 균형미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파란 하늘과 대조된 붉은 갈색은 더욱 강렬했고, 완벽한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문득 혼자라는 사실에 외로워졌다.
한국을 떠나올 때, “나 없는 대한민국과 서울을 잘 지키고 있어! 내가 사랑하는 나의 청계천도 잘 지키고 있고!”라는 유치한 부탁에 “그래그래, 걱정 꽉 붙들어 매고 몸 건강히 잘 다녀와!”라며 든든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던 남자친구, 현재의 남편이 참 보고 싶어졌던 날이었다.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작은 선물로 달래보기로 했다. 비록 카메라 속에 그는 없지만, 그곳의 물건이 그가 마주할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면. 내가 만든 추억의 연장선이 되어, 소중한 순간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피렌체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더몰’에서 큐폴라의 갈색빛을 머금고 있는 작은 카드 지갑을 발견했다. 갈색, 좋아하지 않는 색이었는데 피렌체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고민 없이 선택 했다. 그에게 피렌체의 감동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새로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나가길 희망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그의 손에 선물을 전해줬을 때, 그의 표정만큼이나 새 지갑은 밝은 빛을 냈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을 그와 피렌체는 함께 보냈다. 때로는 정장 바지 주머니 속에서, 때로는 가방 안에서. 큐폴라를 함께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언제나 그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식탁 한구석에 올라와 있는 나의 피렌체가 눈에 들어왔다. 부드럽게 빛나던 갈색 가죽은 세월의 흔적을 비껴가지 못했고,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다. 이제는 깊고 은은한 빛을 내는 지갑을 보고 있으니 새것이 주는 기쁨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멋스러웠다. 그리고 욕심을 내보았다. 자연스러우면서 깊이 있는 멋스러움이 우리 둘이서 만들어갈 미래이길 말이다.
소소한 팁 하나.
허니문을 온 부부라면 더욱이 두 곳을 같은 날 오르지 않기를 추천한다. 빠듯한 일정에 욕심을 냈다간 나머지 일정을 함께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두 명 다 체력이 고갈되어 예민해지거나 어느 한 명이 예민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디 여유롭게 일정을 계획하거나, 두 곳 중 하나를 선택하여 오르는 게 현명한 일이다.
소소한 팁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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