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빚은 도시, 피렌체

신혼여행 대표여행지 3. 이탈리아 피렌체

by 희재



"피렌체요, 피렌체가 가장 좋았어요."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에서 여행 이야기는 언젠가부터 빠지지 않는 소재가 되었다. 그들이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듣는 일도, 내가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도 꽤 재미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주 등장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유럽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라는 물음이었다. 별거 아닌 듯하지만, 막상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여행사 직원으로서 고객이 질문을 던지는 상황이 그렇다.

여행이라는 게 흔히들 말하는 '취향을 타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정말 많이.


하지만 여행사 직원과 고객의 관계가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한 도시의 이름을 말하곤 했다.

"피렌체요, 피렌체가 가장 좋았어요."


런던, 파리,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베로나,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를 통틀어 40일 정도의 일정에서 피렌체에서 머무른 시간은 채 3일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피렌체가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유는 도시가 가진 묘-한 느낌 때문이리라.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내가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깊이 빠져들어 봤던 시간도 한몫했을 거다.


P1018081.jpg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지붕의 두오모는 바라보기만 해도 왜 그렇게 애절했을까.

노을이 짙게 깔린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내려다본 피렌체 시내는 어쩜 그렇게 황홀했을까.

이 모든 게 작지만, 낭만이 가득했던 도시 피렌체가 내게 준 선물이었다.


P1017899.jpg



영화는 영화일 뿐이야, 그렇지만 나에게도.


간혹 그런 경우가 있었다. 피렌체라는 지명은 모른 채, "있잖아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나온 곳이요."라고 수화기 너머로 질문을 던지던. 준세이와 아오이가 만났던 그 도시를 가고 싶다던.


그곳에 가면 그들처럼 서로에게 애절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 가면 그들처럼 서로를 그리워할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영화는 영화일 뿐이야,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혹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조그마한 기대를 하고 피렌체행 열차표를 구매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듯싶다.

그만큼 피렌체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였으니까.


일생의 소중한 순간, 소중한 사람인 배우자와 함께 하는 여행지로 피렌체를 선택했다면 그 선택에 기꺼이 박수를 치겠다. 유럽은 허니문의 낭만과 잘 어울리는 도시가 많지만 그중에 프라하, 파리, 그리고 피렌체는 특히 더욱 그러하다. 이 세 도시에서 찍은 허니문 스냅을 볼 때면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눈빛에서, 서로의 팔을 감싸고 있는 손끝에서 묻어나오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신혼부는 피렌체에서 사랑을 속삭이곤 했다.


P1017910.jpg
P1017931.jpg
P1017945.jpg
P1018074.jpg
P1017954.jpg
P1017965.jpg



사랑을 속삭이기 좋은 장소, 미켈란젤로 언덕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강렬하게 붉은빛을 내뿜는 두오모는 분명히 아름답지만, 오르는 일이 쉽지는 않다. (다음 편에 쓰겠지만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두오모와 조토의 종탑을 하루 만에 오른 여대생도 있긴 했었다) 게다가 짧은 여행 일정에 무리한 체력소모는 서로에게 스트레스만 쌓이게 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미켈란젤로 언덕을 선택한다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꽤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뜨겁게 내리쬐던 햇볕이 조금씩 사그라들 때 즈음, 미켈란젤로 언덕을 향해 손을 잡고 걸어보길. 조용히 흐르고 있는 아르노 강은 뜨거웠던 한낮의 열기를 식히며 분위기를 한결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노부부가 나즈막이 서로에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처럼. 젊음이 머물렀을 때의 뜨거웠던 감정은 사그라들었을지라도 그것이 사랑이 아님은 아니다. 서로를 보듬어주며 흘러가는 시간을 묵묵히 함께 하는 것도 사랑이니까.

파란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랏빛과 자줏빛으로 바뀔 때쯤, 피렌체의 낭만은 고조된다.


물론 미켈란젤로 '언덕'이라는 이름값은 톡톡히 한다. 오르막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지를 걷는 일보다는 당연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두오모에 오르는 일보다는 체력소모가 덜하니, 두오모에 오를 엄두가 나지 않는 신혼부부라면 미켈란젤로 언덕을 선택함이 현명할 수 있겠다.


미켈란젤로 언덕에는 그 유명한 다비드상이 들르는 사람들을 맞이해준다. 물론 복제품이지만, 피렌체라는 도시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에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시뇨리아 광장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재료는 '대리석'임에도 지점토를 주물러 만진 듯한 표현이 굉장히 놀라웠다. 나에게 지점토를 쥐여주고 만들어보라고 해도 인체의 섬세한 근육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복제품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조각상이었다.


P1017976.jpg
P1017997.jpg
P1018010.jpg


이곳에서는 모든 순간이 예술로 남았다. 거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함께 빚어져 '우리'라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조각상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피렌체는 그런 도시였다.

핑크빛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신혼부부에게, 새로 시작하는 연인에게 그들만의 꿈을 선물해주는 그런 멋진 도시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