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베니스에서 함께 있다면

신혼여행 대표여행지 2. 이탈리아 베니스

by 희재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에

내 옆자리를 지켜줄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조금 덜 긴장하고

조금 덜 경계하고

조금 더 마음의 문을 열고 바라보는 것.





베로나를 떠나는 17시 59분 열차를 타고, 베니스 산타루치아 역에 19시 10분에 도착했다. 혼자 처음으로 하는 유럽 배낭여행이 어지간히 긴장되었던지, 지금 당시의 사진첩을 찾아보면 열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덜 긴장하고, 좀 덜 경계할걸. 한 번쯤은 용기 내어 카메라를 꺼내 볼걸. 여행의 막바지에 달했음에도 소매치기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은 나에게서 여유로움을 앗아갔다. 열차 안에서 본 창밖의 풍경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던 노래와 함께 기억으로는 존재하고 있지만, 눈으로 다시 볼 길이 없었다. 아쉬웠다. 멋진 풍경을 하나쯤은 사진으로 남겨놨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P1016958.jpg 숙소를 나서는 길에 보인 녀석. 각 잡고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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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는 메스트레 역과 산타루치아 역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용산역과 서울역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두 역 사이에는 10분 정도의 시간이 존재한다. 일상에서의 10분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에게는 낯설기에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산타루치아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혹여 지나칠까 봐, 나는 두 손에 티켓을 꽉 쥐고 옆에 있는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몇 번을 물어보았다.

“여기가 베니스에요?”

“베니스 메스트레 역이야, 너는 다음 역에서 내리면 돼. 베니스 산타루치아 역.”


사람 헷갈리게 왜 역을 두 개나 만들어놨냐고, 자칫하면 잘 못 내리겠다고. 조그마한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긴장감 속에서 무사히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했고, 길을 따라 예약한 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이탈리아는 대표적으로 숙박료 외에 CITY TAX를 부과한다. (요즘에는 스페인, 프랑스 등등 유럽 곳곳에서 부과한다) 등급이 높은 숙박시설일수록 CITY TAX가 더 비싸지는 게 일반적인데, 기본적으로 물가가 저렴하지 않은 베니스에서 저 녀석까지 내고 나면 하루 숙박료가 꽤 된다. 베니스의 숙박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었는데, 피렌체나 로마보다 가격대비 시설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국제적인 행사가 있는 시기에는 숙박료가 천정부지로 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럴 때는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본섬이 아니라, 메스트레역 근처의 호텔에 머무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본섬여행을 위해서는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해야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숙박요금과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인 시설을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머물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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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17006.jpg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종탑에 올라서.


베니스는 ‘물의 도시’라는 수식어답게 대운하를 끼고 있다. 수상 버스 격인 바포레토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부라노 섬, 무라노 섬, 리도 섬까지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짧은 편이다. 그런데도 낭만적인 경험임은 틀림없다. 물살 위로 떨어져 바스러지는 햇살을 보는 시간이 특히 그렇다. 하얀 물보라는 흡사 맥주 거품 같아 청량감마저 든다.

우스갯소리를 해보자면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에게, 특히 여성에게 치명적인 곳이 될 수 있다. 바포레토에서 선착장에 밧줄로 묶어주는 남자마저 눈부신 곳이 여기였으니까. 짜증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정도의 빛나는 사람이었다. 배경 좋고, 주인공 좋고. 이러니 베니스가 기억에서 잊힐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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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의 시간을 베니스에서 머물렀지만,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나니 베니스를 여행한 시간은 이틀뿐이었다. 그마저도 하루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시간을 쓰고 하루는 부라노와 무라노를 다녀왔으니 본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하지만 욕심내지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이탈리아 여행은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는 게 속이 편하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렇긴 하지만, 특히 이탈리아는 보수공사를 한번 시작하면 몇 년씩 하는 편이라서 관광지를 보고 싶다고 모두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다녀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로마 트레비 분수가 보수공사에 들어갔고, (물론 지금은 보수공사가 완료되었다) 얼마 전까지는 베니스 리알토 다리가 보수공사에 들어갔었단다. 유럽 여행에서 보고 싶었던 관광지를 모두 볼 수 있음은 대단한 행운임을 잊지 말고, 욕심내지 않고 여행하시길.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의 종탑에 올라 물 위에 떠 있는듯한 베니스를 바라보고, 숙소 근처 골목골목의 소소한 풍경을 담으며 베니스의 오후를 즐길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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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를 찾는 많은 이유 중, 공통으로 빠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곤돌라 탑승’이다. 곤돌리에의 능숙한 솜씨로 움직이는 곤돌라를 타고 바포레토가 지나지 않는 작은 물길 곳곳을 누빈다. 땅에서 발을 떼어 곤돌라로 옮겨 놓을 때 순간 철렁하지만, 금세 곤돌리에의 호흡에 적응한다. 곤돌라도 그 호흡에 맞추어 앞으로 나아가고, 여행자들은 순간을 즐긴다. 찰랑찰랑 곤돌라에 다가와 부딪히는 물살이 마음을 적셔올 때쯤, 40분이 지나 가버렸음을 깨닫고 곤돌리에의 에스코트를 끝으로 땅을 밟아야 한다.

곤돌라 탑승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기 때문에 2인보다는 인원을 모아 4~6인이 함께 타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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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17019.jpg 곤돌라 휴식중입니다


베니스가 다른 도시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거리를 다니는 차량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동수단은 나의 튼튼한 두 발과 바포레토, 그리고 수상 택시 뿐. 불편함은 여행의 또 다른 면이니, 불평 대신 편안한 신발을 준비해가는 것은 어떨까? 도심을 가득히 채우는 매캐한 매연과 시끄러운 경적 대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는 환상적인 장소를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P1017412.jpg 리알토다리에서 바라본 모습.
P1017415.jpg 여기가 그 유명한 리알토 다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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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보통 이탈리아로 허니문을 떠나는 예비부부들은 5박 7일 또는 6박 8일 일정으로 베니스-피렌체-로마를 중심으로 여행한다. 자유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가 걱정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수단이다. 기타 도시에서는 택시 이동이 편리하기는 하나, 베니스는 섬이라는 특성상 금액대가 저렴하지 않다. 때문에 수상 택시 대신 공항 셔틀을 추천한다. 아래의 사이트에서 시간표 및 금액을 확인할 수 있으니, 항공권의 목적지가 베니스이거나 베니스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이라면 확인해보자.


http://www.atvo.it/index.php?lingua=en


최대 6박 8일의 일정에서 베니스, 피렌체, 로마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란 사실 어려움이 많다. 이동시간도 고려해야 하고, 입출국 스케줄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관광지를 보려고 하기보다는, 그 도시에서 꼭 해보고 싶었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을 위주로 코스를 짜는 것이 현명하다. 결혼식 후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와서 아침부터 돌아다니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것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내 옆의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을 즐기는 행운을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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