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떤 색의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신혼여행 대표여행지 1. 이탈리아 베니스 부라노 섬

by 희재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그 사람.

내가 30년 동안 살아오며 만들어 낸 ‘나의 고유한 색’

그 사람이 30년 동안 살아오며 만들어 낸 ‘그의 고유한 색’

서로 다른 두 색을, 보기 좋은 색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굳이 힘들게 섞으려 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조화롭게 배치하면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이 될 거야, 베니스의 부라노 섬처럼 말이야.




한여름의 부라노 섬은 뜨거웠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볕과 습습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물린 표현이지만 딱 정확한 말을 찾자면 찜통 같은 더위랄까. 숨을 들이켜기도 힘든 날씨임에도 부라노 섬으로 떠난 이유는 알록달록한 색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장난감 마을 같기도 하고, 동화 속 마을 같기도 한 그런 곳을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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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본섬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40분 정도를 시원한 물길을 달리면 부라노 섬에 도착한다. 바로 부라노 섬으로 가도 되고, 중간에 무라노 섬을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 부라노 섬으로 향하는 바포레토를 탑승해도 된다.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을 잠시 들러서 투명하게 온 세상을 담고 있는 유리공예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유리제품을 꽤 좋아하는데, 유리로 만든 작품은 투명하고 깨끗한 세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기념품일지라도 소중하고 값지다. 무엇보다 유리를 제조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는데, 더운 여름날에 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부라노 섬에 도착하니 사진으로만 봐왔던 색색의 집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원한 푸른색부터 노란색, 주황색, 분홍색,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까지. 세상의 온갖 예쁜 색들은 다 가져다 입혀 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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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놓인 예쁜 꽃들이 집주인들의 배려같이 느껴졌다. 뭐, 실상은 꽃들이 광합성을 하게 함이었을지 모르지만. 허전할 수 있는 창문에 아름다운 꽃이 있으니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카메라에 담고, 내 눈에 담고, 내 마음에 담고. 그리고는 이뤄지기 힘든 생각을 해본다.


‘한국에 돌아가면 창가에 꽃 화분을 하나 놓아볼까. 내가 놓은 꽃 화분을 보고 어느 누군가는 잠시나마 아름답다고 생각해줄 수 있을까.’ 라고.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특히 서울에서는 지나가던 사람의 눈에 창가의 화분이 들어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딱 한 곳을 제외하고는. 회사 근처에 꽃집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에 산책할 때쯤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과 그 빛을 흠뻑 머금고 있는 꽃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어느 날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꽃집에 들어가 드라이플라워 꽃다발을 하나씩 사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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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을 부라노 섬에서는 어렵지 않게 보고, 감동한다. 그게 부라노섬이 가진 매력이고, 부라노 섬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어느 집은 달콤한 파스텔 색조로, 어느 집은 태양만큼 강렬한 색으로 집에 옷을 선물했고, 집은 주인에게 받은 선물을 여행자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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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노 섬은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좋은 장소다. 바쁜 듯 움직이지만, 누군가는 나무 그늘 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혼자 커피 한잔을 마시며 부라노 속의 낯선 이들을 감상하기도 한다. 그렇게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의 여행을 즐기는 곳이 부라노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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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즐거움을 놓칠 수 없기에 신혼여행을 떠나는 수많은 예비부부가 부라노 섬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짧은 일정에 갈 수 있는 도시가 한정적인 데서 나오는 질문.


베니스가 좋아요, 피렌체가 좋아요?


이런 종류의 주관적인 답변을 필요로 하는 질문은 답변하기가 참으로 곤란하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에 이은 어려운 질문이랄까. 누군가에게는 베니스가 더 좋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렌체가 더 좋았을 테니까. 각자에게 다가오는 도시의 느낌이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될 수 있으면 답변을 피하려고 하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들의 결정에 조금이나마 방향을 잡아주길 원하기 때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하곤 했다.


좀 더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인 느낌을 원하신다면 베니스보단 피렌체가 좋고요,

운하를 끼고 있는 도시에서 곤돌라도 타보고, 주변의 아름다운 섬을 여행하고 싶으시면 베니스가 좋습니다.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예약 통계를 내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베니스와 피렌체를 선택하는 비율이 각각 거의 비슷했다. 역시, 사람마다 원하는 취향이 다르구나. 그러니 신혼여행을 계획하는 분 중에 베니스와 피렌체를 놓고 고민 중이라면, 부디 본인의 취향을 고려해서 선택하시길.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여유로운 일정으로 두 곳 모두 여행하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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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부라노 섬,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내 옆의 사람과 이제부터 함께 만들어갈 우리의 집을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tip.

베니스 여행 중, 베니스 비엔날레와 시기가 겹친다면 관람해보는 것도 좋다. 2년마다 개최되는데 현대미술을 다루다 보니 조금 난해할 수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경험이다. 작가들의 놀라운 상상력과 표현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http://www.labiennale.org/en/bienn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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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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