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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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 서로 달라서,
이기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그들의 가족사이에서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살아있는 존재는
알게 모르게, 서로를 치유한다.
함께 산다는 건,
상처의 발생과 치유를 반복하게 한다.
가족 안에서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들도 있지만.
그들도,
숨 쉬는 어느 순간,
본연의 나와 닿는다.
그 순간 만큼은,
그 사람은 우주다.
관계속에서 얼만큼 치졸하게 사는지와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