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0313]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by 문태준
만일에 내가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창백한 서류와 무뚝뚝한 물품이 빼곡한
도시의 캐비닛 속에 있지 않았다면
맑은 날의 가지에서 초록잎처럼 빛날텐데
집밖을 나서 논두렁길을 따라 이리로 저리로 갈 텐데
흙을 부드럽게 일궈 모종을 할 텐데
천지에 작은 구멍을 얻어 한 철을 살도록 내 목숨도 옮겨 심을 텐데
민들레기 되었다가 박새가 되었다가
구름이 되었다가 비바람이 되었다가
나는 흙내처럼 평범할 텐데
#시 #내목숨도 옮겨 심을텐데 #흙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