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일기 네 번째 이야기

2차로 chill-하다.

by 몽환

2차 chill time이 다가왔다.

10시에 우리는 정해진 위치에서 만났다.

(앞으로 친구 커플을 통칭하여 옹수라고 부르겠다.)

옹수는 차로 나를 픽업했고 송정으로의 짧고도 긴 여정이 시작됐다.


오래전 아버지의 회사에서는 송정에 피서지 휴게실을 운영했었다.

매년 피서철만 되면 우리는 가족들끼리 그곳을 갔다.

샤워시설이 있고 돗자리를 펴면 그곳은 우리의 공간이 되었다.

차가운 바다에서 실컷 놀다 보면 어느새 차가워진 몸을 이끌고 엄마가 끓여준 백숙이나 라면 따위로 몸을 녹였다.


그 어릴적에 누렸던 오래된 감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의 어릴 적 추억이 녹아 있는 곳을 향해 옹수의 붕붕카를 타고 향하는 길은 무척 설레는 일이었다.

우리는 첫 코스로 24시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를 선택했다.

밤 11시쯤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는 달달한 케이크와 각자 음료를 시켰다.

일을 마친 뒤 일과를 마무리하기 전 좋은 시간을 남겨주고 싶다던 그들.


우리가 어딜 가든 그들의 예쁜 마음이 전해져 추억을 남겨줄 것이 분명했다.




옹수와 대면한 건 이번이 세 번째였다.

길었던 시간 틈이 있지만 우리는 짧은 만남 뒤에 꽤나 편안한 사이가 된 것 같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 그녀의 반쪽이 된 그는 당연히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둘은 엄청 닭살 커플이었다)


나는 그가 편했고 새로운 친구가 생긴 기분도 느꼈다.





함께 바라보는 바다는 무척 아름다웠다.

송도의 밤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이렇게 빛나는 바다마을이 있는 것을 왜 몰랐을까?

바다 바람은 시원했고 인디고 빛 하늘은 은은하게 빛나는 듯했다.

재회의 수다를 하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관심사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했다.

피곤한 기색도 없었다.


우리는 커피와 케이크를 시작으로 야식 원정대가 되어 발길을 옮겼다.

다음 행선지는 무인 라면을 판매하는 공간이었다.




야외에 자리한 이 공간은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주는 것보다 더 높은 뷰를 선사했다.

높은 계단을 오르던 우리는 각자의 최애 라면을 선택하고 물을 부었다.

시끌시끌하던 준비를 마친 우리는 준비된 공간에 앉아 라면을 먹었다.

달리 별미가 있을까?



우리는 이런 소소한 라면하나도 나중에 추억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좋고 비싼 곳 보다도 이런 특별한 마음이 전해지는 여정 중 먹는 투박한 분식이 기억이 오래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송정에서 해수욕을 마친 후 먹던 라면이 떠올랐다.

몸을 녹여주는 기분에 미소가 가득했다.



늘 가던 광안리나 해운대는 참 익숙했는데 송정도 정말 좋았다.

부산에서의 여행을 준비한다면 꼭 차를 빌려서 새벽의 송정을 누리기를 추천한다.


나는 옹수 덕분에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신나게 돌아다니는 자유로움을 실컷 만끽했다.

고민 없이 발 따라 길 따라 걷는 길에 시간은 잊고 친구들과 추억 남기기에 바빴다.

송도에는 트럭푸드가 많았고 24시 카페들도 많았다.


젊은 청춘들이 하루정도 방랑해도 좋을 마음씨 넓은 바다처럼 보였다.



우리는 긴 시간을 기다려 닭꼬치를 먹고 난 후

송정의 별미인 토스트를 먹기로 했다.

자극적인 패스트푸드지만 순한 구운 달걀이 속을 잔잔히 달래주었고

우리는 사이좋게 반반 나눠 먹었다.



"아~ 좋다! 이 순간을 많이 많이 남겨야지"


어린애 같은 철부지처럼 순간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 나 그리고 그들.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하나 더 추가했다.

이 순간엔 지난 시간들의 아픔도 현실의 답답함도 없었다.

그저 이 순간 잘 즐기고 마음속에 예쁘게 그려 놓아야지라고 속삭이며,

나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인형 뽑기 가게를 마지막 투어지로 결정했다.

친구의 반쪽과 닮은 가필드 인형을 보았는데 왠지 정감이 갔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를 하는 우리들.

하나의 인형을 뽑기 위해 나도 한번, 너도 한번 시도했다.

누가 뽑았는지는 상관없었다.

그리고 누가 가지는 지도 상관없었다.



몽환의 2차 chill time

우리는 그 가필드 인형하나에 같은 기쁨을 느꼈고 그 순간은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천진난만하게 곧 우리가 인형을 뽑는다며 놀러 온 관광객들에게 얼른 같이 보라고 넉살부리던

친구의 반쪽.

그 덕분에 가게에 있던 우리들은 모두 같은 인형을 가슴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