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란
단지, 의식이 남긴 오역(誤譯)
누군가의 혀 끝에서
삐걱거리며 뒤틀린
낯선 언어의 숨결
의미란
우연히 흘러든 얼룩
하얀 벽지 위
비 오는 날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든 물방울처럼
나는 오늘도
내 안의 문장들을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쓴다
그러나, 늘 남는 것은
뜻을 알 수 없는 얼룩
해독되지 않는
틀어진 문맥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은
이 어설픈 오역 위에
또 하루의 숨을
덧칠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