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꺼내는 것이 아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深淵)이다
빛도, 방향도 닿지 않는 수심
거기선 내 이름의 잔향조차 멀어진다
숨은 어느 날부터
살기 위한 생기가 아니라
고통의 확인이었다
오래전부터 놓쳐온 나를
또렷이 보기 두려워
침묵의 물결에 몸을 묻고 살았다
누군가의 사랑도
기도도
이 깊이를 알지 못한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나로서
존재한다는 유일한 증명처럼
몸속에 새겨지고,
언젠가는 내 안의 모든 것을
침몰시킬 것이다
그러니, 비틀거리며 걷는
지금 이 발자국조차
결국은 내 무덤을 향해 가는 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조금씩,
자신에게 가라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