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억의 정의

by 몽유

가을에는, 낙엽처럼

느리게 흩어지는 그리움이

내 가슴을 굳게 닫아건다


나무는, 매 순간

살점을 찢는 소리를 내고

떨어지는 잎마다

푸른 심장의 핏줄을 건드린다

술기운 번진 입술이

말을 삼키다 끝내 갈라지고

내 안에서만 맴돌던 고백은

기어코 단풍처럼 붉은 피를 흘린다


가을을 태우는 것은 불이 아니다

사람 속에 곪아드는 미련이다


너는 단풍의 빛을 기억하겠지만

나는 그 잎들이 그을린 자리에

떨어져 누운 심장의 울음을 기억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단풍물 붉게 물든 풍경이 아니다

찢겨진 심장의 자국이다


그러니, 단풍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끝내 지워지지 않는 상처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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