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가끔씩 들르는 시장 한가운데에는 미트볼같이 간단한 요리들과 함께 그 집만의 시그니처 메뉴인 도톰한 와플을 파는 가게가 있다. 이곳에 갈 때면 고소한 빵 냄새와 달콤한 버터 향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기다란 줄 뒤에 서게 되곤 한다.
손글씨로 정성스레 써 있는 메뉴들을 훑어보며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앞에 서 있던 할머니가 먹음직스러운 와플을 받아 들고는 돌아보며 나에게 말했다.
동그란 테이블에 제이미와 나란히 앉아 달콤한 체리잼과 생크림 그리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소복이 올려 있는 와플을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는데, 문득 제이미가 말했다.
둘러보니 주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들이 제이미 말대로 온통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와플은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멋진 인테리어의 카페에 앉아 꽤 비싼 돈을 지불하고 먹은 디저트였다. 사실 와플보다 나에게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고 미소를 머금게 하는 디저트는 바로 팬케이크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프라이팬에 만들어주곤 했던, 계란 반숙을 살포시 올린 이단짜리 납작하고 폭신한 팬케이크. 다 구워지기가 무섭게 얼른 접시에 받아 들고는 이미 동그란 빵을 달처럼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계란과 함께 적당히 잘라 포크로 한입에 쏙 넣는다. 그럴 때면 입안 가득 퍼지던 달콤한 버터와 메이플 시럽의 향, 그리고 맛의 균형을 잡아주던 고소한 계란 프라이의 맛까지 그야말로 순식간에 행복하게 물들인 어린 시절 최고의 디저트였다. 엄마표 팬케이크의 맛은 마치 어제도 맛본 듯 생생하다.
사람들은 때때로 달콤한 맛을 찾는다.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 여기저기 상처 난 마음에 작은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리고 마치 이 넓은 세상에 나 혼자인 것같이 외롭고 슬플 때.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는 건 그만큼 그리워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문득 어떤 음식을 먹다가 잊고 있던 과거의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갈 때가 있다. 음식이란 매개체로 갑작스럽게 떠오른 그 기억이 참으로 반갑다. 그립고 보고 싶지만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을 달콤한 케이크 한 입으로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참 근사한 일이다.
나이 들수록 유독 달짝지근한 맛을 찾는 건 지나간 달콤한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건 아닐까.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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