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이게 벌써 8년 전... 첫 바르셀로나 여행 때의 이야기니까
지금은 전경이 많이 바뀌어 있을 것 같다.
8년 전이지만 여행의 첫 도시를 바르셀로나로 정하고 스페인에 도착했던 그 날밤.
정말이지 너무 설레어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바르셀로나에 밤늦게 도착하자마자 호스텔의 내 침대에 누워서
'내가 지금 바르셀로나에 있다니~! 내가 지금 바르셀로나에 있다니~!'
연신 되뇌면서 흥분했던 그날 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나에게 여행의 하루하루는 정말 소중했다.
마흔이 넘어서 처음 해외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신혼여행으로 갔던 동남아 패키지여행은 빼고 이야기하고 싶다...ㅠ.ㅠ)
평소에 열심히 적금을 부어 돈이 모이면 어렵게 나갔기 때문에 당시 3년 만에 다시 나간
두 번째 유럽여행의 첫 날밤은 그 자체로도 매우 설렐만했다.
그런데
그 첫 도시가 바르셀로나라니!!!
충분히 잠을 이루지 못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음 날 일어나서 보았던 스페인의 첫인상은 역시나 열정적이고 예술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돌아다니면서 계속 놀랬던 건 내가 상상하던 것 이상의 디자인 감각이었다.
가우디 건축과 유명한 건축물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도시 전체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들이 너무나 감각적이어서 매번 놀라곤 했다.
버스에 붙어있는 광고판 하나하나, 곳곳에서 돌아다니다 만나는 역사나 정류장, 광장 귀퉁이까지
이렇게까지 디자인이 돋보이는 도시였다니! 새삼 놀라곤 했다.
게다가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도시인만큼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던 도시 굿즈들은 그 어느 도시에서 본 소품들보다 이뻐서 정말 보는 것마다 다 구입하고 싶었다.
(이후에 꽤 많은 도시들을 다녀 봤지만 내 기준에 굿즈는 바르셀로나가 최고!)
스페인으로 가면서 혼자 억울해했던 사연과 건축물을 보러 다니게 된 두 편의 이야기는 1,2편에 풀어놓았고
오늘은 그 세 번째 구역 이야기이다.
이 세 지역 중에 1,2번 구역 둘러보고 다른 날 다시 시간을 내어서 3번 구역으로 향했다.
엔칸츠 벼룩시장
참고로 본 책자의 표지에 있던 바로 그곳.
어떻게 보면 현지에서 이 답사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건물이 되었다.
당시에는 다른 정보에서 거의 볼 수 없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여러 포스팅이나 블로그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지하철에 내려서 여기부터 갔다.
철골기둥에 스테인리스 스틸 지붕으로 이루어진 오픈된 건축물이었다.
2층에는 잡다한 물품들을 팔고 있는 시장이었는데 가격이 싼 것도 아닌고 내 눈에는 좀 조잡해 보여서 별로 둘러볼 게 없었다.
2층도 전부 오픈되어 있어 산책로 같이 걷다 보면 전부 연결이 되어 있었다.
2층에서 내려단 본 1층의 벼룩시장의 모습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흥미로운 게 많이 보였으나 여행객이 계속 가지고 다닐만한 물건들은 아니어서 대충 보기만 했다.
지붕 안쪽의 천정이 이렇게 "미러"마감으로 되어 있어 공간이 더 확장되어 보이고
벼룩시장의 모습이 반영돼 보여서 시장의 생동감이 훨씬 잘 살아나는 그런 효과를 준 것 같다.
꺾여 있고 겹쳐 있는 지붕의 형태감 때문에 뭐가 뭔지 헷갈려 보였는데 그 모습이 약간의 신비감까지 주면서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벼룩시장 2층에서 바라본 아그바타워와 Disseny Hub Barcelona 건물.
큰길 건너 바로 앞에 있다.
길 건너서 한번 가본다...
디자인 허브 바르셀로나
이건 진짜 모르고 갔는데 디자인 관련 문화센터. 안에 도서관도 있고 미술관도 있고 카페도 있는 것 같고
볼 게 정말 많아 보였는데 너무 늦게 가서 내부는 못 보고 왔다.
뭔가 굉장히 한적해 보였는데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쉽다.
아그바 타워
설계...장 누벨
멀리서부터 보였지만 문화센터 건물을 지나면 바로 앞에 떡하니 서있다.
타워 앞의 이곳은 사실 공원이다.
내가 갔을 때에는 왼쪽 도로변이 한창 공사 중이어서 조금 어수선했지만 공원부터 눈에 들어왔다.
아그바 타워 쪽으로 경사지며 올라가 있던 잔디밭.
그 잔디밭에 사람들이 여유롭게 늦은 오후를 즐기고 있었는데 이 공간이 여기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그바 타워는 사진으로 보았을 때도 참....... 이상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이상했다.
도대체 장 누벨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형태의 건물을 설계했을까
정말 이해가 가지 않지만 듣기로는 나름 바르셀로나 근교에 있는 몬세라트 산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한다.
파밀리아 성당의 첨탑과 비슷한 형태로 보이기는 하고............ㅠ.ㅠ
이 타워는 이중 외피로 되어 있는데 바깥의 유리 블라인드가 온도를 탐지할 수 있게 설계된 자동개폐식 구조여서 채광과 통풍을 적절하게 조절해 준다고 한다.
이런 이중 외피의 효과로 에너지 절약 효율이 매우 높은 건물이라고도 하고.
그리고
안쪽의 외벽마감인 알루미늄 패널의 색상이 매우 다양한데 유리 블라인드의 각도가 랜덤으로 열려 있는 덕에 보는 각도에 따라 컬러가 더 다채롭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디자인 허브 바르셀로나의 반대쪽에는 이런 수공간과 외부 공간이 있었는데 아까 보았던 벼룩시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렇게 시원시원하고 잘 디자인된 광장들이 여기뿐 아니고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동안 도시 곳곳에 있었는데 알려지지 않은 이런 외부공간들이 정말 너무 좋았다.
수공간, 브릿지, 계단, 작은 마당들, 벽 디자인, 조형물... 수공간 사이의 특별한 공간
여기가 너무 이뻐서 오랫동안 감탄을 하면서 감상을 했다.
아그바 타워 쪽에서 공원과 디자인 허브 바르셀로나를 내려다보니 오른쪽에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보인다. 주변에 고층 빌딩이 없다 보니 가끔은 바르셀로나 시내 먼 곳에서도 성당이 보이곤 했는데 여기서는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잔디밭에 한가로이 앉아있는 사람들과 멀리 보이는 성당과 얕은 구름...
인상적으로 보였던 이 모습이 지금은 주변 공사가 완료되어서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