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 오스트리아 멜크
<극내향인의 건축물 보기-1> 을 먼저 마무리해놓고
<극내향인의 건축물 보기-2> 를 아직 시작하기 전
한 때 <흑백요리사2>가 이슈몰이를 한 적이 있다.
화제의 전환이 너무나 빠른 요즘
이미 이것도 잊혀진지 오래지만 암튼 나도 그것을 쇼츠로 보게 되었다.
그 쇼츠를 볼 수밖에 없었던 건 내 알고리즘을 점령해서였는데 그게 좀 특이했다.
<흑백요리사2>를 보지도 않은 나에게 추천 영상으로 계속 뜬 건
우승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마지막 회 우승자의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미션의 요리를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우승자의 답변 인터뷰.
.
나는 음식점을 하고 있는 요리사도 아닌데
그 짧은 인터뷰 영상에 많이 울컥했다.
요리사나 자영업자나 가장이 아니어도 감동할 수밖에 없는 큰 울림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
더듬거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이어가는 그의 말투와 태도.
거기에서 전해지는 무언가...
우리의 마음에 진동을 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었다.
대중 앞에 나와 이런 경쟁 프로그램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성격이었을 텐데
힘겹게 자신만의 언어를 이어가던 모습.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나는 적잖이 동질감을 느끼면서 놀랍기도 했다.
자신의 생각을 저렇게 표현해도 되는 거였구나.
달변가가 아닌데
저렇게 힘겹게 한 마디씩 이어가는 말투로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거구나.
...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게 두려워 평생 한 발짝 뒤에 머물며 살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안 그래도 요즘은 내향인들이 좀 이해받는 세상이 되어 어깨 좀 펴고 다니겠는데
그분으로 인해 한층 더 격상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성향의 삶의 방식이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그가 우승한 것이 내가 우승한 것처럼
그와 비슷한 우리가 우승한 것처럼 기쁜 소식이 되었다.
이전 글에 적었던 것처럼 내향적인 성격 탓에 나는
여행도 혼자 다녔고 어딜 가도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불편해했다.
미술관이나 건축물을 보러 다니다 보면
간혹 도슨트가 있는 투어 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안 해도 된다면 무조건 피해왔고 해야만 한다면 보는 걸 포기하기도 했고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해야 하기도 했다.
.
그래서 남겨보는 극내향인의 도슨트 투어가 있는 건축물 보기-2
-1 에서
첫 번째 올렸던 이야기는 도슨트 없이 혼자 다니다가 폭망 했던 건축물 보기.
두 번째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도슨트 투어 신청을 했는데 신청자가 나포함 단 두 명이어서
오히려 좋았던 건축물 보기.
https://brunch.co.kr/@mongpari/53
그리고 이제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도슨트 투어 신청 없이는 보는 게 불가능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곳.
핀란드 헬싱키 <알바알토 사무소 & 알바알토 하우스>
알바알토 사무소와 하우스 탐방은 꼭 예약을 하고 도슨트와 같이 다녀야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말로 옮긴 게 더 헷갈리니까 스튜디오 알토와 알토 하우스 라고 하자.)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시간도 딱 맞게 텀을 두어 신청하면 되고 두 건물의 이동은 걸어서 하면 된다.
내가 갔을 때는 회차가 정해져 있어서 그냥 그걸 신청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홈피에 들어가서 보니까 조금 달라졌다.
알토 하우스는 주중에 여러 회차가 있고 스튜디오 알토는 회차가 하나밖에 없으니
잘 계획해서 봐야 할 것 같다.
한 군데만 봐도 되고 두 군데 다 봐도 되는데 예약이 금방 차니
홈페이지 잘 살펴보고 미리 예약을 해야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 같다.
https://www.alvaraalto.fi/en/location/studio-aalto/
https://www.alvaraalto.fi/en/location/the-aalto-house/
암튼 나 같은 경우는
오전 11시 30분에 <스튜디오 알토> & 오후 1시에 <알토 하우스>
그렇게 정해져 있어서 그런 순서로 보았다.
같은 도슨트가 연이어 설명해 주었고...
<스튜디오 알토>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알토 하우스>에 딱 맞게 도착했다.
도슨트 님이 같이 걸어서 이동을 했기 때문에 늦을 걱정 없이 따라갔고.
투어는 15명 정도 꽉 찬 인원이었다.
금세 한국인 일행 두 명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이런 데 와서 한국인이 있으면 더 낯을 가리게 된다는.......
더욱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투어 하기 적당한 인원.
언제나처럼 무리의 제일 끝... 가장자리에 서서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이 날은 진짜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
영어가 워낙 짧긴 하지만 운이 좋으면 단어가 들리기도 하는데
여기는 정말 아무것도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좋아!...... 슬그머니 빠져서 사진이나 찍기로 했다.
다행히 이 두 건물의 투어는 조금 일행과 떨어져서 돌아다녀도 되는 환경이었다.
혼자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은 물론 같이 들어가야 했지만
한 곳에서 설명을 마치고 무리가 떠나고 나면 그 자리에 계속 남아있어도 되었다.
조금 자유도가 있는 편이어서 편했다.
(지난번 비트라 캠퍼스에서는 참여자가 나포함 단 두 명.
건물 하나를 보고 나면 문을 잠그고 같이 이동해야 했어서 진짜 거의 사진을 못 찍었다는...!
사람이 적은 건 좋았지만 그만큼 집중이 되어서 자유도는 떨어졌었다.)
이렇게 적당한 무리와 함께 다닐 때 사진 찍는 팁이 있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일단 우다다다 사진부터 찍는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자.
그 공간에서 5분 정도의 해설이 끝날 때쯤이면 신기하게 아무도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들지 않는다.
조금만 더 참고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순간을 기다리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간을 한번 보고 나면 호기심이 줄어든다.
시간을 더 줘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처럼 약간의 자유의 시간까지 주어진다면 이 시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된다.
정말 신기하게도 남은 시간 동안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았다.
...
도슨트와 함께 하기가 아니라
도슨트 피해서 건축물 보기가 되어버린... 투어!
네 번째는 현대 건축물은 아니지만
도슨트 투어신청을 해야 진입이 가능했던
오스트리아의 <멜크 수도원>
<장미의 이름>의 영감을 주었던 바로 그 도서관이 있는 수도원이다.
멜크는 오스트리아 빈의 근교 도시이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대도시를 벗어나 주변 소도시에 가보고 싶어서 당일치기로 다녀온 곳.
이곳은 투어라고 하면 예상되는 딱 그대로 진행되던 곳.
여기는 정해진 동선이 있었다.
나 혼자 한 공간에 더 머물러도 안 됐고 무조건 무리와 함께 다녀야 했다.
그런데 조금 인원이 있는 편이어서 계속 무리의 끝에서 구경하고 사진 찍으면서 꼬랑지를 쫓아다녔다.
(여기서도 도슨트의 영어는 하나도 못 알아먹었다...ㅠ.ㅠ)
이곳에서 문제는 오히려 자유시간이었다.
멜크 수도원에는 도시의 정말 이쁜 전망을 볼 수 있는 외부 테라스가 있는데
여기에서 자유시간을 주어졌다.
그렇다... 모두들 친구나 가족이 함께였고 무리 중에 나만 혼자였다.
정말 나만 혼자였다.
전부 서로서로 사진 찍어주기 바쁜 모습에 나는 괜스레 외로움이 느껴졌다.
이럴 때 내 친구는 카메라~
아직 카메라를 갖고 다닐 때였다.
이렇게 혼자 뻘쭘할 때 쿨한 척하기 좋은 건 바쁘게 사진 찍기.
그 유명한 도서관은 촬영금지라 당연히 못 찍었고
다른 곳에서도 뻘쭘함을 달래느라
무리의 꼬랑지를 쫓아다니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는데
아무런 제지는 없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도슨트 투어 없이도 방문 가능한 날짜와 요일들이 있다.
내가 방문했었던 날은 아마도 자유 방문이 없었던 날이었나 보다.
방문 가능한 달(月)과 날짜 및 시간, 도슨트 투어 타임 등등 시스템이 많이 복잡하니
꼭 확인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실은 수도원이 생각보다 고즈넉하지 않아서 조금 실망이었다.
그것보다 그냥 좋았던 건 <멜크>라는 소도시의 나들이였다.
대도시에서 오래 머물다 이런 소담스러운 도시의 나들이는 늘 새로운 기분이 느껴져서 좋다.
수도원보다 인상적이었던 멜크라는 도시의 전망.
지금도 내 컴의 배경화면이 되고 있는 사진!
그 전망을 보려면 멜크 수도원에 가야한다.
https://www.stiftmelk.at/en/visit-exper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