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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 Jul 01. 2023

'좋은 일'하시네요?

ep2_사회적 기업에서 '좋은 일'을 하는 일상에 대하여

"좋은 일하시네요?"


서로의 직업을 알아가는 것이 상대의 가치관이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딱히 주고받을 대화거리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 으레 어떤 일을 하는지 질문을 받게 된다.


때로는 명함을 교환하는 것으로 이런 질문을 대신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마다 많은 이들이 "좋은 일하시네요?"라며 나의 일에 가치를 부여해 준다.


낯 간지럽긴 하지만 이를 부정할 수도 없는 건, 나 스스로도 어딘가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비장하고 숭고한 가치를 나열하게 되기 때문이다.


십 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이제는 좋은 일을 한다는 칭찬에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멋쩍은 웃음으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추임새를 넣고 대화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상대에게로 넘기곤 한다.



"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회사에 취업하지 않고 비영리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고 커리어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나름대로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 있었다.


소위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때로는 정말 좋은 일, 의미 있는 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회적 기업가', '비영리 활동가', '공익활동가' 등 다양하게 불리며 이쪽 영역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넉넉하지 않은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적 경제조직들은 재정을 비롯한 다양한 자원의 한계로 그 규모나 운영 시스템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부족한 부분은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통해 메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담당하는 일은 많고 마감기한은 순식간에 다가오는데 수많은 회의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정신없이 과업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야 할 일을 쉴 새 없이 하다 보면 정작 처음의 목적을 생각하지 못한 채 정해진 일을 처리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나의 업무가 정말 좋은 일인지,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처음 의도한 사회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겨를이 없는 것이다.


우리의 일은 과연 좋은 일로 이어지고 있는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들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하고, 최근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 기업들과 우리의 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의 일은 가치를 지켜가고 있는 것일까?



다행인 것은 공익활동 조직들의 미션에 대한 탐구와 목적에 대한 고민이 논리 모델, 변화 이론, 임팩트 평가 등 공익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조직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보고 그에 따라 조직의 활동을 기획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점차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와는 별개로 거창하게 위와 같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이 영역에서 일하면서 직접적인 경험으로 발견한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그 '지향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기업들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스스로를 홍보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이익의 극대화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기업에게 사회공헌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여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과정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반면 비영리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의 수행이 그 조직의 존재 이유이자 최종 목적이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것으로 대표되는 비영리 사회적 기업의 목적은 그들 활동의 과정이자 최종 결과인 것이다.


이는 그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개별 업무에도 적용된다.

그들 업무의 최종 목표는 '사회적 목적'의 실현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그들의 업무는 결국 '좋은 일'에 가닿을 수 있는 것이다.


비영리 사회적 기업에서 어떠한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왜 이 일을 하는가?'이다.

어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 누구를 돕기 위해서, 어떠한 공익 목적 실현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무 경험을 쌓아가는 동시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점이 확대되고 시민의식과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로 만들어 가는 과정


비영리 사회적 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은 무엇이 좋은 일인지 고민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선을 따라 나아가는 과정이다.


맡은 일이 '좋은 일'이라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맡은 일을 '좋은 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이는 사회적 약자의 지속 가능한 삶을 도모하는 것과 동시에 활동가 개개인을 보다 나은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일 것이다.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공익 활동가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일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까지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주장하고 설득해 가며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하고 있을 수많은 공익 활동가들이 자신의 일을 '좋은 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힘을 잃지 않고 애써주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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