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항에서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
공항은 안전하며, 앉을 수 있고, 다음 행선지가 정해져 있어 머리가 복잡할 필요가 없고, 기다리는 시간이 그냥 흘려보내진다기보다는 다음 행선지를 위한 준비 시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좋아한다.
또한, 어느 잡지에서 본 것처럼 공항은 그 나라의 첫 인상을 남기고, 마지막에 떠날 때는 뭔가를 정리하는 시간을 준다.
이렇게 비행기를 기다릴 때는 할 일들이 많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단어를 들여다보고, 밀린 일기를 쓰고,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계획을 짜고, 누군가가 준 시집을 읽고, Natiruts 노래를 듣고, 간식을 먹고 이를 닦는다.
간혹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다면 반갑게 이야기 나누고, 머릿속으로는 이따가 시내까지 택시를 같이 타 교통비를 아껴볼까 속으로 생각한다.
공항 의자에 앉아 일기의 첫 문장을 시작하고,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