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이라는 타이틀을 걸어놓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이 글은 '브라질 여행 꼬드기기', '위험한 도시에 대한 환상 심어주기' 에 가깝다. 하지만 수많은 위험과 단점이 있는 브라질임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서 경험했던 자유와 사랑을 나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글을 써내려갔다.
사실 이 글들은 몇 년 전 브라질에서 공부하고 여행하고 일할 때 틈틈이 적어내려 갔던 일기장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15, 16, 17년도가 뒤죽박죽 섞여 순서는 딱히 존재하지 않고, 그 때의 내가 겪었던 경험, 느낌, 생각들로만 채워져 있다. 론리플래닛 같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과거의 일기장 그대로의 날 것을 가져오지도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 일기들을 비공개로 걸어놓은 블로그에 옮겨적고, 꾸준히 다듬고, 일기가 아닌 남에게 보여줄 만한 '글'로 만들어 왔다. 하지만 나는 조금 게을렀고, 지난 날의 여행기보다는 현실의 자소서를 쓰느라 바빴고, 비공개 글을 공개로 바꾸기엔 용기가 많이 부족했다. 그렇게 워드파일은 노트북 폴더 깊숙한 곳에 잠재우고, 블로그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는 당장 눈앞에 닥친 할 일과 사람들과 놀거리들을 경험하느라 바빴다. 내가 사랑했던 남미는 그 당시를 함께 했던 대학 친구들과 한번씩 곱씹는 안줏거리가 되곤 하였다. 그냥 딱 그 정도.
직장이 광화문 근처라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혹은 약속까지의 시간을 때우기 위해 교보문고를 자주 찾는다. 좋아하는 에세이 코너 근처를 둘러보다 보면 여행이던, 장기간 머물던, 해외에서의 경험을 멋진 사진과 함께 쓴 책들이 정말 눈에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남미, 특히 브라질 관련한 책은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남미 여행기가 담긴 책을 펼쳐보면 50%는 목차에 브라질이 없고, 나머지 50%는 브라질 -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가 끝이다. 마추픽추, 우유니 사막 여행하느라 남미 한 바퀴 돌고는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상파울루에 들러 미술관 한 번 들어갔다 나온게 어떻게 브라질을 여행했다고 할 수 있나. 내가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만 해도 재밌고 다양한 브라질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누구 하나 세상 밖으로 꺼낼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일기나 안줏거리가 아닌 '글'로 다시 써내려가, 어떤 누군가에게 브라질 여행을 꿈꾸게 하고,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증폭시키고 싶다. 또한, 내가 가장 자유로울 수 있었던 그 시기를 기록하여 더 먼 미래에 꺼내보고, 이 이야기가 친구들이 잊어가고 있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끔 만들고 싶다.
물론 포르투갈어를 조금 할 줄 알기에 생기는 에피소드가 있다거나 조금 더 쉽게 길을 찾는다거나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브라질은 브라질이다. 그 곳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하고, 그래서 여행 중에 정말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정해진 동행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장소마다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레 나의 여행길에 초대되어 이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사실 그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하다. 첫 포부는 '여자 혼자 남미여행' 이었지만, 정말 '혼자'였다면 세상 우울한 여행이 되었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이 꽤나 지난 지금, 더 늦기 전에, 더 잊어버리기 전에 이런 저런 핑계로 미뤄뒀던 이야기들을 꺼내어 다듬어보려고 한다.
그 곳에서 내가 보고 느끼고 누린 아름다운 것들을 알리기 위해, 또 기억하기 위해.
이 투박한 에세이를 읽고 브라질이 궁금해 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