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페루를 향해

Day1. 7/28/25 월

by 류재숙 Monica Shim


늦은 밤 비행기여서인지 로스앤젤레스 공항은 비교적 한산했다. 하늘색 티셔츠로 통일해 입은 페루행 봉사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얼바인 평화의 모후 성당의 페루 선교 팀이 리마로 의료봉사를 하러 가는 중이다.


페루 선교 팀의 대표 탁로사 자매는 해마다 봉사 팀을 구성해 페루를 방문한다. 15년째다. 의료시설이 제대로 없는 페루의 벽지와 빈민촌에 의료봉사팀을 파견하고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한 집짓기 봉사를 해왔다. 올해는 의료진 9명에 비의료진까지 70대 후반부터 10세 아이들까지 21명이 구성되었다.

해마다 조기를 떼다 팔고 만두에 찐빵에 고추장에 각종 음식을 만들어 팔아 기금을 모았다. 그렇게 일 년간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준비한 의약품과 기부할 물건을 실은 짐만도 커다란 가방으로 스물한 개다. 라탐에어 직원은 웬 짐이 이리 많으냐고 놀란다. 스물한 개의 사랑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춤추듯 흔들대며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남을 생각하며 산다는 건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특별한 은총이다. 남을 배려하고 나눌 때 사람은 행복해진다. 내걸 덜어내 나눔으로 그 빈자리엔 기쁨이 채워진다. 하나 빼기 하나는 영이 아니라 둘이 되기도 하고 열이 되기도 한다. 하느님의 계산법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에덴약국은 의약품을 한가득 기부했다. 때마다 몇 천불씩 약을 실어 보내는 약사의 얼굴엔 기쁨이 넘쳤다. 몇 년째 직접 페루로 날아가 주민들의 눈을 검진하고 각자의 시력에 맞는 안경을 만들어 다시 페루로 보내는 안경나라 사장님네는 아들에 조카까지 합세했다.


누군가는 물품을, 누군가는 기부금을, 누군가는 재능을 기꺼이 나눈다. 모래를 움켜쥔 손은 힘을 줄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만 두 손을 벌려 퍼 나르면 모래성을 쌓는다. 그들이 함께 한 손은 비를 막아주는 지붕이 되었고 환자의 아픔을 덜어주었고 희미한 눈에 빛이 되었다. 나누는 사랑도 중독성이 있어 봉사를 갔던 사람이 또 간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내걸 주는 것 같지만 실은 내가 얻어오는 게 더 많다고.


리마행 비행기 안은 거의 만석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여덟 시간 반을 날아야 리마를 만난다. 옆자리에 아기가 수시로 보챈다. 이제 겨우 여섯 살 남짓한 누나가 동생에게 초콜릿을 양보하고 노래를 불러주고 엄마가 기저귀를 갈 동안 담요을 들어 커튼을 쳐준다. 저 어린 나이에도 동생을 향한 사랑이 지극하다. 예쁜 누나 아리스에게 초콜릿과 과자를 선물했다. 밤새 울어대는 아기 땜에 젊은 엄마는 눈 한번 못 붙이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시시때때로 돌봐달라 보채는 우리와 하느님 모습이 저럴까.


칭얼대던 옆자리의 아기도 어느새 깊이 잠들었다. 비행기 창밖으로 별이 우리를 인도하듯 밝게 빛난다. 밤을 꼬박 날아 아침햇살과 함께 첫 대면할 리마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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