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은 시간

운동하는 아이를 둔 엄마의 일요일

by 호연

6시에 일어났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소원이 없겠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제는 엄마가 먼저 자도, 아침 시간을 훌쩍 넘겨 일어나도, 다시 침대로 기어 들어가 낮잠을 자도... 엄마를 깨우는 아이들은 없다.


그런데 주말에 아들 녀석의 일정이 있음 다르다.

이 밤톨이는(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운동부 규율로 머리카락을 빡빡 밀었다) 7시에 기상이면 6시, 6시 30분, 6시 50분, 7시. 이렇게 알람을 맞춰두는 녀석이다.(시끄러운 소리에 내가 먼저 끄기라도 하면 볼멘소리를 한다. 요상한 이유를 대는데, 말하고 싶지도 않다.)

오늘은 8시 30분까지 집합. 데려만 주고 돌아오기에는 거리가 먼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기에 그 근처에서 배회할 생각으로 채비를 하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6시에 일어났다.




아이를 내려주고 눈치를 살피며 주차장을 나오는데, 다른 집은 아빠들이 이른 아침부터 라이딩을 해줬다. 이럴 때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전 학년 부모들을 알기는 어려운 1학년 학부모라 괜스레 혼자서 '저 집 엄마는 싱글맘인가? 왜 맨날 혼자 다니지?'라는 생각을 누군가는 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아녜요, 저 남편 있어요. 우리 아이와 저는 야구 유학을 왔답니다. 호호.'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데... 물어보기 전까진 말할 수 없는 사정.


암튼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며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를 검색했다.

오늘 훈련은 5시에 마친다는데 지금 시간은 오전 8시 20여분...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우선 읽을 책 두 권과 노트북을 챙겨 왔다. 휴대폰 배터리가 없으면 곤란하니 충전기도 가방에 넣었다.



KakaoTalk_20250323_095837971.jpg 나도 권남희(@스타벅스 일기 작가/번역가/에세이스트)님처럼 스타벅스에서 쓰는 브런치를 발행해 볼까?



일찍 도착한 카페에는 지난번 왔을 때 눈여겨보아 둔 구석 자리가 비어있었다. 야호, 저기가 오늘의 내 은신처다. 기본적인 커피 4종을 주문하면 30분 뒤에 아메리카노 또는 오늘의 커피를 1,800원에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준다고 한다. 몇 번 시도해 봤으나 하루에 스벅 커피 두 잔을 마실일은 없어서 번번이 실패.

오늘은 따뜻하고 향긋한 '밀크티'를 주문했다.


근처 사는 친구를 불러내 수다나 좀 떨어볼까 했더니 오랜만에 콧바람 쐬러 무려 '홍대'로 간단다. 말릴 수 없지. 잘 다녀와, 친구.


처음엔 좀 처량하고 쓸쓸했는데 이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 책,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 다 가진 자. 이쯤 되니 화창한 일요일 대기조 엄마가 된 이 하루도 어쩌면 잘된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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