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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Sep 07. 2024

혼자 놀기 좋은 날

인천의 구도심, 율목도서관과 신포시장

일주일 중 언제가 제일 기다려지나 묻는다면,

나는 금요일이다. 보통은 토, 일 주말이 기다리고 있어서 금요일이 좋아-라고 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토요일은 운동하는 둘째의 훈련, 연습경기, 레슨 등으로 하루 빠듯이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월~목요일까지 4일만 일을 하는 나의 경우, 금요일이 보통의 토요일과 같다는 얘기.

목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나면 그렇게 내일이 기다려질 수 없다. 너무 설레서 잠을 설칠 정도라고 까지 말하면 믿는 사람이 있으려나.




먼저 평소 루틴대로 공원을 좀 걸었다. 걸으며 잘 듣는 책 팟캐스트가 있는데 작가와 진행자 간의 대화가 재미있어서 저절로 그 책에 관심이 갔다. 주변 도서관을 찾아보니 지난 주말 아이와 다녀온 곳에 마침 신간으로 들어와 있다. 그래, 오늘은 도서관이다.





우리나라 도서관이 얼마나 좋은 휴식 공간인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저도 아이 낳고 나서부터 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만-


인천의 구도심, 신포시장 근처에 위치한 율목도서관.

아마 최근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한 듯하다. 지난주 방문했던 별관의 어린이 도서관도 좋았지만 일반자료실은 북카페 같은 분위기로 책 읽기 너무 좋은 환경이다.


평일 오전이지만 제법 사람이 많았다.

금요일 오전의 도서관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많을지 짐작이 되실는지-

나이가 지긋한 최소 50대 이상의 지긋한 남성분들이 90프로 이상이다.


손에 들고 읽는 책도 다양하다. 역사 소설, 주식이나 부동산 관련, 무협지.

공통점은 신착 도서 코너보다는 오래된 서가를 살피며 책을 고른다는 점.





신착 코너에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고 널찍한 가죽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몇 권 더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대출해 갈 요량으로 앞의 테이블에 쌓아 두었다. 이런저런 책을 왔다 갔다 번갈아 읽는 것도 나의 취향이다.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한 시간 정도 버티다가 슬슬 고파오는 배도 채울 겸 도서관을 나왔다.






인천집과 가깝기도 하지만 학창 시절 추억이 많은 인천의 구도심, 동인천과 신포시장 일대를 좋아한다. 개항기 시절의 오래된 건물들도 보는 재미가 있고 다양한 종류의 맛집도 가득하다.

최근 몇 년 사이 가볼 만한 근사한 카페들도 많이 생겨서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혼자 놀기 좋은 동네이다.




주말에 신포 시장을 방문하면 길게 늘어선 줄이 있는 가게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닭강정과 숯불에 구운 김가게이다. (주말에는 줄이 길어 살 수가 없다. 이때가 기회다. 닭강정 中자와 숯불 김 세 봉을 샀다.) 인천 사람치고 신포 시장의 닭강정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속초의 그것과는 다르게 뼈가 있는 닭강정이다. 


짭짜름하게 염지 된 닭을 바삭하게 튀긴다. 꾸덕한 물엿과 고추기름 양념과 어울려 땅콩 가루와 청양 고추를 툭툭 썰어 웍에 박박 보듯이 섞어낸다.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 덕분에 바삭하고 꾸덕한 튀김옷에 들러붙은 땅콩이 고소함을 더한다. 여기에 새콤한 치킨무와 마요네즈 반 케첩 반의 소스를 뿌려먹는 얅게 채 썬 양배추 샐러드까지 환상 조합이다.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몰려와 깔깔 웃으면서 먹던 이곳에 이제는 아들의 손을 잡고 함께 온다. 엄마의 추억을 나눠먹으며 그때랑 지금이랑 맛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지 묻는 아들과의 대화가 행복하다. 맛은, 글쎄- 어린 시절 먹었던 닭강정이 훨씬 맛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진리 아닐까?






답동성당


신포 시장은 주차할 자리를 찾는 게 빌런인데 좋은 주차 장소를 공개한다. 시장 입구 길 건너 답동 성당의 4층짜리 주차장이 있다. 천주교의 후한 인심으로 1시간은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또 한 곳을 소개하자면,

애관 극장이라고 아시려나- (아신다면 최소 내 또래겠지요.)

그 극장에서 조금만 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양쪽으로 공영주차장이 있다. 신포 시장 근처의 주차장보다 늘 자리의 여유가 있으니 이곳에 주차를 하고 3분 정도만 걸어오면 된다.




천 원짜리 소프트 아이스크림



길지 않은 시장을 쭉 걸어 나오면 양손 가득 검은 봉지에 지갑은 텅 비어있게 될 놀라운 곳이랍니다. 보이는 간식마다 다 먹고 싶은 건 왜죠? 시장은 또 현금 쓰는 맛이 있으니까 조금 준비해 가서 맛있는 거 사 드세요.



(신포동을 너무 사랑해서 아무튼, 신포동 시리즈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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