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연체된 도서를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오래된 도서관 옆에는 문화 유적지를 겸한 작은 근린 공원이 있다.
운좋게 작은 공원 주차장 빈 자리가 눈에 띄어 차를 세웠다. 여름 아침의 날이 좋아서 책 반납 후 잠시 걸었다.
오전 시간의 공원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붐빈다. 세월의 무게로 둥글게 휜 다리로 홀로 걷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걷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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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아웃핏의 할머니 무리가 앞서 걷고 있다.
하나같이 뽀글머리에 반짝이는 금실과 자수가 있는 썬캡, 과감한 컬러와 패턴의 시스루 셔츠를 입었다. 허리에 두르는 힙쌕이나 작은 등산 배낭, 한 손엔 지팡이를 짚으신 할머니도 계신다.
대화의 주제는 보통 건강이다. 아침 방송에서 본 당뇨에 좋다는 건강식, 어제는 병원에 다녀왔는데 어디가 어떻다라는 이야기, 나도 어디가 안좋아 죽겠다라며 흡사 아픈 몸 배틀 같다.
"근데 왜 그 할멈은 요즘 통 안보여?"
"죽었나보지!"
"으응... 아이고 날이 얼매나 더우려고 아침부터 이리 푹푹 찐댜."
맵다 매워.
매운맛 대답에 나도 모르게 '헉' 했다. 근데 그걸 또 덤덤하게 대꾸하고 대화의 주제를 바꾸는 할머님의 내공도 놀랍다.
당장 내일 보이지 않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인걸까.
그래도 할머니, 노래 교실도 가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