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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 Apr 20. 2024

닮고 싶은 사람

50대가 되면,

도서관 신간 코너를 둘러보는데 '앗, 사서 읽어야지!' 해놓곤 까맣게 잊어버린 책이 눈에 띈다.


좋아하는 번역가님의 에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분의 번역서는 한 두권 정도만 읽어본 것 같다. 그것도 그 당시에는 번역가님의 이름 석자에 관심도 없이 그저 책이 유명해서 읽은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 번역가분을 좋아하게 되었나 묻는다면 그분의 에세이가 너무나도 재밌지 말입니다.


에세이를 이렇게나 재밌게 쓸 수 있다니. 너무나도 팬입니다. 권남희 번역가님.



스타박스 일기는 스벅에서 읽어야 제맛이지



신간 '스타벅스 일기'는 스타벅스에서 일(주로 번역 작업이겠지)을 하며 든 이런저런 생각들과 일상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목차로 짧게 써낸 일기글이다. 일기에는 보통 날짜가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이 스벅일기에는 그날 주문한 음료가 날짜처럼 적혀있다.




20대에는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닮고 싶었다. 누구처럼 옷을 사고 누구처럼 화장을 했다.


30대에는 아이를 잘 키워낸 자랑을 듬뿍 담은 육아 교육서 작가 아무개 맘을 따라 하고 싶었다. 그들의 책을 읽고 따라 했다.


40이 되니 50-60대의 멋진 선배들이 닮고 싶다. 예쁘고 야무진 딸아이와 여행을 다니며 MZ세대 릴스를 찍어 올리는 동종업계 선배님, 몸에 좋은 음식 먹기를 강조하며 인생의 찐 진리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레이 헤어의 보이시한 60대 인생 선배, 자신의 인생은 60 이후에 훨씬 더 좋아졌다며 낭랑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미래를 준비하라는 여성 ceo, 초등교사 출신의 60대 독거여성 보헤미안 노브라 여행자, 그리고 시니컬하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번역 선생님 K님과 읽으면 글을 쓰게 만들고 싶어지는 놀라운 힘을 가진 권남희 번역가님이 닮고 싶은 그녀들이다.




남은 시간은 7년이다. 바로 육아 독립일 말이다. 초등 1년, 중등 3년, 고등 3년. 도합 7년이 지나고 나면 자타공인 20년 육아 독립일이 온다.


반듯한 성인으로 두 아들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을 때 나는 저 멀리 산티아고로 날아갈 것이다.


 

일주일을 걷던, 보름을 걷던, 40일 완주를 하던 내 두 발로 걷고 보고 생각하고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낼 것이다. 그리고 제주의 작고 예쁜 카페에서 북토크를 해야지. 초등 엄마들을 만나 육아의 희로애락도 생생히 전해주어야지.(누가 시켜줄지는 모르겠지만 김칫국 드링킹)

그때의 나는 완전한 자유다.


50대가 되면 또 누구를 닮고 싶어 질까? 건강이 최고니 몸짱 시니어 모델이 닮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하지만 속단하지는 말자.


살아보니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말이 이렇게나 와닿을 수가 없다. 그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작은 영역만이라도 잘 준비하고 살아야지. 건강, 재정, 배움 말이다.



테이크아웃 해온 short size 컵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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