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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Dec 08. 2023

결혼 후 뒷전이던 소망을
내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하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 후 워킹 맘이 되자 육아와 살림, 직장일로 몸도 마음도 분주했다. 각각의 역할을 다 해 내기 위해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쳐내기만 해도 하루가 꽉 찼다. 미래를 생각하거나 내 마음의 깊은 소망이나 열망을 묵상(!)하기가 참 어려운 나날이었다. 


일구덩이에 빠져 허우적 대던 나날 속에 별안간 직속 상사가 회사 곳곳에 오랫동안 나를 모함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용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삶의 일부로 여겨 특별한 애정과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자부했었다. 무엇보다 너무나 사랑하고 아꼈던 일터와 동료들, 마음을 다해 일하고 사랑했기 때문일까. 앓는 동안 고통스러웠으나, 마음이 식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더욱이 늦지 않게 내 상황을 객관적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음, 열정이란 의미를 빼니, 나는 그저 생계형 직장인일 뿐이었다. 말은 가정이 우선이라면서 일을 늘 최우선순위에 두었던 것을 반성했다. 업무 성과를 위해 날마다 골똘히 생각하고 쉴 새 없이 전국을 누비고 다녔지만 정작 내 삶은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주간, 월간, 분기, 반기, 연간으로 쪼개어 계획하고 결산하며 수없이 전략회의를 하는 동안 내 삶의 수많은 계획들은 전략과 결산 없이 묵혀져 있었다. 전략이 없으니 막연했고, 회사의 일정에 따라 좌지우지되어 현실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입사 이래 계속 그래왔다. 


20대에 갈망했던 대학원 입학시험 당일에 회사행사가 겹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고,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수술을 해야 했을 때도 이사회와 인사시기에 맞추어 일정을 맞추었다. 결혼식마저 출장일정이 없던 유일한 주말을 이용했을 정도니... 말을 해서 뭐 하랴. 직장에서 이룬 성과는 퇴사하면 무용(無用)했기에, 나에게 남은 것은 14년 경력과 석사수료라는 타이틀, 그리고 2000만 원 대출금 통장뿐이었다. 아뿔싸. 


결혼 전 ‘내 아이에게는 영어 스트레스를 주지 않겠다’며 어렸을 때부터 영어환경에 노출시키겠다는 소망, 초등학교 1학년 때 영어권 국가로 1년 가겠다고 품었던 소망까지 사장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문제의식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에게도 내가 겪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물려주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냉정해지니 내팽개쳐졌던 삶을 정돈해야겠다는 생각이 또렷해졌다. 전략회의 쏟던 집중력으로 내 인생의 계획을 세우고 결산을 해야 했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두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시작을 해야 했다.  


회사의 전략회의 툴을 가져와 우리 가정의 전략계획을 짜보기도 하고, 자기 계발 책들에서 하라고 하는 대로 따라 해보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흡입하듯 책을 읽고, 동기부여 유튜버들의 말을 곱씹기도 했다. 그중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김미경 TV에서 김미경 작가님의 말씀.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에게 진 빚, 내가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부터 해결하라’


맞는 말이었다. 새롭게 무얼 하려고 하기 전에, 아주 오래전부터 간절히 소망했던 것부터 해결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법.  


‘논문이 내 발목을 잡아요.’

‘애기 1학년 때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1년 살고 싶어요.’


매일 같이 입으로 내뱉던 이 두 가지는 꿈이자 빚이었다. 무언가를 계획하기 전, 내 삶의 다음 장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이 두 가지를 반드시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수 일 내 해결하기 어려운 논문완성과 미국/캐나다 1년 살이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과 전략이 필요했다. 논문은 학교에서 학사 스케줄, 교수님의 코칭, 내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갈아 넣으며 진행해야 했고, 미국/캐나다 1년 살이는 정보수집부터 경제적인 준비까지 진행해야 했다. 무엇보다 2000만 원의 빚부터 해결해야 했다. 


2019년 봄, 다섯 살인 아이가 1학년이 되려면 2년 반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빚을 청산하고, 논문을 작성하고, 미국/캐나다 살이를 위해 종잣돈을 모아가며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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