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십자가, 내일의 영광

202401 캐나다 순례 중에

by 예모니카


겨울바람이 부는 순례길, 발끝마다 꽁꽁 얼었다.
분명 은총의 길이라 믿고 있지만, 마음은 어쩐지 편치 않았다.
멀리 하늘 위로 보이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주님, 제게 주어진 십자가를 제가 잘 지고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순례를 하다 보면 풍경만큼이나 다양한 십자가를 만난다.
길을 잃은 불안, 무거운 짐을 든 어깨, 끝나지 않는 피로,
그리고 때로는 지난 삶 안에서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그 모든 것이 주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십자가임을 깨닫는다.

체력이 달려서 작은 걸음에도 숨이 차오를 때마다,
부끄러우면서도 나는 왠지 주님께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고통의 걸음 하나하나가, 결국 영광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피로 속에서도 우리의 발을 다시 내딛게 한다.
순례의 길은 멀고 험하지만,
그 안에서 주님은 우리를 단련시키시고, 결국 빛으로 이끄신다.

춥지만 맑은 하늘, 서서히 저녁노을이 성당 지붕 위로 스며들 때,
십자가를 내려놓으며 조용히 기도한다.
“주님, 이 길 위에서 배우는 인내가
내일의 영광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그렇게 오늘의 순례는 고통이 아니라, 은총의 발자취로 남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주님 가신 길
그 길이 어디라도
어느 십자가를 짊어진다 해도
세모녀는 간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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