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떠났다

by 예모니카


일상에선 생각이 많아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두통이 잦고 짜증도 는다. 머릿속을 가볍게 비우고 싶어서 이것저것 해보지만 쉽지 않다.

생각한 대로 안되면 마음이 복잡해지고, 계획대로 안 풀리면 뭔가 실패한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든다. 마치 제자리를 걷는 기분이랄까. 매일 해야 할 일이 있고 반복되는 생활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겪는 일인 것 같다. 이게 우리의 흔한 일상이다.


보스니아 시골마을 길가에 핀 봄날의 꽃들


일 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라고 우편이 날아온다. 정신없이 바쁘게 사느라 깜빡 잊다가도 한 번쯤은 내 몸을 챙겨볼 수 있는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왜 마음엔 정기검진이 없을까

​일 년에 한 번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요?
한 번 체크해보세요'라고 우편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억지로라도 아님 깜빡 잊더라도 신체 곳곳을 건강 검진하듯 마음을 돌볼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상상해본다. 삶에 지친 어느 순간 하늘로부터 마음의 건강검진표를 받았다고.


받는 이 : 세 모녀(로사 맘, 루칠라, 모니카)

검진 내용 : 살기 위해 당장 떠나라!



망설임조차 눈물겨운 시간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떠났다. 평소 낯설고 머물기 쉽지 않았던 곳 그러나 떠나길 갈망했던 곳, 보스니아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