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아나시타시아를 만나다 (2)
크로아티아 자다르
자다르에서 맞는 새 아침, 만끽도 하기 전에 숨 넘어간다.
차 안 온도가 43도씨. 타자마자 한증막이다. 연실 땀 닦으며 숙소 근처에 있는 우체국을 찾았다. 시베니크에서 받은 주차위반료(160쿠나(kn))을 내려고.
우체국(posta라고 쓰여 있는 곳을 가면 된다)
주차위반료 내는 중
주차위반 종이랑 200쿠나(kn) 내밀었더니 쾅 도장 찍고 어떤 기계에 쓱 집어 넣다 빼더니 영수증과 함께 거스름돈 주고는 끝이다. 속상하면서도 해결되고나니 속이 시원~~했다. 휴.
오늘은 어제 못 가 본 성 스토시야(성 아나시타시아) 성당을 가 보기로 했다. 어제처럼 도로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하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었다. 한 바퀴 휘~이 돌아보는데 이번엔 카드가 가능한 주차요금기계가 없었다. 하...
하는 수 없이 동전을 넣는 기계 근처에 빈 곳이 있어 주차를 했는데, 이번엔 동전이 모자랐다.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어 달랬더니 없단다. 또 하는 수 없이 차를 빼서 한 바퀴 휘이~도는데 엄마가 '성모님~예수님! 한 자리만 주세요~~~!' 라고 하셨다. '저희 미사드려야 되요~~제발요~~~'
화살기도가 재빠르게 하늘로 콕! 날아갔다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까는 없었던 자리가 딱 한 곳, 그것도 성당 근처에 비었다. 앗싸! 신나게 차 세워두고 주차요금도 일사천리로 딱! 해 놓고는 성당으로 걸어갔다.
성 스토시야(성 아나시타시아) 성당 가는 길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
해에 비친 장미창이 고풍스러운 성 스토시야(성 아나시타시아) 성당. 우리가 참여한 미사는 저녁 7시 주일미사였다. 제대 앞 쪽에 앉았다. 미사시간 내내 제대 오른편에 모셔진 파티마 성모님과 바로 옆에 있는 지하로 가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저 계단은 뭘까. 저 밑으로 내려가면 성녀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걸까?'
자다르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에서 미사드리는 모습
자다르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
자다르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
미사가 끝나자마자 또 문을 닫을까봐 미사시간 내내 손에 쥐고 있었던 기도지향을 적은 종이를 들고 부리나케 파티마성모님 앞으로 갔다. 봉헌드리고 사진도 찍고, 성모님 손도 잡고, 발에 입맞춤하며 우리의 간절함을 남김없이 모두 봉헌했다. 시간에 쫒기다보니 더 간절해진다.
자다르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
제대 앞에 모셔진 파티마 성모님
자다르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
봉헌을 마치고 반대편쪽으로 돌아 성당을 나서려는데 어제 안내를 해 준 여자분이 계셨다. 루칠라가 '혹시 이곳에 성녀의 유해가 있나요? 어디에 있나요?' 하고 물으니 제대 왼편에 조금 쑥 들어가서 있다며 알려줬다. 설렌 맘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작은 석관이 있었다.
오! 오! 오! 세상에나!
성녀의 성화와 함께 석관이 모셔져 있었고 초를 봉헌하며 기도할 수 있었다. 얼마나 설렜는지 가슴이 막 뛰면서 쿵쾅대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럴 수가! 기도지향을 적은 종이를 석관에 꾹 누르듯 대고 기도드렸다.
자다르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에 모셔진
아나시타시아 성녀 유해
자다르 성 스토시야(성녀 아나시타시아) 성당에 모셔진
아나시타시아 성녀 유해
성녀의 전구하심을 청합니다!
저희 모두를 위해 빌어주소서!
한 명도, 한 지향도 잊지 말아주시고,
꼭 필요한 은총을 전구해주세요
문 닫는다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모아 기도드렸다. 잠깐이었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이 시간이 너무나 감동이었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사 그 자체였다. 다행히 이 날따라 조금 늦게 문을 닫아 준 형제님께도 감사해서 문을 나오면서 릴레이로 고개숙이며 고맙다고 인사드렸다.
미사 끝나고 나오니 반짝이는 자다르 도시
이틀에 걸친 자다르에서의 미사와 기도, 성녀와의 만남. 이보다 더 감동스럽고 의미있는 여정이 어디 있을까.
반짝이는 화려한 조명도, 도시를 감싸고 있는 끝없이 펼쳐진 시원한 바다도, 수많은 사람들의 웃음과 설렘 가득한 행복도 좋지만
뭐니 뭐니해도 우리 영혼을 위한
최고의 즐거움은
'매순간 아슬아슬하게,
서프라이즈하게 이끄시는
예수님을 따르는 순례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