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쓰는 언어에 가끔씩 놀랄 때가 있다. 대부분 '어쩜 저런 말을 알까' 하는 고슴도치 부모다운 감탄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우리집에는 전집이 없다. 메리의 책 만큼은 직접 내용을 보고 골라서 사주려 노력한다. 전집으로 된 책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했던 어릴 적의 기억 때문이기도 하고, 책으로라도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난 세상을 경험시켜 주고 싶다는 이유가 크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매번 사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는 책을 회사에서 공급(?)한다. 우리 회사에선 매주 금요일마다 남는 책을 무료로 푸는데, 거기서 아동 도서를 찾아 가지고 오는 것. 덕분에 우리 집엔 메리 연령과 맞지 않는 책이 많이 놓여 있다. 그 중 하나가 '좋은날엔 꽃떡' 책이다.
평화롭고 따뜻한 내용도 내용이고, 다양한 인종이 나온다는 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 메리도 가끔 그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는데, 어느 날 검은 색 피부를 가진 등장인물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엄마, 이 아저씨는 왜 얼굴이 더러워?"
와.. 순간 가슴이 쿵, 하며 내려앉았다. 아직 인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 아이가, 나름 다양한 인종을 접하게 해주려고 만화영화도 흑인이나 뱀파이어(파란 얼굴)가 주인공인 걸 보여주곤 했었는데. 얼굴이 '왜 까맣냐'고 묻는 것도 아니고 '더럽다'는 표현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차별과 인종이란 단어 자체도 모르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이해할까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메리는 노란색, 맥스터핀스 언니는 까만색, 리나 언니는 파란색 얼굴이잖아. 이 아저씨도 얼굴 색깔이 까만거야. 더러운게 아니야" 라고 말해주며 넘어갔는데, 올바르게 설명해준건지 확신이 없다.
이제 고작 29개월. 성별 구분도 모르는 아이가 점점 사회의 편견에 물들어간다. 어린이집에 다니며 나름의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도 있겠지만 우리 부부, 할아버지 할머니가 갖고 있는 편견도 알게 모르게 물들었겠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아이가 클수록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