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VS 진통?

미친 생리통 유경험자의 출산 경험담

by 조가을

나는 미친 생리통 유경험자다.


벽 긁기, 바닥 기어다니기? 구토, 응급실? ㅇㅇ 전부 다 내 얘기.


열한 살엔가 초경을 시작해 2N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이니 그간의 생리통 썰이야 백만 스물 한 개쯤 되려나. 주변의 친구들과 동료들마저 생리통 하면 나를 떠올릴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할까. (자궁과 나의 악연은 다음에 천천히 풀어 보겠다.) 아무튼 지겨운 자궁과의 사투 끝에 나는 임신이라는, '잠깐의 무생리통' 축복을 맞이했다.


큰 이벤트없이 무탈한 임신기간이 끝나갈 즈음, 슬슬 출산의 고통이 두려워지는 막달의 임산부 답지 않게 나는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제 아무리 염치없는 자궁이라도 이만치 힘들게 했으면 출산 정도는 좀 수월하게 끝내주지 않을까 하는, 아무런 근거 없는 기대감. 하지만 나는 아주 시원하게 배신을 당했고, 지금부터 절대 잊지 않으려고 아픈 배를 부여잡고 메모장에 아득바득 써뒀던 1박 2일의 기록을 풀어본다.


새벽 1시 19분, 유도분만을 위해 입원


메리는 내 뱃속이 좋았는지 예정일이 다 지나도록 내려오지 않았고, 결국 유도분만하러 짐을 다 싸들고 병원에 도착했다. 분만실에 보호자를 위한거라곤 작은 의자뿐이어서 배우자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솔직히 출산이 처음이라(!)유도분만이 무서워서 새벽에 같이 있어줬으면 했지만 앞으로 길고 긴 여정이 남았음을 감안해 그러라고 했다. 이건 돌아보니 잘한 결정이었던 걸로.


질정제를 넣었고, 자궁수축이 20~40 정도로 조금 올라갔다. 생리통 시작할 때의 아픔 정도? 솔직히 내진이 더 아팠다.

오전 6시 37분, 뜬 눈으로 지새운 밤


폭풍 같았던 밤이 지났다. 밑 빠질 것 같고 배 아픈 진통이 시작됐다.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참을만 한데 밑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괴로웠다. 침대 난간을 부여잡고 한 시간 넘게 끙끙거리다 결국 못 참고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다. 진통제 엉덩이 주사를 맞고 무통관을 연결했다. 등에 주사를 놓는대서 긴장했는데 잠결이라 그런지 아프지 않았다. 진통제의 힘을 빌어 자보려했으나 실패. 헤롱헤롱하는 아침이 시작됐다.


출산, 그 지난한 여정


아침에 본격적으로 촉진제를 투여했고, 진통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회진 오신 교수님은 내진을 해보더니(진심 교수님 내진이 제일 빨랐지만 제일 아팠음) '아기가 골반뼈 밑에서 짓이겨지고 있다'고 하셨다. (진짜 이렇게 표현하심) 수술도 고려해보자고.


밤새 고생한 게 무색하게 자궁은 일 센치도 열리지 않았다. 오후까지도 자궁수축은 8~90을 찍는데 자궁은 열릴 생각을 하질 않았다. 자궁수축 수치 120? 쯤되면 출산 임박이라던데, 꽤 높은 수치까지 올라가는데도 나는 그냥 참을만 했다. 생리통에 비하면 뭐... 오 이제 조금 아프네 이 정도? 나중에 조리원에 와서 수치 90 찍을 때 죽을 했다는 다른 산모들의 후기를 들으며 이 죽일놈의 생리통이 도움 되는때도 한번은 있었구나 싶었다. 그 와중에 우리 메리는 정말 내려올 생각이 없는지 뱃속에서 자꾸 잠들어서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계속 배를 흔들어 주셨다.


오후 2시 반 넘어 3시 조금 전, 레지던트 선생님이 와서 수술여부를 물었고, 우린 하겠다고 했다. 입원한 지 18시간 째. 배는 아파오고 몸은 불편하고. 빨리 끝내자는 생각이었다. 마침 수술방에 자리가 났다면서 빛의 속도로 3시 반, 수술에 들어갔다.


하반신 마취라서 긴장한 덕분에 이가 덜덜 떨렸다. 하반신이 고무가 된 느낌이 났고, 수술이 시작됐다.


오후 3시 54분, 메리 탄생


교수님이 들어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메리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때는 실감이 안났다. 다만 내 얼굴에 메리 볼을 대주셨는데 따뜻하고 몰랑몰랑한 느낌, 아기 냄새에 순간 울컥했다. (참 신기하게도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메리는 신생아실로 이동했는데, 멀어져가던 우렁찬 울음소리가 기억난다.


오랜 후처치 후에 회복실을 거쳐 1인실에 도착했다. 무통이랑 진통제 덕분에 참을만해진 틈을 타 여기저기 연락을 돌렸다. 이 때가 얼마나 천국이었는지는 진통제 효과가 사라진 후의 새벽녘, 아픔으로 이빨을 덜덜 떨며 깨달았다.


생리통 VS 진통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출산을 비롯한 이 모든 경험은 개인적 경험이며, 사람마다 당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둡니다)

나의 답은, 진통이다.

제왕절개라 자연분만의 고통을 모른다, 큰 변수 없이 출산을 맞이했기 때문에 저런 선택을 한 거라는 지적은 물론 가능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 경우 출산은 인생에 1~2번, 어쨌든 언젠가 끝난다. 목숨을 내놓을 만큼 위험하다? 맞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할 수 있는 한 안전한 출산을 보장해 줄 병원을 골랐다.


하지만 수술 직전까지 나의 생리통은 무조건 응급실에 가서 주사로 된 진통제를 맞아야 끝이 났고, 다음 생리가 다가오기 일주일 전쯤 되면 손에서 식은 땀이 나고 심장이 떨렸다. 이번엔 또 얼마나 아플까 무서워서. 가장 최악의 포인트는 그게 폐경 전까지 매달 한번씩 무조건 찾아온다는 것. 거부할 수도 없고, 거부해 봤자 또 다른 고통이 찾아온다. (ex. 피임약 부작용)


출산 직후, 병실에 누워 진통제 약발이 사라져가는 걸 느끼면서 생각했다. 부디 메리는 이 모든 고통에서 자유롭길. 정확히 나와 똑같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메리를 보는 형벌이 부디 내게 주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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