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여주고픈 무지개 세상

핑크와 블루는 빼고

by 조가을

출산 전, 엄마랑 메리 베냇저고리를 사러 백화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기 베냇저고리를 보러 왔다고 말하면, 직원 분들은 단 한명도 예외없이 성별을 물었다. 여자아이라고 말하면 어김없이 분홍색 돼지가 그려진(메리가 태어난 2019년은 황금돼지띠였음) 옷을 꺼내주었고, 다른색깔은 없냐고 물어보면 남자아이건데.. 하면서 파란 돼지를 보여주셨다. 분홍색 파란색 말고 다른색은 없나고 물어보면, 충격적이게도 없거나(!) 기껏해야 노란색이 전부. 그때 참 뼈저리게 실감했던 것 같다. 온통 파란색과 분홍색 뿐인 아가들의 흑백 세상을.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분홍색은 여자색, 파란색은 남자색이라고 못박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아기 용품은 파란색과 분홍색 천지다. 하다못해 아이들 장난감조차 똑같은 성능의 장난감을 남아용이라며 파란색, 여아용이라며 분홍색으로 구분해 판다.


이 지긋지긋한 이분법적 세상에 분노하며 최대한 두 가지 색깔에서 벗어난 것들을 사주려 애썼지만 물려받고 선물받는 옷이 죄다 분홍색이었던 탓에 메리가 입는 것들은 분홍색이 많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내돈으로 사주는 물건들은 최대한 다양한 색깔을 경험하게 해주고파서 일부러 예쁘더라도 분홍색은 피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또 상대적으로 파란색을 자꾸 사게 된다. 아니 물건이 죄다 파란색 분홍색밖에 없으니 분홍색이 싫으면 파란색밖에 선택지가 없는거다. 이게 말이나 되나. 젖병부터 아기 물컵 내복 하나같이 왜 분홍색 파란색뿐이지? 아기들은 두 가지 색깔밖에 모르고 자라야 한다는 거야 뭐야. 아이가 커갈수록 이유식 용기나 수저, 컵 등등 필요한건 많아지는데 색깔은 두 가지 뿐이니 맨날 알아보면서도 짜증이 난다. 그리고 무서워진다. 이런 세상에서 대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세상은 넓고 색은 무한하다


바라건대 메리는 무지갯빛 색깔들이 각자 그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각각의 색이 가진 찬란함을 알아보는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자라나기를. 집에서나마 그 마음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게 도와줄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