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났던 도시와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 관하여
본의 아니게 한동안 외국을 떠돌았다. 왕자웨이의 해피투게더에서 지구의 반대편이라 칭했던 아르헨티나부터,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 인도, 독일, 체코 등을 걸으며 삶의 이야기를 품었다. 각각 나라는 지난한 역사와 생경한 문화로 다가왔지만, 사실 버텨내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어디나 비슷했다. 유럽 이민자들의 이야기, 빈과 부의 사이를 위태하게 살아가는 콜롬비아의 아이들,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가난이라는 역설에서 웃음 짓는 쿠바의 모습은, 우리가 쉬이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역사적인 도시와 광대한 자연, 제국주의가 빚어낸 웅장한 건축물과 그 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오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숱하게 카메라를 들었고, 부족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맥락이 그 불가해함에 가닿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많은 사진을 찍으며 동시에 많은 사진에 찍혔다. 사진 속에서 나의 모습들은 대게 뒷모습들이었는데, 카메라를 들거나 멍하니 서서 찍으려는 피사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또 누군가의 카메라에 담겼다.
많은 이들을 만났고, 사랑했고, 우정을 나누었으며, 결국 떠나보냈다. 그들의 삶 위에서야 도시가 보였다. 그들은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이이자 가장 친한 친구, 소중한 자식이자 부모일 터였다. 나는 당신에게, 나를 찍어 주었던, 그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바라보는 이상 너머에 누군가의 일상이 있음을 당신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뒷모습, 내가 만났던 도시와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