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술은 끊지 못하겠다.

feat. 마음챙김

by 짱작가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부모라면 이따금 주위 사람 혹은 자녀들에게 "우리 OO는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마음먹고 공부하면 전교 1등도 문제없어요", "우리 아이는 조금만 공부에 집중한다면 금방 따라갈 수 있으니 저는 걱정 안 합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된다. 당최 어떤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지 지금 생각하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겠지만 당시에는 "물론!"이라는 듯이 철없는 웃음을 지으며 타들어가는 부모 속은 모른 채 기고만장하기 일쑤였다. 밑도 끝도 없는 자식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1년, 2년 아이가 커갈수록 점점 사그라지기 시작하여 추운 겨울을 이겨낸 작은 새싹처럼 손자, 손녀가 태어날 때쯤 한동안 숨겨둔 얼굴을 내밀어 보인다.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실 때 자식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가질까? '그래 지금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열심히 공부해야지" 혹은 "마음만 먹는다고 다되는 거였으면 벌써 했지. 안되는 걸 어떻게 마음만으로 가능해?" 같이 긍정 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마음먹기, 마음다짐, 마음가짐이라는 이름하에 이전과 다른 행동, 습관, 방법을 고치려 한다.


마음챙김3.jpg

마음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또는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가지는 관심"을 뜻하는 것으로 결국 마음가짐, 마음먹기 등의 단어는 나 자신의 본래 성격을 바꾸고 새로운 일에 대한 긍정적인 적용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산업화 사회에서 지식 정보화 사회로 변화된 요즘 이전과 다르게 육체적 노동보다는 정신적 활동이 증가하면서 마음은 삶에 더욱 깊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자기계발, 습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생활 전반에 사소하고 다양한 곳에서 개개인의 삶에 녹여져 있는 만큼 마음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 초등학교 운동회 사진이 인터넷을 울리다. ]

마음챙김1.jpg

2014년 오유(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초등학교 운동회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6학년 5명이서 시작된 달리기 시합, 오른쪽 아이는 또래보다 작고 뚱뚱해 초등학교 내내 항상 꼴찌만 하는 아이인데 같이 달리던 나머지 4명의 친구들이 30미터 정도 달리다 멈쳐서 꼴찌로 달려오던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뛰게 되었고 결승선까지 다 같이 손잡고 들어와 모두가 1등과 꼴등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사진을 등록한 작성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6학년들 5명이서 달리기 시작했다.
사진 맨 오른쪽 아이는 항상 꼴찌만 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위 사진 맨 오른쪽 아이는 항상 꼴찌만 하는 아이였습니다.
또래 애들보다 작고 뚱뚱했기 때문이죠.
나머지 애들이 달리기하다 30미터 정도 가더니 갑자기 멈춰서 꼴찌로 달려오던 친구 손잡고 같이 뛰었습니다.
6년 동안 항상 꼴찌 하던 그 친구를 위해서 나머지 4명이 미리 계획 한 것이죠.
오른쪽 꼬마는 고마워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때 찍힌 사진입니다.
결승선까지 다 같이 들어와서 모두가 1등을 했습니다.
이 세상은 피라미드 구조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모두가 1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우리는 보통 남과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절름발이, 또는 맹인, 벙어리, 소인 심지어 인종이 다른 사람까지도 같은 사람이 아닌 다른 범주로 구별하는 성향이 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사람,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 키가 작은 사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환자, 외국인 등 간단한 고유명칭으로 분류하여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위의 소년도 보통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나는 다르다",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남들과 똑같이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은연중 성장시키며 줄 곳 마음 놓침 상태에 빠져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삶의 전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살아가지는 않았겠지만 눈으로 보이는 육체적 다름을 통해 어쩔 수 없는, 너무나 당연히 꼴찌를 할 것이라는 부정적 결과 예측으로 인해 지치고 힘든 마음이 생각지도 못한 친구들의 선물로 인해 큰 쓰나미가 되어 마음 챙김 상태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 죽어도 술은 끊지 못하겠다. ]

마음챙김4.png

2020년이 도래하면서 30대의 마지막을 뜻깊게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만들어 보는 새해 계획 내용 중 금주라는 단어를 보고 "과연 내가 술을 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손에 쥐어진 맥주캔을 보고 이번 생은 틀렸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 놓침의 공간에 나자신을 가두어 두었다.


그렇게 금주는 새해 리스트에서 두 줄이 그어진 채 계획에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라톤을 함께 하자는 악마(?)들의 유혹에 앞뒤 생각 없이 오케이를 외치게 되고 어디 내놔도 쓸 수 없는 몸을 마라톤에라도 쓸 수 있게 헬스장을 등록하면서 자연스레 이참에 술도 한번 끊어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명 이전에도 매년 금주는 나의 목표이며 새해마다 사라지지 않는 마법 같은 단어였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올해는 작심 3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0일의 금주 기간을 지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 여파로 마라톤도 진즉에 취소되고 헬스장도 벌서 두 달가량 못 가는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금주를 이어나가고 있다. 분명 환경의 변화도 나 자신의 육체적 변화도 그 어떤 것도 바뀐 것이 없다. 다만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목표로 인해 인생에 추가된 맥락으로 금주를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맥락 바꾸기는 혁신으로 가는 여러 길 중 하나일 뿐이다.
새로운 범주 만들기, 다양한 관점 시도하기, 과정에 집중하기, 이 모든 방법이 문제에 대한 참신한 접근법을 발견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과거에는 단지 뚜렷한 목적이 없이 단순히 술을 끊어보자는 생각으로 금주를 결심했다면 이제는 마라톤을 통해 망가진 몸을 회복하고 아이들과 좀 더 오랜 시간 함께 하고픈 마음과 새로운 출발선상에 있다는 생각으로 맥락을 바꿔 마음 챙김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의 변화를 통해 마음가짐 또한 바뀌어 생각하다 보니 코로나라는 변수로 운동을 장기간 못하는 상황에서도 금주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1458107808.73.png

정말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것이 마음먹기(챙김)인듯하다.. 그냥 툭 내 뱉는다고 실행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주위의 환경 변화와 타인의 협력도 함께 내재되어 진행되어야 겨우 빛을 볼 수 있는 결과 물이다. 한편으로 그만큼 나 자신의 통제력을 잘 이용한다면 누구보다 쉽고 더 빨리 삶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삶의 모든 것을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관점에서 다른 맥락을 통해 변화가 가능한 시선으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