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날들에 감사하며

도대체 왜 지금!

by 몽플레지에

코로나 시국이 끝을 보이고 남편과 나, 그리고 6살 아들, 4살 딸 이렇게 네 가족이 함께 여행을 계획했다. 목적지는 발리. 10박 12일쯤 되는 기간.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두근거렸고 기대했다. 우리의 앞 날에는 꽃길만 있을거라 그렇게 확신하며.


하지만 발리에 도착하자마자부터 영 컨디션이 안좋았다. 처음 느껴보는 복통에 식은땀까지 줄줄. 한걸음을 옮기는 것 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나 때문에 모든 일정을 망가뜨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거지로 애를 써가며 몸을 옮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삿일이 아닌 것 같았다.


결국 다음 날 발리에 있는 병원을 가게되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급하게 든 여행자보험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우리의 선견지명에 서로 감동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소변검사, 피검사, 수액을 맞으며 여러 약물투여, 마지막으로는 초음파 검사까지 장장 5시간을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렸지만 여기선 명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5시간 정도 병원에서 쉬었던 탓일까 몸은 한결 가벼워졌고 남은 일정을 즐겁게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타국에서 느낀 병명 모를 그 고통이 뭔가 모르게 찝찝했다. 그냥 넘어갈 수준의 고통이 아니었는데. 도대체 뭐였을까.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다. 병원에서는 산부인과를 가보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산부인과라니?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으나 때마침 아이들이 장염에 걸렸다. 수질이 나쁘기로 유명한 발리에서도 멀쩡했던 아이들이. 그것도 둘이 동시에. 덕분에 내가 아팠다는 사실은 머리속에서 까마득히 지워지고 아이들을 케어하는데 열중했다. 그렇게 2주를 또 보내고 다시 조금 여유로워졌을때 쯤. 하복부에 기분 나쁜 통증이 다시 또 시작됐다.

더 이상 미루는건 안되겠다. 이제는 내 몸을 챙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뱃속에 아이를 품고 왔던 산부인과인데.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아이를 낳을 때까지 봐주셨던 과장님께 진료를 보고자했다. 하지만 나는 산과가 아닌 부인과로 가야한다는 접수처의 말을 들었다. 아, 부인과가 있구나! 산과와 부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기분 탓인지 부인과 선생님들은 왜 덜 친절하게 느껴지는지. 일단 외래 진료 접수를하고 기다렸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오래 기다려야한단다. 1시간 정도를 기다렸을까 들어오라는 말에 얼른 일어나 들어갔다.


온 김에 자궁경부암 검사도 하고, 증상을 얘기했더니 초음파를 보자고 하신다. 초음파를 보자마자 "여기선 안되겠는데" 하시는 말씀에 덜컥 겁이났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초음파 화면을 보여주시며 "보이죠? 이게 다 혹이에요" 하시는데 화면은 온통 깜깜했고 혹은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에 혹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저는 아무것도 안보이는데요..." 했더니 하시는 말씀. 이 화면 전체가 다 혹이라고 한다. 수술이 가능한 방으로 옮겨줄테니 다시 진료를 보라고 하셨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할 시간도 없이 진료실에서 나왔고 수술 가능한 원장님 방에서 바로 이름이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