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택시로 고조 여행하기
고조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몰타에서 본 섬 다음으로 큰 섬이다. 약 3만 7천 명이 거주할 정도로 굉장히 조용하고 한산하다. 들어봤거나 본 적이 있다면 아마 영화나 드라마 때문일 것이다. ‘왕좌의 게임’,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바이 더 씨’ 촬영장 장소로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다. 몰타 사람들은 고조를 ‘몰타 같았던 곳’으로 표현할 정도로 몰타의 옛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고조만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고조 항구에 앉아 왔다 갔다 움직이는 페리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몰타 생활이 스트레스와는 조금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쌩쌩 달리는 자동차 그리고 영어공부로 조금은 답답할 때 주말에 시간을 내어 고조 섬에 바람을 쐬러 가곤 했다.
몰타에서 고조로 들어가는 방법
대표 여행지 슬리에마, 세인트 줄리 앙스 등을 거치는 X1 버스를 타고 Cirkewwa에 하차하면 고조로 가는 터미널에 갈 수 있다. 페리 운행의 자세한 시간과 요금은 하단 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http://www.gozochannel.com/en/home.htm
그 작은 나라에 또 다른 섬이 있어?
무려 섬이 세 개인데!
고조로 가는 페리는 돌아올 때만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고작 30분 이동하는 페리지만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었다. 작은 마트에는 식품, 책 등 꽤나 많은 종류를 판매했고 선내 레스토랑에는 간단히 배 채울 음식을 팔았다. 우리도 잠깐이지만 여행을 만끽하기 위해 와인 한잔을 했다.
고조에서 택시투어
고조를 여행하는 데에는 도보, 렌터카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택시와 시티버스를 이용해 두 번의 고조 여행을 했다. 첫 번째로는 택시로 여행한 고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힐링을 위해 방문했기 때문에 애초에 많은 관광지보다는 편하게 둘러보는 쪽으로 생각했다. 대표적인 관광지 그리고 지금은 볼 수 없는 아주르 윈도, 람라 베이에서 수영 그리고 에어비엔비 숙박까지. 굉장히 만족한 고조에서의 1박 2일이었다. 고조 터미널에 도착하면 승객을 기다리는 많은 택시를 볼 수 있다. 고조의 유명한 장소를 둘러보며 고조 출신 드라이버의 로컬 설명까지 총 5만 원 정도면 해결된다. 혼자서 부담이 된다면 세네 명의 친구와 함께하는 택시투어를 추천한다. 그리고 가격을 충분히 깎을 수 있으니 드라이버와 꼭 가격 협상을 하길!
몰타의 파란 창문
아주르 윈도우(Azure Window)
아랍 지배권이었던 역사때문에 몰타 언어는 아랍어와 비슷한 점이 많다. 아주르 윈도우 또한 아랍어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지명이다. ‘Azure’가 ‘파란’의 뜻을 지니고 있다. 아주르 윈도우 주변이 유독 강렬한 파란색을 뗘 마치 창문으로 지중해를 바라보는 것 같다. 수천 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으로 깎여 만들어진 거대한 해식 아치(Arch)다.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강한 해풍으로 자칫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아슬아슬하기도 했다.
얼마 전 몰타에 큰 이슈가 있었다. 고조 섬의 대표 관광지인 아주르 윈도우가 거친 강풍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자연의 순리라고 하지만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르윈도우를 방문했던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나 싶었다. 형체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포인트로도 굉장히 유명한 아주르윈도우의 블루홀이 아마 더 알려질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몰타 관광청으로부터 들은 소식에 의하면, 아주르윈도우가 무너지면서 바닷속은 더욱 배로 화려해지고 볼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고조에 방문해야 할 강력한 이유가 새로 생겼다.
소박하지만 강인한 고조 사람들은 궁핍하고 계속된 위험에 적응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몰타 본 섬과 고조는 같은 역사를 공유하지만 고조는 몰타 본 섬에 비해 보다 불행한 시기를 거쳤다. 보호받지 못하고 해적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아 고조의 모든 인구가 노예로 끌려간 적도 있다.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더 나은 피난처를 찾아 요새가 잘 되어있는 몰타의 도시로 떠났고 나이 든 사람들은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고조가 안전해지자 피난, 노예로 납치되었던 고조인들 또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선택했던 나라, 도시에서 부를 축적한 고조인들은 그들의 성공을 표현하고자 고조에 거대한 집을 짓고 살았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고조에서 에어비엔비(Air bnb)
미리 준비하고 고조를 여행한 게 아니었고 게다가 불꽃축제기간이랑 겹쳐 숙소를 찾기 힘들었다. 불꽃축제가 아무래도 밤늦게 열리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아 예약한 에어비엔비가 신의 한 수가 될지 몰랐다. 고조의 역사 때문이었을까? 우리가 선택했던 에어비엔비 숙소는 평범한 외관과는 달리 화려한 내부 모습에 우리는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졌다. 생각보다 집이 굉장히 넓었고 화려한 인테리어에 눈이 쉴틈이 없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호스트의 성향 때문인지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가 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물품이었다. 여행 중이지만 또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던 것도 사실이다.
지중해에서 수영이라니!
람라 베이(Ramla Bay)
고조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였다. 바로 지중해에서 수영하기. 몰타에 가기 전 4월부터 수영이 가능하다고 했기에 기대에 가득 찬 상태에 람라 베이(Ramla Bay)로 향했다. 에어비엔비 숙소가 고조의 북쪽에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람라 베이가 있어 날도 좋아 걸어서 가기로 했다. 밑 사진의 언덕 아래가 바로 람라 베이다. 비옥한 토지를 가진 고조에서 여전히 로컬들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어 어렵지 않게 논, 밭을 볼 수 있다.
언덕에서 람라 베이까지 사실 버스를 타고 5~10분 정도 내려가야 한다.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가면 금방일 거라 생각했고 지름길이 있을 거라고 믿고 무작정 사잇길로 향했다. 미끄러운 슬리퍼를 신고 내려가 엉덩방아를 찍기도 했고 마치 정글을 탐험하듯 나무를 헤치면서 갔었다. 다시 올라가야 하나 생각을 여러 번 한 것도 잠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람라 베이에 도착했다.
힘들게 도착한 람라 베이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겨준 건 귀여운 핫도그 가게였다. 내려오는 데 에너지 소비를 다 한 우리는 해수욕 전 든든히 배를 채우기 위해 한 손엔 핫도그 또 다른 한 손엔 몰타 맥주 치스크를 들고 기분 좋게 해변으로 들어섰다. 람라 베이는 몰타에서 보기 힘든 모래 해수욕장이며 해수욕장 양쪽에 위치한 석회암 언덕이 풍화되어 만들어졌다. 주황빛을 띄는 모래로 유명한 고조의 최대 해수욕장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4월부터 수영이 가능했지만, 정말 '가능'이었지 즐기기엔 다소 추운 날씨였다. 물론 당일 바람이 꽤나 불었지만 맘껏 해수욕하긴 힘들었다. 그래도 어떻게 도착한 람라 베이인데!라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파랗고 파란 지중해에 뛰어들었다. 뜨거운 햇빛 때문에 덜 춥긴 했지만 그래도 수영은 5월부터라고 추천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충분히 여유를 만끽하고 몰타 본 섬으로 향하는 길.
출발할 때 끊지 않았던 왕복 티켓을 구매하고 배에 탔다. 선착장에서 집까지 또 40분 정도 이동해야 했기에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이틀간 리프레시로 인해 마음만은 가벼웠다. 몰타를 오랫동안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고조를 굉장히 여유롭게 느껴보는 걸 정말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