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버지의 휴대폰을 집으로 가지고 왔지?
어쩌다가 이렇게 번민과 복잡한 머릿속을 헤매게 되었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 날, 중환자실 면회는 10분동안 1명만 가능하기에, 전 날 아버지를 면회한 동생이 나에게 아버지의 휴대폰을 쥐어주면서 드릴 수 있으면 드리라고 하였다. 그렇게 들고 들어간 휴대폰은 당연히 아버지에게 드리지 못했다. 간호사님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내 가방에 들어온 아버지의 휴대전화!
1시간 거리, 우리 집에 왔다. 아버지의 전화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쓰러지셨을 때, 어떻게 분실되지 않고 잘 챙겨져서 다행이다. 먼지를 물티슈로 잘 닦고 열어본다.
몇 통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와 있다. 최근 통화목록 몇 개 아래에 내 번호가 보인다.
'그래, 며칠 전 아빠의 목소리가 기운이 없으셨어' 뒤늦게 후회가 생긴다.
그러다가 아빠가 작년에 바뀐 휴대폰에 번호 저장들이 안되어 있어서 번호들에 이름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껏 신경을 써드리지 못했구나. 마음도 아파서.. 연락처를 열고 번호를 저장해본다.
내 번호, 사위번호, 오빠번호, 새언니의 번호, 동생의 번호 등등 가까운 이모, 이숙 등 중요한 몇 개의 연락처를 저장해 드리니 마음이 조금 나아진다. 이제 아빠가 전화를 받을 때 연락처에 이름이 뜨겠구나!
아빠가 전화받으실 때 조금은 편해지시겠다. 생각을 하다가 몇 개의 최근 문자메시지가 눈에 띈다.
당연히 잘 모르는 번호이다. 최근에는 주로 연락처 저장기능을 사용하기에 전화번호를 거의 외우고 있지 못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낯선 번호가 있네. 그렇게 휴대전화를 덮는다.
며칠이 지났다. 아버지가 고비를 이겨내셨다. 이제는 일반 병실로 내려가게 되어 충전해 두었던 휴대전화를 들어본다. 갖다드려야지...
부재중 전화들도 몇 개 있구나.
지난번 그 번호네. 아빠가 가깝게 안부를 전하는 친구가 있으신 듯 했다. 이런 저런 안부를 전하는 내용인 것 같다. 입원한 사실을 연락드려야 하나...그러다가 몇 개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고...
'누구시지?' 의문에 휩싸인다.
평상시 워낙 조용한 내향인이셔서 지인들이 거의 없으셔서 자식들하고만 왕래를 하시는데....
몇 개의 메시지들은 나에게 그 의문을 없어지게 만들어버린다.
'설마?' 잊고 있던 그 얼굴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 분이신가?
10년이 넘게 우리 가족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졌던 그 여인.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이었던 그 세월속으로 잠시 들어가버린다.
추웠던 그 해 겨울, 아빠의 차가웠던 손과 얼굴이 다시 생각난다.
아, 속상하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