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재혼 통보

by 몽고메리

20년전 친정엄마가 갑작스런 뇌출혈로 돌아가신 후,

아빠는 마음을 잘 잡지못했다. 워낙에 모든 것을 엄마에게 맡기고 직장 생활만 하신 터라

사실 현실감각이 별로 없었다.


마음을 못잡고, 살아가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말씀하셨다.

재혼을 하게 되셨다고 삼남매에게 통보하셨다.


새 어머니는 만난지 몇 달도 안된 분이셨고 매사에 마음을 먹으면 결정이 빠른 아빠는

그렇게 재혼을 하고 신접 살림을 차리게 되셨다.

자식들은 사실 염려가 많았으나, 워낙 고집이 세고 마음먹은 대로 하시는 아빠의 성향을 잘 알기에 묵묵히 따르게 되었다.


새 어머니의 결혼 조건을 건네 들은 바로는

신축 아파트였다.

그리고 아빠는 성인이 되자마자 행정공무원으로 일하게 되어 정년퇴직시에는 40년이 넘게 일을 하셔서

퇴직후 연금액수가 적지 않았다. 아빠는 아마도 재혼을 하게 되면 연금으로 함께 생활할 수 있고,

혹여나 아빠가 먼저 돌아가시면 새 어머니가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재혼에서의 안정적인 조건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광역시에서 우리 삼남매가 함께 컸던 아파트 한 채가 전부였던 아빠는

재혼할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신축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재혼을 결정한 아빠는 빠르게 우리집의 물건을 처분하셨다.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고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아끼던 고가의 그릇들은 어디론가 다 없어지고 난 후였다.

오빠는 서울에 살고 있었고, 나와 동생도 거리가 있는 곳에 살고 있었기에

집안 물건의 처분은 빠르게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살림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하였지만,

알뜰하게 살림에 관심이 많았던 새언니는...

엄마가 아끼던 그릇들이 없어진 것에 대해 마음아파 하셨다.

내 마음도 미안했다.


아빠가 다 버린 그릇들 사이에서 남은 그릇은

아빠는 쓰지 않는 새 그릇이라고 남긴 것 같은데

(새 어머니가 남겼을 수도 있겠다)

의미가 없는 백화점 사은품같은 라면 면기같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우리 삼남매가 커온 집은 전세 임차인을 들이고 아파는 신도시의 신축아파트로 들어가셨다.


두어번인가 새어머니와 아빠의 집에 가보았다.

거실에는 내가 사드린 텔레비전이 걸려있었다.

'전자제품은 버리지 않고 가져왔네' 휴우.....


수납장에는... 엄마가 애지중지 모아온 (우리집에는 애주가가 없어서)

양주들이 줄이어 있었다.

내가 신혼여행 다녀오면서 선물했던 술도 그곳에...

그냥 허탈하게 우리집에 있었으면서 버려지지 않은 물건 몇가지를 보고

마음이 그랬는지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 신축아파트에는 그 뒤로 가 볼일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빠는 재혼하면서 공동명의로 했던 그 아파트에서

일년? 혹은 몇 달 후.....

거의 쫓겨나다시피 나오게 되었으니까.......


좋은 분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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