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전화에.... 나의 대답은,
"그럼, 우리 집으로 오세요"
재혼하시고 몇 달이 지났을까? 1년이 되었을까?
눈발이 조금 날리던 겨울 어느 날, 아빠는 나에게 차갑고 건조하고 불안한 목소리로 연락을 하셨다.
집안에서 있기가 힘들다고... 새 어머니와 집안에서 불화가 있고,
무리한 아파트마련으로 인한 대출금으로 인해 퇴직을 하셨지만 연금으로는 부족하고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집에서의 압박이 큰데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전화였다.
집안에 있기도 불편하고 자꾸 겨울에 집밖으로 나오는데
날은 춥고 마음도 힘들다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빠는 힘들다고 하셨다.
아빠는 많이 힘들어 보였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사실 마음 자체가 튼튼하지가 못하다. 무언가 기댈 곳이 있어야 마음의 안정이 되는데
마음을 기댈 곳이 없자, 마음이 불안했다.
또한 매사에 현명한 판단을 잘 못한다는 점이 과거에도 큰 사고를 치셔서 우리가 알고 있었다.
순간, 욱 하시고
잘못된 큰 판단을 할 때가 있다.
나중에 들은바로는,
동생의 직장앞으로 아빠가 먼저 찾아가셨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며 재혼 생활의 힘듦을 남동생에게 호소하셨다고 한다.
동생은 그러면 딸에게 가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한다.....
사실 아빠의 퇴직연금은 정확히 몰랐지만 40년이상의 공직 생활로 인하여
300만원이상으로 알고 있었고, 그렇게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빠 말씀으로는 새 어머니에게 생활비로 300만원은 기본으로 필요하다고 하였다.
(대출금에 관련된 비용 포함일까?)
아무튼 아빠는 일을 한다고 하셨다.
아빠는 우리집에서 몇 일 계셨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으셨다.
가족 회의가 있었고
아빠는 새 어머니와 이혼을 희망하셨고
우리는 이혼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삼남매가 모아서 아빠게 마련해 드렸다.
아빠는 우리 집근처의 작은 원룸을 얻어
새 어머니와 별거를 시작하였다.
그 별거 생활은 10년이 넘게 지속되었고,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다.
10년이 넘게 시간이 지났지만,
추운 겨울 너무 힘들어했던 아빠의 목소리
우리 집에 오셔서 힘들어 보였던 그 얼굴은 생생히 기억이 난다.
문득 한번씩 생각해본다.
아빠가 그 때 별거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아빠가 너무 힘들어하시니 그렇게 하게 되었는데
집에 돌아가서 잘 마무리를 해 보도록 설득을 해야 했을까?
그렇게 했으면 그 후로 아빠의 건강이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까?
자식으로서 어떤 결정이 맞았는지 ... 한번씩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