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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Oct 12. 2020

청소년 기본소득, 옥천에서 새바람 퍼져 나갈까

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옥천 Too‘청소년 기본소득 정책토론회’ 현장

나 또는 가족의 재산이 얼마든 상관없이, 일하지 않아도, 아무 조건 없이 모든 시민에게 국가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면 어떨까?


‘공산주의 국가에서 나올만한 소리’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미 우리는 비슷한 돈을 받은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5~8월까지 약 14조2천억 원 규모로 진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그것. 물론, 가구당 지급된 것이라 ‘모든 시민에게’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의 취지를 충족하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옥천의 청년 모임 Too가 ‘지역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계획했다. 서울시 청년허브가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옥천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실험의 실무를 돕는다(월간 옥이네 9월호 관련기사 및 이번호 54쪽 기사 참조). 이들의 실험 소식을 들은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위원장 박형용)가 지난 9월 22일 ‘청소년 기본소득 논의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며 이에 대한 지역사회 공론장을 마련했다. 몇몇 청년이 십시일반 재정을 모아 진행하려던 실험이 여러 단체의 도움으로 실현되고, 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주최의 정책토론회까지 이어졌다는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토론회에는 지역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져 실제 정책 입안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옥천군 김재종 군수는 “옥천군은 도 최초로 전 군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학생들에게도 전국 최초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며 “‘청소년 기본소득’이 아직은 낯선 용어이지만 옥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하며, 이번 토론회가 우리 청소년을 위한 정책적 모티브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옥천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본소득이 공론장에서 다뤄진 것이 아주 신선했고, 새로운 장르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한 옥천군의회 임만재 의장은 “한국에서는 새로운 의제가 나오면 선행 지자체가 있는지 따지기 바쁜데, 지자체에서 조례가 먼저 나오고 법률이 생길수도 있다. ‘무상급식’ 같은 사례가 그것”이라며 “당장 옥천군 전체 청소년에게 시행하기 어렵다면 학교밖청소년 등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라도 조기에 실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처럼 재정적 이유로 기회를 상실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기본소득으로 청소년이 자기 의사결정권을 갖고 책임감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충청북도의회 이숙애 의원 역시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많지만 실천 사례는 거의 없었는데 옥천에서 이런 실험을 한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청소년이 자신에게 할당된 고정적 소득을 자율적으로 소비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방송국에 촬영을 제안했을 만큼 이번 실험에 대해 기대가 크고 도의회 차원에서도 청소년 기본소득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실험의 성과가 전국적으로 좋은 모델이 될 첫 번째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박형용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경제 불균형과 양극화로 벌어진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이런 일에 대해 사회적 의제를 던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Too의 안내중학교 실험이 끝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추후 상임위 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며 “청소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고 경제적 주체가 될 수 있는 학습 과정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 청년허브 백희원 연구협력실장과 옥천 청년모임 Too의 박누리 씨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이어진 지역 주민 토론회는 박형용 도의원이 좌장을 맡고 △박미성(옥천군 평생학습원 청소년팀 학교밖청소년 담당) △최서영(옥천고등학교 학생) △오종란(옥천군학부모연합회장) △강백두(안내중학교 학생) △이해수(옥천 청년모임 Too) △이용수(옥천군의회 행정운영위원회 위원장)의원이 참석해 청소년 기본소득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청소년을 보호자에 종속된 존재로 여기고 하나의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이날의 토론은 청소년을 자주적 시민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확산하는 의미도 있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 담는다. 정리 순서는 발표 순서를 따랐다.


발제1 ‘옥천형 공론장에서 찾는 기본소득의 의미

서울시 청년허브 백희원 연구협력실장

사전적 의미가 아닌, 전 지구적 인류의 삶에서 기본소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첫 번째 주제발표로 토론회의 포문을 연 서울시 청년허브 백희원 연구협력실장은 기본소득의 의미에 대해 세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기본소득은 공유재에 대한 시민의 권리라는 것이다. 사회공동체의 노력으로 축적되어 온 문화, 지식 및 관광자원 또는 토지, 천연자원과 같은 공유재에 대한 시민의 권리로써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것. 둘째로 기본소득은 행복한 삶을 위한 사회안전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심화의 시대에 과도한 노동과 지나친 소비는 온실가스 배출의 심화로 인한 기후재앙으로 이어지며,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산업 전환을 동반한 획기적인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시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불안에 노출되지 않고 삶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기본소득 지급의 실현은 ‘누구나 자신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지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현재 정부에서 지급하는 지원금 정책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임금노동과 가구 중심 복지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조건 없는 지원을 통해 모두의 기회를 지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소년이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그 ‘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백희원 연구협력실장은 2017년 청년허브 지원으로 열린 ‘시민 기본소득 실험 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돈을 준다고 하면 물질적 가치를 준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돈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꿔낼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에 기본소득 지급은 오히려 다른 의미를 지닌다”며 ‘관계, 시간, 독립’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그것을 설명했다.


먼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청소년기의 기본소득은 ‘관계’가 될 수 있다. 둘째로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처럼 기본소득 지급으로 청소년이 시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신 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시간, 즉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 또한, 청소년이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의사를 제대로 표하며 인간으로서 독립할 수 있다. ‘무엇을 소비할지’ 직접 결정할 권리를 갖고 책임감을 키울 수 있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백희원 연구협력실장은 “청소년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 이상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줄 수 있는 게 청소년 기본소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내·외 기본소득 실험 사례를 소개한 그는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이기 때문에 탄소배출 과정에서 벌어들인 돈에 세금을 매기거나 불필요한 국토개발 예산의 감축을 통해 확보한 재원, 토지보유세·부동산임대소득 등 불로소득의 일부, 그리고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사회적 약속을 통한 재원을 예로 들며 옥천이 가진 문화적 기반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백희원 연구협력실장은 청소년 기본소득 정책 마련을 위해서는 ‘옥천은 어떤 장소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가 바라본 옥천은 ‘공론장이 살아있는 지역’, ‘문화적 상징물이 있는 지역’, ‘로컬푸드 공급망이 있는 지역’, ‘도립대학이 있는 지역’으로, “Too처럼 ‘같은 지역에 산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 청년들이 자신이 아닌 청소년을 위해 기본소득을 고민하고, 실험을 진행한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사례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어 “지금 청년이 살아가는 세계는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처음 맞이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문가도, 삶의 경험이 많은 사람도 바로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당사자들인 청(소)년들이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발제우리는 왜 청소년 기본소득을 이야기 하나

옥천 청년모임 Too 박누리

“지난 10년간 옥천에 살며 청소년들을 만날 일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청소년 10명 중 7~8명은 ‘어른이 되면 옥천을 떠나고 싶다’고 했는데, 저에게는 이것이 무척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옥천 청년모임 Too 박누리 씨는, 이 같은 청소년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옥천군 사회조사 결과 수치를 언급했다. 2019년 옥천군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정체성(동네에 대한 소속감)을 묻는 질문에 13~19세 청소년 응답자의 20.6%가 ‘전혀 없다’, 48.7%가 ‘별로 없다’고 대답한 것. 전체 청소년 응답자의 69.3%, 즉 청소년 10명 중 7명 정도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조사 중 10년 후 지역 정주의사를 묻는 질문에서도 청소년 응답자의 25.7%가 ‘별로 그렇지 않다’, 25.6%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왜 지역을 떠나고 싶어할까. 박누리 씨는 “청소년들이 지역 공동체의 의미와 가치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지역에 대한 소속감도, 애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동체의 부재가 청소년으로 하여금 지역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는 것.


이런 문제 의식은 자연스레 Too의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의 기반이 됐다. 여가 생활에 불만족 한다는 청소년 중 절반 가까이가 ‘경제적 부담’을 들고 있다는 점은, 청소년에게 ‘일정한 돈’을 지급해 지역사회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하게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Too는 최근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막상 청소년 구성원에게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 현실도 ‘기본소득’에 집중한 배경이 됐다. 지역 청소년에게 여가 활동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지역사회 안에서 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함께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는 것. 여기에 서울시 청년허브 ‘N개의 공론장’ 사업을 만나게 되면서 옥천에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됐다.


박누리 씨는 이어 “옥천군 전체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어떨까?”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단순 계산으로 13~19세까지 옥천군 청소년 2천835명에게 월 5만원씩 지급한다면 월 1억4천175만원, 연간 17억100만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며 “옥천군 전체 예산의 0.3% 정도를 차지할 뿐”이라고 말했다. 옥천군이 한 해 예산 중 다 쓰지 못하고 남기는 순 세계 잉여금이 500억 원대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해봐도, 청소년 기본소득 지급액 규모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계산이다.


박누리 씨는 2014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무려 19.5%가 ‘일주일에 하루 이상 굶은 적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 동네 사례는 아닙니다만, 충격적이지 않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역 탈학교 청소년을 만나는 선생님들 말씀이나,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옥천의 학교밖청소년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을 수 있습니다. “애들한테 돈 줘서 뭐할 건데?”라고 묻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월 5만원이 청소년들에겐 단순한 용돈이 아닌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는 문제인 겁니다.”


때문에 그는 청소년 기본소득 정책 논의나 도입과는 별개로 지역 청소년의 생활 실태, 특히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시급하다고도 덧붙였다.


박누리 씨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한 걸음이 청소년에게 지역에 대한 긍지를 심어줄 것”이라며 “이것은 분명 미래 지역 공동체 유지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안내중학교에서 시작하는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이 옥천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시작이 되길 바라며, 나아가 이 상상이 지역 농민, 여성, 장애인, 청년, 옥천의 모든 주민에게 번져갈 수 있길 바란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지정토론

박미성(옥천군평생학습원 청소년팀)

옥천군 학교밖청소년이 총 141명, 옥천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관리하는 숫자는 약 30명 정도다. 학교밖청소년은 가정환경, 학교폭력,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청소년을 뜻하지만, 옥천에서는 주로 가정환경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교밖청소년’이라는 낙인 때문에 무기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부모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해 빈곤이 이어지지 않게 지원하고 부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청소년 집에 가보면 ‘어른도 이곳에서는 힘을 내고 꿈을 가지고 무얼 하기가 막막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도교육청에서 교육부 예산으로 ‘동행카드’라는 것을 만들어 학교 밖 청소년에게 매월 10만 원씩 다섯 번 지급하고 있다. 이 돈을 센터에 오는 교통비로 사용하면서 센터 참여율이 높아지고 식비로도 많이 사용했다.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고, 마음이 풍요로우니 배가 덜 고픈 것 같다고 얘기한다. 뭐라도 먹고 움직일 수 있어야 꿈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청소년 기본소득이 정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란다.


최서영(옥천고등학교)

지난번에 학생들에게 옥천군 교육재난특별지원금이 10만 원씩 지원됐다. 저는 당시 옷이나 책을 사는 등 유용하게 사용했는데, 친구들 중에는 지원금의 존재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부모님이 가져가셨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이 경제적으로 주체가 되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소년이 갖고 있는 경제적 한계를 인식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감동적이었다. 우리가 스스로 어떻게 소비할지 정하고 경제적 주체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종란 (지역학부모연합회장)

청소년기에 자신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일정 용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일정한 금액을 자녀의 용돈으로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가정의 청소년이 부모를 원망하지는 않을지, 불안정하고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학업에 집중하며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부족한 청소년에게 일정한 소득이 보장된다면 또래사회에서 관계 형성에 기죽지 않는 청소년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교육과정에서 경제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한다면, 훗날 계획된 지출을 하는 슬기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써 본 사람만이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적재적소에 소비한다면 지역경제도 살고 시민 경제관념도 높아질 것이다.


강백두(안내중학교)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교우관계가 중요한데, 돈이 없으면 밖에서 친구를 만나기 어렵다. 그로 인해 청소년의 자아정체성 발달과 교우관계 형성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자립 청소년의 경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노동 권리 침해도 당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된다. 이들에게 정기적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생존을 위한 재원이 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지원되면 더 많은 경험으로 인생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청소년들의 경제 감각을 키워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가정에도 큰 도움이 될 청소년 기본소득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해수(옥천 청년모임 Too)

살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경제적 불평등에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기본소득을 제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불평등한 청소년 노동환경 때문이었다. 사회가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할 때 그들은 스스로 결정권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고 인식하게 된다. 재난지원금은 모든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하나의 시도였다. 하지만 청소년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은 스스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사례다.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청소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불평등으로 인한 여러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경제적 뒷받침을 갖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의 인권을 고민하는 사회는 다른 지역 구성원들의 인권도 함께 고민하는 사회로 이어질 것이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불평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용수 (옥천군의회 행정운영위원회 위원장)

청소년이 그 존재만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청소년 기본소득 이전에 전제되어야 한다. 청소년 기본소득 논의의 배경 중 하나로 만 18세로 하향조정된 선거권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 청소년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소비가 무엇인지 가릴 수 있는 역량을 직접 기를 수 있다. 청소년 본인도 자신을 자율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독립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으며 사회적 안정성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되 그 권리와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책임도 수반되어야 한다. 나중에는 기본소득 지급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 누구나 존엄한 삶을 영위할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 국내·외 사례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조건 없이 식량을 제공해야 한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인문주의 사상가 토마스 모어는 1516년 그의 소설 ‘유토피아’를 통해 최초로 ‘기본소득’의 개념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약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전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등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 캐나다에서의 기본소득 실험인 민컴(Mincome)’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국내외에서 시행된 기본소득 실험 또는 관련 정책그리고 그중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된 제도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국내사례

Ⅰ 경기도 성남시 청년 배당

2016년,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당 25만 원, 연 100만 원의 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원하기 시작한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 기본소득 개념을 알리고, 이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되어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Ⅱ 서울 성북구 아동·청소년 동행 카드 지원 사업

성북구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만 13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 10만 원의 포인트를 충전해주는 이 제도는 문화·예술·진로체험 등 지정 사용처에서 이용 가능한 포인트 카드를 지급해주는 사업이다. 사용처가 제한되어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을 위한 현금성 포인트라는 점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Ⅲ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기본소득 사업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실시한 제도는 아니지만, 매달 조건 없이 1인당 3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기본소득의 개념과 가장 가깝다. 탈 가정 청소년 주거 지원기관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가 추진한 사업으로, 서울 관악구 지정 주거지에 거주하는 만 18~24세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사업이다.


Ⅳ 경남 고성군 청소년 꿈 키움 바우처

지난 9월 24일 네 번째 도전 만에 군의회에서 통과된 이 제도로 고성군에 주소를 두고 있는 13~18세 청소년들은 나이에 따라 5만 원에서 7만 원을 청소년 수당으로 받게 됐다. 연간 약 23억이 편성될 예정이고 바우처는 고성군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2021~2022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Ⅴ 대전 기본소득 실험띄어쓰기 프로젝트

2017년 ‘기본소득 대전 네트워크’는 그해 기준 최저시급인 6,470원 이상을 후원한 청년 177명 중 3명을 추첨해 6개월간 매달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극히 소수에게 지급된 점을 제외하면 기본소득에 준하는 금액을 지급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기대되는 실험이었다. 참여자들은 “기본소득이 지급되면서 하고 싶은 일이 늘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더 계획적으로 소비하게 됐다”, “아르바이트 해서 학원비 내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기본소득을 받고 난 후 공연도 볼 수 있어 삶이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국외사례

Ⅰ 1974년 캐나다 매니토바주 최초의 기본소득 실험 민컴

현재 밝혀진 바로는 세계 최초로 시행된 기본소득 실험이다. 실험 중 정권이 교체되며 지원금을 받지 못해 방치되어있던 실험 결과를 약 30년 후 매니토바대학의 에블린 포르제 교수가 발굴해 분석했다. 그를 토대로 한 논문 ‘가난이 사라진 동네’는 전 세계 기본소득 실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난한 이들에게 현금을 주면 일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만 더 낳을 것이다’ 등 당시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컸지만, 결과는 달랐다. 기본소득이 노동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었다. 일하던 여성들은 출산 시 기본소득을 이용해 휴가를 늘릴 수 있었다. 청소년기 남자의 노동시간은 상당히 줄었는데, 이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일하는 대신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Ⅱ 미국 알래스카주 영구기금배당금 제도

알래스카주 정부는 1982년부터 석유 및 천연자원수익 일부로 기금을 조성해 1년 이상 알래스카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주민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준다. 이 때문인지 알래스카주는 미국 내에서 빈곤율과 소득불평등도가 가장 낮다. 이 배당금 제도는 기본소득과는 다르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 중 하나이며, ‘자연’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 발달한 제주도에서는 알래스카를 모티브로 ‘생태 배당’을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Ⅲ 나미비아 오트지베로-오미타라 지역 기본소득 실험

2008년부터 2년간, 나미비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오트지베로-오미타라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하 모든 주민에게 매달 100 나미비아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했고, 6개월 후에는 우체국 계좌를 통해 지급했다. (계좌를 이용한 체계적 경제활동을 위해) 이 실험의 결과로 극빈은 86%에서 68%로, 기아 빈곤은 76%에서 37%로 감소했고, 5세 이하 어린이의 영양실조가 42%에서 17%까지 감소했다. 수업료를 내고 수업을 듣는 학생이 증가했으며 실업률이 줄고 고용률이 늘었다.


Ⅳ 핀란드 국민 기본소득 실험

전 세계 처음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기본소득 실험이 이뤄진 국가다. 2017년부터 2년간 실업 보조금을 받는 25~28세 국민 중 2천 명을 무작위 표본 추출해 월 560유로를 지급했다. 이 실험의 결과로는 기본소득이 취업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삶의 질과 생활 만족도가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Ⅴ 인도 마디야 프라데시 지역 기본소득 실험

인도의 여성노동자연합(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 SEWA)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마디아프라데시 지역에서 8개 마을 주민 그리고 극빈층으로 꼽히는 부족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지급 실험을 진행해 총 6천여 명이 기본소득을 받았다. 그 결과로 정상 체중 어린이가 21% 증가했으며, 어린이들의 학교 출석률이 높아지고 병을 방치하지 않고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학생의 상급학교 진학률이 증가했고, 특히 낮은 카스트의 사람들에게 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정리 소혜미

월간옥이네 2020년 10월호(VO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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