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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Sep 28. 2020

커피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셉템버나인 커피 로스터

비 오는 날은 묵직한 커피가 좋다. ‘어떤 식사를 했느냐’에 따라 커피를 고르면 개운한 입가심이 될 수도 있다. 바리스타가 어떤 마음으로 커피를 내렸느냐에 따라서도 맛과 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는 단지 아메리카노가 아니다. “수백만 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향미가 달라지는 커피의 매력을 알아가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셉템버나인 커피 로스터의 이어령 대표를 만나보았다.



커피나무에서 시작된 커피 외길

“여기 커피집이에요?”


지나가는 이들의 단골 질문이다. 간판도 없이 카페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그럴만도하다. 이어령 대표는 “아니”라고 답한다. 이 공간을 단순히 카페만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 ‘커피를 팔면 커피집이지 그럼 무엇이냐?’는 의문은 그와의 대화에서 풀 수 있었다.


큐 그레이더1)로 활동하는 그가 커피를 시작하게 된 건 대학 시절 만난 인도네시아 친구 덕분이다. 당시 재학 중이던 충남대에 비주류언어권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을 모아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는 ‘누리스’2)를 창단했고, 소규모로 시작한 모임을 300여 명 규모로 키웠다. 그중 한 인도네시아 친구가 ‘루왁 커피’를 소개해 그길로 두 달 이상 인도네시아에서 시간을 보내며 커피를 접한 것.


“커피나무부터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농장주 입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한국에서 커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견해 차이가 많더라고요. 그 괴리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죠.”


매년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의 커피농장을 다니며 좋은 생두 찾기에 몰두했던 그는 한국보다 외국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 때문에 카페를 지키는 건 어머니인 송영희 바리스타의 몫이 됐다. 원래 대전 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했는데, 당시 이 자리는 로스터리3) 겸 사무실 용도로 사용했던 곳이다. 그러다 지난 5월 5일 커피도 마실 수 있는 현재의 셉템버나인 커피 로스터로 공간을 새로 꾸리며 서구의 카페도 정리했다.



향미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

이어령 대표는 손님들이 한잔 한잔 다른 커피의 차이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원두 종류, 커피 볶는 기법(로스팅), 분쇄도(그라인딩), 추출 방법, 바리스타의 기술, 심지어 온도, 습도, 기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커피 맛이 달라진다는 것.


“손님들은 향미 차이를 잘 모른다고 하시지만, 여러종류의 커피를 놓고 비교하며 마시면 누구든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커피에 관한 얘기를 함께 재밌게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커핑4) 수업을 무료로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향을 맡고 맛을 봐야 하는 특성상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는 추진이 어려워 미뤄왔다고. 사태가 나아지는대로 진행한다고 하니 커피의 다채로운 향미를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눈여겨봐도 좋겠다. 커핑뿐만 아니라 로스팅, 핸드드립 등 다양한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령 대표는 어떤 방법을 이용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재료인 생두가 좋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커피도 과일 같은 것이라 수확한 커피체리5)가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걸 잘 감별해 좋은 생두를 수입하는 것도 제 역할이죠.”



매장 한쪽에는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이 진열돼있다. 바로 코피루왁(루왁 커피). 루왁 커피는 원래 커피 농장에 돌아다니던 사향 고양이가 커피체리를 먹고 배설한 결과물에서 다시 커피 열매만 추출한 것으로, 당시 식민지배를 받아 수확한 열매를 먹을 수 없던 원주민들이 먹던 방식의 커피라고. 적은 공급량으로 인한 단가 상승으로 ‘고급 커피’라고 인식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커피체리만 먹이며 사향고양이를 사육하는 방식의 루왁 커피를 많이 생산해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다. 이어령 대표는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들여온 커피가 아니라면 취급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가 취급하는 코피 루왁은 사향고양이 사육방식에 학대의 여지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대학 시절 창단한 ‘누리스’는 그의 삶과 함께 굽이굽이 흘러 현재 생두 수입 무역 회사인 ‘누리스 인터내셔널’이 됐다. 누리스 인터내셔널은 정기적으로 태국 치앙라이 커피 여행을 주최하기도 한다. 치앙라이 고산지대에 있는 파히마을 커피농장을 방문해 며칠간 머물며 커피 수확 등을 체험하는 것. 이 대표는 파히마을에서 보는 일출이나 운무 같은 풍경은 커피 수확 체험만큼이나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다고도 덧붙였다.



장야리에서 다시 뻗어갈 열정

남은 2020년의 계획은 대용량 생두를 로스팅할 수 있는 새 로스터기를 들이는 것이다. “커피 머신은 독일제가 제일”이라며 “로스터기 직구6)를 위해 독일 방문 계획도 있다”는 말에서 이어령 대표의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셉템버나인(September 9)’은 그의 생일에서 따 온 이름이다. 가게 이름에 걸맞게 오는 9월 9일에는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바로 무료 커피 시음 행사.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셉템버나인 커피 로스터에 들러 나만을 위한 온전한 시간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기쁨과 커피 볶는 내음이 풍기는 장야리가 기대된다.


1) Q-Grader, 커피 원재료인 생두의 품질을 평가하고 커피의 맛과 향을 감별하는 커피 감별사

2)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누리’와 영어의 복수형‘s’를 붙여 만든 이름. ‘세상들’이라는 뜻으로 여러 세상에서 온 친구들을 뜻한 이름이다. 

3) 커피 원두를 직접 볶아 판매하는 곳.

4) 커피의 맛을 감별하는 행위. 

5) 커피 열매를 이르는 말. 빨간 커피 열매의 생김새가 꼭 체리 같아 붙은 이름이다. 

6) 해외 직접 구매.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주소 : 충북 옥천군 옥천읍 장야 4길 26-1 102호

인스타그램 : @sept.9coffee

영업시간 : 오전 10시 ~ 오후 8시

(마감 시간은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문의 필수)



글 사진 소혜미

월간옥이네 2020년 9월호(VOL.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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