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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특집

남은 것은 또 있다

by 월간옥이네

빈집 정비 사업의 한계와 개선점


농촌을 시들게 하는 빈집 문제는 엉킨 실타래를 풀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몇몇 개인과 사회 제도에 힘입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희망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새뜰마을사업이나 귀농인의 집 조성사업 등으로 철거 혹은 활용할 수 있는 빈집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통계청이 2019년 시행한 빈집비율 조사에 따르면 충청북도의 빈집 수는 약 77만 호로 전체 주택의 12.4%에 달한다. 매년 한 곳 이상 새뜰마을사업에 선정되어 도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옥천군도 지금껏 6개 마을만이 빈집정비 혜택을 받았고 귀농인의 집도 10호에 불과하다.


해마다 빈집 철거를 위해 시행하는 ‘빈집정비사업’도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옥천군 빈집정비사업은 마을 이장의 도움에 의지해 빈집 가구수를 파악하고 이를 면 단위로 취합하는 형태다. 빈집의 상태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달라지는데 단순히 수를 파악할 뿐, 빈집의 세부적인 상태를 알 수 없기에 활용도가 떨어진다.


또 모든 빈집 활용 사업은 빈집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내야 가능한 법인데, 빈집의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새뜰마을사업을 진행한 안내면 방하목리 정우영 이장은 “외지인이 예전에 사놓았던 집에 연락처를 알 방법이 없어 빈집을 철거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 이원면 수묵리의 경우, 소유권이 여러 자녀 앞으로 되어있어, 의견 일치가 쉽지 않아 철거에 동의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이처럼 농촌의 수많은 빈집을 구제할 사업은 한정적이고 기초조사에도 허술한 점이 있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실행에 옮길 때 생기는 어려움도 많다. 충북연구원 도시재생지원팀 김선덕 전문위원은 “빈집을 정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 수요에 비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빈집이 사유재산이기에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빈집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해당 집을 정비 혹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빈집 소유자들에게 이러한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빈집이 방치되어 공공의 이익을 해칠 경우, 법적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알려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자발적으로 빈집을 정비하거나 활용할 때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빈집 활용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귀농인의 집’을 조성할 때, 지원비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추가로 자부담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인 지원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년으로 한정된 귀농인의 집 거주 기간 역시 정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면서 앞으로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함을 덧붙였다.


김선덕 전문위원은 “빈집은 겉보기에는 흉물스럽지만 동시에 잠재가치가 무궁무진한 존재”이고 “활용 방법에 따라 빈집이 농촌에 활력을 제공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며 빈집의 가치를 재고했다.


집은 사람이 거주할 때에 가치가 있다. 그에게 애정을 지닌 누군가가 있어야만, 집은 빛난다. 집은 영원할 수 없는, 언젠가 사라질 공간이다. 주인을 잃은 집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이를 투기의 대상으로 본다면, 집은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된다. 결국, 빈집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일은 집의 본래 가치를 찾아주는 일인 셈이다.


살아가는 동안 애정을 줄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어느 날, 더 이상 집을 사랑할 여력이 남지 않았을 때, 그 기회를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것은 어떨까. 이를 도와줄 좋은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머지않아 빈집이 ‘우리집’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월간 옥이네 2021년 3월호(통권 45호)

글 사진 한수진



‘월간 옥이네’는 충북 옥천의 사회적기업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이 발행하는 지역 잡지입니다. 월간 옥이네는 자치와 자급, 생태를 기본 가치로 삼아 지역의 공동체와 문화, 역사, 사람을 담습니다. ‘정기 구독’으로 월간 옥이네를 응원해주세요! https://goo.gl/WXgT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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