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특집

생태계교란 생물 다시보기

by 월간옥이네

아무리 생태계교란 생물이 골칫거리라 해도, 이들 역시 생명체다. 생명을 지닌 것은 모두 쓰임새와 역할이 있는 법. 생태계교란 생물로 낙인찍기 이전에, 생명체 자체로 그를 바라본다면 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다. 인천의 사회적기업 밸리스는 ‘세상에 버려지는 생명들의 가치를 찾아주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배스를 활용한 반려동물 간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버려지던 생태계교란 생물을, 유용하고 생태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탈바꿈한 사례를 소개한다.


땅을 살리는 유기액비로

“배스‧블루길같은 외래어종은 질소질 성분이 많아서 액비로 쓰면 작물 생장에 도움이 됩니다. 이전에는 시‧군 단위에서 수매를 하면, 주로 매립 혹은 퇴비로 사용했는데, 버리기엔 아깝고 퇴비로 활용하려면 발효까지 오래 걸리고 악취도 많이 난다는 단점이 있었지요.” (경기도농업기술원 유기농업팀 최종인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유기농업팀은 이 점에 주목해, 2018년 외래어종의 영양가를 살리는 동시에 악취가 적고 단기간에 비료로 만들 수 있는 ‘유기액비(유기농 액체비료) 제조플랜트’를 개발했다. ‘유기액비 제조플랜트’는 지자체에서 수매한 배스‧블루길을 주재료 삼아, 유기물 분해를 가속화하는 미생물, 발효를 촉진시키는 당밀과 미네랄이 든 물(BM수)을 첨가해 만든다. 여기에 악취저감기를 가동해 악취를 줄인다. 300~450℃의 고온으로 악취를 태우는 원리다. 기존 유기액비 제조 방법보다 발효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악취가스 발생을 90% 감소시킨 것이 특징이다. 개발된 ‘유기액비 제조플랜트’는 경기도 양평군에서 주로 활용하다가, 2020년부터 농촌진흥청 신기술 보급사업에 선정돼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처음 ‘유기액비 제조플랜트’를 도입한 경기도 양평군은 12개 읍면에 유기액비 제조 시설을 설치하고 수매한 배스‧블루길‧강준치를 전량 활용하고 있다. 한 번에 2-3톤 규모로 생산이 가능하고 완성된 액비는 지역 친환경농가에 무상 제공한다. 양평군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주성혜 과장은 “현재 유기액비 생산규모로는 전체 농가가 사용하긴 어렵지만, 외래퇴치어종을 활용하고 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도 작년부터 농촌진흥청 신기술 보급사업으로 액비플랜트를 활용하고 있다. 옛살비 친환경 영농조합법인은 군에서 수매한 외래어종을 무상 제공받아 유기액비를 만든다. 옛살비 친환경 영농조합법인 최치범 대표는 “원래 유기액비를 만들다 군 시범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신청해 액비플랜트를 활용하게 됐다. 작년에 2톤, 올해는 지금까지 1.5톤 액비를 생산했다”며 “발효시간과 악취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조합 회원들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식량축산팀 윤은제 담당자는 “버려질 뻔했던 외래퇴치어종을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옥천군은 관련 정책 도입에는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유정용 과장은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액비플랜트를 도입하려면 이를 운영할 민간 단체가 있어야 한다. 옥천군농기센터는 이미 복합미생물로 만든 유용미생물 배양물(액비 등)을 농가에 무상 보급하는 상황이기에 중복되는 사업으로 봤다”고 밝혔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제공2(시연회) 사본.JPG


가시박을 천연제초제로 만든다?

가시박이 자라는 곳에서는 유난히 다른 식물이 생존하지 못한다. 가시박은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생화학적 물질, 일명 ‘타감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착안해 2008년, 가시박을 천연제초제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허수정 연구사는 당시 가시박 천연제초제 연구를 담당했다. 해당 연구는 아쉽게도 현재 중단된 상태다. 허수정 연구사는 “가시박이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할 때 이를 활용할 수 있을 방법을 고민하던 것에서 연구를 시작했다”라며 “가시박에서 타감물질을 추출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사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가시박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지금도 생태계교란 생물은 누군가 자신의 쓸모를 알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의 실수로 ‘생태계교란 생물’이란 오명을 갖게 된 생명체다. 이들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러기까지 우리의 잘못이 있었음을 알고 그 쓸모를 봐주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생명을 대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월간옥이네 통권 50호(2021년 8월호)

글 한수진 사진 양평군,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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