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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기록 Oct 10. 2019

앞으로 나가기가 주저함이 들 때

때론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나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제 미국에 온 지도 만 6년이 넘어간다. 나의 30대의 시작을 함께한 미국 생활.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으면서도 참 단조롭게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우리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보는 상황이 생겼다. 

어쩌면 한국으로 갈 수 있겠구나


물론, 미국에 너무 살고 싶은 강한 동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으로 꼭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둘 다 주저함이 드는 건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때로는 아쉬움이 나의 나아가야 하는 길을 결정하기도 했던 거 같다. 4년 학부를 마치고, 아직 설계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어쩌면 그곳에서 벗어나고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어떠한 것을 성취해야겠다는 강한 열망보다는, 그때의 나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 내가 있는 곳으로 이끈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누군가를 먼저 엄청 좋아하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나였다.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가져본 적도 없는 거 같다. 다만, 좀 더 행복해지고 싶었고,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잣대로 비교되기를 거부했다. 어쩌면, 철저한 자기 보호의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왔다. 그러면 나는 좀 더 자유롭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삶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점점 더 고립되어가고 있다. 일단, 언어가 자유롭지 않으니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에도 분명한 한계를 느낀다.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거 같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드려고 하고, 더 적극적으로 영어 사용 기회를 늘리는 것에 반해서, 나는 이 곳에서 어쩌면 더 영어 사용을 주저하게 되고, 되도록이면 그런 자리에 끼고 싶어 하지 않는 거 같다. 나이가 점점 들어서인가? 한국에 있었으면 달랐을까? 그래서 미국에 있는 동안 정말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야겠다는 결심을 새삼 하게 된다. 지금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가기엔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 건 나의 영어이기도 하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참 많이 아쉽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그들을 통해 나와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 부분이 외국에서 살기로 결심한 동기 중에 가장 큰 부분이었다. 이제부터라도 한 마디라도 더 걸어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이라는 신분이 나를 위축되게 만들 때도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무모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제까지 이 결심이 유지될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한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보니 지금 현재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좀 더 나만의 이 시간을 더 값지게 채우고 성장해보자. 지금 시작해도 충분히 가능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자. 나는 원래 조금 느린 아이였으니깐.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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